“걔가 경기도를 보고 뭐라고 했는지 아냐? 경기도는 계란 흰자 같대. 서울을 감싸고 있는 계란 흰자. 하고많은 동네 중에 왜 계란 흰자에 태어나가지고…”
올 상반기 화제가 되었던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서 염창희(이민기)가 전 여친에 대해 이야기하며 나왔던 대사다. 드라마 내에서 주요 캐릭터인 염씨네 가족은 경기도 ‘산포시’에 사는데, 이 이름은 당연히 실제 존재하는 지명은 아니고 설정상 수원 아래쪽, 그러니까 대략 오산 정도에 위치한 걸로 보인다. 염씨네 3남매는 매일 서울로 출퇴근을 하는데, 당연히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늦게 귀가하려고 할 때 모두가 모여서 택시를 타는 에피소드가 나오는가 하면, 위에 인용한 대사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작품 내에서 서울로 출퇴근을 하는 경기도 거주민의 설움(?) 같은 부분도 자주 나왔다.

하루에 족히 서너 시간을, 오롯이 출퇴근에만 들일 수밖에 없었던 예전 시절이 떠올라 쓴웃음이 나오기도 했고. 광역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한다는 건, 대략 다음과 같은 느낌이다. 출근 시간에 광역버스를 타고 좌석에 앉으면, 서울에 도착하기까지 대략 1시간에서 1시간30분 정도는 거의 잠을 자게 되는데 그 시간 동안엔 내 몸의 모든 신진대사가 멈추는 느낌이 든다. 퇴근은 또 어떻고? 금요일 저녁 같으면, 사무실에서 6시에 나오나 7시에 나오나 8시에 나오나 집에 도착하는 시간은 약 9시30분 정도로 거의 비슷하다. 버스가 무슨 버뮤다 삼각지대를 통과하는 것도 아닐진대 아무튼 그런 상황이 된다.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 등)지역에 거주하면서 서울에 있는 직장으로 출퇴근을 하는 인구를 일반적으로 서울시민 수와 비슷한 9백만 ~ 1천만 명 정도로 추산하는데, 아무튼 그런 수많은 이들의 애환을 담은 광역버스가 최근 이슈의 중심에 섰다. 주로 경기도와 서울을 오가는 광역버스 운영 업체인 KD운송그룹이, 자사에 속한 14개 업체 146개 노선, 약 1천100여 대 버스에 대해 지난 11월18일부터 입석을 전면 중단했다.
사실 고속도로를 달리는 광역버스는 애초부터 입석이 허용되지 않았다. 전 승객이 착석을 하고 안전벨트를 착용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긴 했는데, 다만 출퇴근 시간에 한해 이용객의 편의를 위해 암암리에 입석 승객을 받아왔던 것. 그러나 10.29 참사 등으로 사회 전반에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사실상 사문화된 규정을 원칙대로 적용시키기로 한 것. 참고로 이번에 입석이 전면 금지된 노선과 버스 대수는, 경기도 전체 광역버스의 노선과 버스 대수(220개 노선/2,093대)의 약 절반이 넘는 51%에 해당한다.

원칙이란 게 있다는 건 당연히 알지만, 그것을 실제로 적용하는 과정에서 괴리가 생기고 원치 않는 피해(자)도 발생하기에 글 제목에 ‘문제’라고 적시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잠깐 광역버스 이용 시 입석 승차가 금지된 적이 있긴 한데, 당시는 이용객에 대한 고려를 비롯한 면밀한 대비가 되지 못해서 실시 한 달여 만에 흐지부지된 적도 있다.
분명 쉽지 않은 문제이긴 하다. 무턱대고 버스 대수를 늘리는 것도 힘든 것이, 당연히 투입되는 인력과 비용 문제가 있기 때문. 게다가 광역버스 이용률 자체가 하루 중 몇 시간, 오로지 출퇴근 시간에만 집중되는 것이 현실인데, 이런 현실에서 노선이나 버스를 늘리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과는 거리가 멀다.
얼른 생각할 수 있는 대안은, 출퇴근 시간을 비롯한 피크 타임에만 특정 노선에 버스를 집중 투입하는 방법이다. 이를 수요대응형 대중교통(DRT: Demand Responsive Transport)이라고 하는데, 이를 도입하는 데에도 또 걸림돌이 없지 않으니 바로 관련 분야의 법적 규제. 간단히 말하자면 민간 (버스)업자가 특정 노선에서 버스를 운영하여 수익을 내는 일 자체에 대한 규제인 것이니 또 이를 무턱대고 완화하거나 철폐하는 것도 위험한 일이 된다.
일단 국토교통부에선 이번 광역버스 (일부 노선의)입석 금지 조치에 따른 대책으로 서울시 및 경기도와 협의하여 버스 추가 투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다시 말하지만, 이 문제는 그 누구도 어느 날 갑자기 똑 떨어지는 해결책을 내놓기가 무척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현명한 해결은 요원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