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장에선 왜 일회용품이 많이 쓰일까?

영원히 썩지도 않고, 물에 녹지도 않으며, 자연적으로 완전히 분해되는 데에 짧게는 수백 년에서 길게는 그 이상 걸린다고 해서, 최근 들어 지구를 병들게 하는 원흉처럼 지적되는 게 바로 플라스틱. 그런데 인류가 플라스틱으로 생산한 최초의 제품과, 바로 그 제품을 플라스틱으로 생산한 이유가 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참 의외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인류가 플라스틱을 이용해서 생산한 최초의 제품은 바로 당구공이다. 이것만 해도 참 희한한 일인데, 그 옛날 사람들이 하필 당구공을 플라스틱으로 만들 생각을 한 이유까지도 그에 못지 않게 희한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다름 아니라 예전에 당구공은 코끼리의 상아로 만들었는데, 당구공을 만들기 위해 아프리카에서 코끼리를 무단으로 남획하고 밀렵까지 하는 일이 벌어지자 이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바로 플라스틱인 것이다. 나름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생산한 제품이 자연에 위협을 가하는, 참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진 것.

며칠 전 장례식장에 다녀올 일이 있었다. 고인이 되신 분은 올해 아흔이 훌쩍 넘으셨고, 최근 들어 건강이 부쩍 나빠지셨다고 해서 가족들은 나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던 터라 상가는 대체로 차분한 편이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빈다.

영정 앞에서 절을 하고, 가족들과 간단한 인사를 한 다음 어김없이 식사를 받았다. 수육과 김치, 홍어무침, 멸치볶음, 떡 같이 장례식장에 가면 으레 받는 식사를 받았는데 탕국이 육개장 대신 맑은 북엇국이었던 점이 다소 특이했다.

여느 장례식장과 별로 다를 게 없었던 그날, 머릿속에 한 가지 궁금증이 떠올랐다. 장례식장에선 왜 꼭 일회용 식기를 쓰는 걸까?

최근 들어 사회 각 분야에서 일회용품 덜(혹은 안) 쓰기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오죽하면 스타벅스를 비롯한 여러 커피 프랜차이즈에서 제공하는 종이 빨대가 꼭 신문지 씹는 맛이라고(아니 ‘신문지 씹는 맛’은 도대체 어떻게 아는 거지?) 하면서 싫다는 사람도 많을 정도. 종이와 플라스틱 등을 비롯한 포장 용기가 여전히 많이 생산되는 한편으로 이런 일회용품 대신 텀블러나 유리로 된 용기를 사용하면 혜택을 주는 업소도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왜 하필 장례식장에선 여전히 일회용품을 많이도 쓰고 있는 건지 참 궁금할 따름.

당연하지만 ‘언제부터, 무슨 이유로 장례식장에선 일회용품을 쓴 건지’ 명확한 기록 같은 게 남아있을 턱이 없으니 그저 비슷한 자료들을 조금 찾아보고 살펴보고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나름대로 내릴 수 있었다.

현재 장례식과 같은 의식은 과거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관습을 대부분 그대로 따르고 있다고 보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과거에는, 지금처럼 전문 장례식장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집안에서 장례식을 치르고 손님도 맞았을 터. 그런데 장례식에는 손님들이 한꺼번에 많이 몰리게 되는데 그 손님들을 대접하기 위해 모든 집안이 수십에서 수백 벌에 이르는 수저 및 식기를 구비하고 있을 리가 없으니, 급한 대로 일회용품이라도 조달해서 손님을 대접하기 시작한 데에서 그와 같은 관습이 시작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인 것이다.

장례식장에선 왜 일회용품을 쓰는 걸까? 그 질문에 대한 나름의 추측

그리고 이와 같은 추측에 무게를 더하는 자료도 찾을 수 있었다. 과거에 장례식은 집안의 가장 큰 행사였는데, 많은 손님들을 대접하기 위해 장만한 대량의 음식을 안전하게 보관할 만한 냉장시설 같은 인프라도 부족했던 것이 사실. 그러면서 상주 및 유가족은 계속 몰려드는 조문객을 맞이해야 하고, 음식을 계속 내와야 하는데, 그렇게 부엌일을 보는 와중 설거지까지 해야 하는 게 너무 힘들고 노동력의 낭비란 생각에 이르게 되자 장례식장에서 일회용품을 쓰기 시작했다는 자료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장례식과 비슷하게 많은 손님을 맞이해야 하는 결혼식 피로연에선 왜 일회용품을 쓰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길 수 있다. 이런 의문은 쉽게 해결이 가능해지는데, 일단 결혼식(그리고 피로연)은 정해진 시간이 있다. 바로 그렇게 정해진 시간에 (대략적으로나마)얼마나 많은 수의 하객이 올 것인지 나름 짐작이 가능해서 식기 등의 수급이 비교적 용이하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장례식은 고인의 사망으로부터 발인 전까지의 3일 동안 조문객이 분산될 수밖에 없으니, 어느 시간에 몇 명이나 몰릴지 예상하는 일이 사실상 불가능. 따라서 식기를 수급하는 일이 어려워지고, 그런 이유로 인해 일회용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는 것이 나름의 추측이다.

그렇긴 해도 일회용품이 환경에 나쁜 영향을 초래한다는 것만은 사실. 그래서 환경부에선 작년(2021년)에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 개정을 통해 장례식장에서의 일회용품 사용을 규제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이 개정안은 생각만큼 급진적이라고 하긴 힘든데, ‘세척시설이 있는 빈소에선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하고 다회용 용기를 사용하도록 한다’고 하면서도, ‘조리 및 세척시설 설치는 (장례식장에서)필수는 아니다’라고 한 것. 이는 일선 장례식장 및 상조업계의 반발을 감안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어쨌든 몇몇 장례식장을 필두로 해서 일회용품을 쓰지 않는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어 반갑다. 특히 지자체 차원에서 장례식장의 일회용품 안 쓰기 운동이 펼쳐지고 있는 것. 김해시는 지역 내 14개 민간 장례식장을 대상으로 스테인레스 식기와 세척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히기도 했으며, 경남과 충북, 강원도 등에 속한 기초지자체들이 이와 같은 움직임에 동참한다고 밝혔다.

어쨌든 중요한 건 고인을 위한 추모의 마음 아니겠는가? 그러면서 환경을 위해서도 일조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큰 불편이 없는 이상 그 길을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중요한 건 고인을 위한 추모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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