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학교는’ 속 아이들이 좀비에 용감하게 맞설 수 있었던 이유가, 혹시?

이 아이들이 좀비에 용감하게 맞설 수 있었던 이유가, 혹시 편한 복장(?) 때문일 수도?

아직 미혼으로 아이를 키울 일이 없거나, 아이가 있어도 아직 중학생 ~ 고등학생 정도는 되지 않은 연배의 이들 중에 요즘 중학생이나 고등학생들의 등하교 모습을 보고서 굉장히 생경한, 혹은 희한한 생각을 가질 만한 이들이 제법 있을 듯하다. 고백하자면, 나는 그랬는데, 다른 분들은 어떨지.

요즘 중학생이나 고등학생들의 등하교 모습을 보면 대부분 체육복을 입고 다니는 걸 알 수가 있다. 고등학교 시절 교복을 입은 세대로서 학생들이 ‘지나치게(?)’ 자유로워 보이는 복장을 하고 다니는 것도 생소하고, 특히나 내가 다녔던 학교에선 학생들이 체육복이나 트레이닝복을 입고 다니는 걸 유독 엄금했기에(일단 학교 밖에서 저런 차림의 학생이 교사 눈에 띄었다면, 그 자리에서 귀싸대기까지 맞지는 않았을지라도 최소한 좋은 소리는 못 듣고 넘어가야만 했던 기억이 있다) 요즘 아이들의 복장이 더더욱 희한했던 것.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아이들이 입고 다니는 그 복장이, 체육복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생활복’이라고 해서 사실상 교복 대신으로 ‘공식적으로 착용하고 다녀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그런 옷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 ‘아이들이 편해서 참 좋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까마득한 옛날(?) 어떤 가수가 부른 노래 중 ‘여름 교복이 반바지라면 깔끔하고 시원해 괜찮을 텐데~’라는 가사도 생각이 났고.

그러고 보면 왜 교복은 예전부터 남녀 공히 정장 스타일이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물론 지금도 의무적으로 교복을 입는 (주로 외국의)유명 사학 재단의 경우를 본떠서 그렇게 된 것 아닐까 하고 짐작은 하는데, 사실 정장 스타일은 꽤 불편하기도 하고, 여자나 남자나 은근히 체형을 적나라하게 드러낼 수밖에 없어서 맵시 있게 보이려면 신경을 많이 써야만 한다. 성인이 입어도 그럴진대, 인생에서 가장 혈기왕성(!)하고 성장이 빠른 시절의 중고딩 아이들이라면야 정장 스타일의 교복은 오히려 합리적이지 않아 보이기도 하고.

중고딩들이 ‘생활복’을 입은 지도 벌써 10년이 지났다

또한 정장 스타일의 교복이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워서 아이들은 물론 학부모들로부터 꽤 오래 전부터 많은 지적이 있었다고 한다. 이런 의견을 교육당국이 받아들여 공청회도 여러 차례 열고 나름 시뮬레이션도 돌려보고 한 결과, 2010년대 초반 전국의 다수 중고등학교에서 학교별로 후디, 티셔츠, 그리고 흔히 ‘야구점퍼’라고 하는 스타디움 점퍼 같이 다양한 스타일의 활동복이 채택되고 아이들은 불편하기 짝이 없는 교복으로부터 해방된 것이다!

그러니 일선 학교에서 생활복이 출현한 지도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다. 지난 2020년에 집계된 데이터에 따르면 서울 시내 중고교의 약 76%가 ‘기존 교복과 생활복의 동시 착용’, 즉 학생이 자율적으로 교복과 생활복 중 선택을 해서 입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하며, 경상남도교육청과 강원도교육청 등 각 지역 교육청도 ‘편한 교복 표준안’(지역 교육청마다 이름은 조금씩 다르다)을 마련하여 이젠 사실상 정장 스타일의 교복 하나만을 강요하는 학교가 거의 없어진 추세.

이렇게 아이들은 편해졌지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생활복을 입는다고 해서 교복을 안 사는 것은 아니니 어떻게 보면 학부모 입장에선 기존의 교복과 체육복 외에 생활복 구매에 추가로 지출을 하게 된 것이기도 하다. 게다가 많은 학교에서 생활복으로 채택하고 있는 셔츠 자체가 체육복이 될 수도 없으니 이중으로 불편해진 아이들도 있을 테고, 또 희한한 것은 학기 도중에 생활복이 교체되는 경우도 심심찮게 있다고 한다.

어쨌든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완벽한 정책이나 규정이란 불가능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저 그것을 지키고 수행해야 하는 사람들의 편의에 맞춰 조금씩 조금씩 수정을 해나가면서 최선의 접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수 년 전에 아이들 사이에서 꽤 유행했다고 하는, 그 숨도 쉬기 힘들 것 같을 정도로 몸에 꼭 맞는 정장 스타일 교복을 아이들이 더 이상 안 입게 됐다고 하니 그것만으로도 나까지 괜히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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