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재미있게 본 미드, <왕좌의 게임>에 관한 이야기 한 토막…을 풀어놓기에 앞서서, 마지막 시즌의 마지막 에피소드가 정말 ‘황망하게’ 끝나버리면서 많은 팬들로부터 원성을 들었지만 개인적으로 6시즌까지는 아직까지도 완소하는 미드라는 점을 고백한다. 조금 더 양보해서(?) 맨 마지막 직전 에피소드까지도 봐줄 만하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바로 그 마지막 시즌과 마지막 에피소드 때문에 <왕좌의 게임>을 깎아 내리는 팬들마저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은, 그 드라마에서 흥미롭게 펼쳐지는 장대한 스토리와 개성 강한 캐릭터들일 것. 작품의 공간적 배경이 되는 곳은 웨스테로스 대륙인데, 이 넓은 대륙 곳곳에는 각 지역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과 권력까지도 행사하고 있는 많은 가문들이 있다. 재미있는 것은 대륙 전체의 지배자인 국왕이 있기는 한데 유서 깊은 가문은 국왕조차 이들을 나름 대접해줘야 하는, 그러니까 굳이 예시를 들자면 봉건주의적 체제에 가깝다고 하겠다.
웨스테로스 대륙의 최북단에는 스타크 가문의 영지가 있다. 동네 이름은 윈터펠(Winterfell).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매우 추운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동네 전체는 추운데 스타크 가문의 성은 온천 지대에 있어서 그나마 난방이 가능하다) 그 위쪽의 ‘얼음장벽’을 머리에 이고서 과거 웨스테로스 대륙을 차지하기 위해 남하했던 ‘북방의 오랑캐’ 와일드링들과 최전방에서 대치 중인 가문이 바로 스타크 가문.

드라마 시작 시점 기준으로 로버트 바라테온 국왕과 과거 막역한 친구 사이였던 에다드 스타크가 가문을 이끄는 영주. 웨스테로스 대륙 전체의 안보를 사실상 담당하고 있는 가문의 영주인 만큼 매사 진지하고 철두철미한 성격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그리고 스타크 가문이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가언(家言, 일종의 캐치프레이즈)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항상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뜻의, “겨울이 오고 있다(Winter is coming)”.
드라마 이야기를 길게 한 이유는, 최근 며칠간 정말이지 ‘겨울이 오고 있다’는 말을 실감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선풍기는 물론이고 에어컨 없이는 잠 자기도 힘들었던 그 수많은 밤(…)을 지나, 아침 저녁으로는 제법 한기마저 느껴지는 시절이 된 것. 그러고 보니 여름 내내 아예 얇은 여름 이불조차 전혀 덮지도 않고 잤는데 이젠 이불이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 날씨가 여름에는 무척 덥고 겨울에는 무척 춥고, 하여튼 민족성 따라 가듯 ^^ 그렇게 극단적으로 기온의 차이가 심하다는 건 누구나 몸소 체험하고 있는 사실. 내친김에 우리나라에서 지금껏 관측된 가장 더운 날씨와 가장 추운 날씨의 기온, 그리고 지역을 살펴봤더니 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기상관측 이래 가장 추웠던 날씨는 1981년 경기도 양평에서 기록된 영하 32.6도. 우리 집 냉장고 냉동실보다 한 6~7배는 더 춥다. ㅋㅋㅋ 그리고 우리나라 기상관측 이래 가장 더웠던 날씨는 지난 2018년 강원도 홍천(의외로 대구가 아니네?)에서 기록된 41도. 가장 추울 때와 가장 더울 때의 기온 차이가 거의 70도에 달하는데, 그 두 동네가 차로 불과 한두 시간 거리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는 점이, 정말 놀랍지 않은가?! 역시 나약한 생명체는 살아남을 수가 없는 한반도. ㅡㅡ;;
기온 차가 심하기도 하지만, 지금 우리는 누가 뭐래도 오래 전부터 농사를 지어먹고 살던 민족의 후예들인 만큼 날씨 변화를 신체적으로 꽤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일년 내내 기후 변화가 그렇게 크지 않은, 극단적으로는 사막 지역 같은 데 사는 사람들은 춥고, 덥고, 등등에 좀 둔감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서유럽 대부분의 지역이 포함되는 이른바 서안 해양성 기후 지역도 연교차가 그렇게 크지 않다고 하지만 요즘 뉴스 보면 그렇지도 않은 듯하다. 올 여름 유럽 전역은 유례없는 폭염과 수해에 시달렸지 않은가.
다음주엔 꽤 규모가 크고 센 태풍이 우리나라에 당도할 것이라고 하는데, 지난 여름 수해의 상처가 아직도 채 완전히 복구되지 않은 상황에 또 큰 피해를 주지는 않을까 우려가 되면서 이 또한 시간의 흐름이구나 하는 생각도 동시에 드는 것이 사실. 그렇게 더웠던 여름날은 가고, 겨울은 오리니. 우리들은 또 그만큼 늙어가고. 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