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선수의 활약을 더 생생하게 보고 싶은데

프리미어리그 22-23 시즌 개막!

축구, 그 중에서도 유럽 리그, 그 중에서도 손흥민 선수가 활약하는 프리미어리그를 즐겨 보는 시청자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새 시즌이 지난 8월6일 개막했다. 22-23 시즌의 개막전에서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 선수는 도움 1개로 공격포인트를 쌓았고, 같은 리그의 울버햄튼 원더러스에서 뛰고 있는 황희찬 선수도 역시 도움 1개를 적립했다.

비단 한국인 선수들의 활약이 아니라도 프리미어리그를 즐겨 보는 스포츠 팬들이 관심을 기울일 만한 내용은 많다. 물론 손흥민 선수가 두 시즌 연속으로 리그 득점왕의 자리에 오를 수 있을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겠지만 그 외에 어마어마한 몸값으로 지난 시즌 우승팀 맨시티에 이적한 ‘괴물’ 엘링 홀란드는 얼마나 큰 활약을 할 것인지(이미 시즌 개막전에서 멀티골 사냥에 성공했다), 맨유는 또 얼마나 허우적댈 것인지(개막전 1:2 패배 ㅋㅋㅋ), ‘기름집’ 뉴캐슬은 또 얼마나 대대적인 선수 보강을 할 것인지, 그리고 UEFA 챔피언스리그에선 또 어떤 팀이 깜짝 활약을 선보일지 등등 많은 관심 포인트가 산재해 있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못내 서운하고, 심지어 화가 나기까지 하는 스포츠 팬도 있을 것이다. 아마도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팬이 많을 프리미어리그 클럽인 토트넘 홋스퍼의 경기 생중계는 작년 시즌까진 무료 채널인 스포티비를 통해서 볼 수 있었는데, 이번 시즌부터 유료 채널인 스포티비 온/스포티비 나우를 통해서만 관람할 수 있게 된 것.

최신 영화나 예능 등이 아니라, 스포츠 경기의 생중계를 별도의 유료 채널을 통해서만 관람해야 하는 환경은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선 생소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미 해외 대부분의 나라에선 관심도가 높은 스포츠 경기, 그것도 생중계는 유료 채널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상식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인기 스포츠도 별도의 유료 채널을 통해 서비스되는 것이 맞긴 하다

이는 당연히 중계권료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프리미어리그처럼 팬이 많은 유명 리그는 세계적인 인기를 바탕으로 방송사와의 중계권 금액 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방송사가 경기를 독점적으로 중계할 수 있는 권리 행사를 위해 해당 리그에 지불해야 하는 금액이 계속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리그는 방송사에게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관철시키기 위해 특별한 조건을 내세우기도 한다.

※ 작년 시즌까지 토트넘 경기가 무료 채널인 스포티비를 통해 중계될 수 있었던 게 그저 ‘한국에서 손흥민 선수에 대한 관심도가 높기 때문에’ 가능했던 게 아니다(여기엔 다음과 같은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21-22 시즌의 중계권 협상 당시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은 리그의 전 경기가 모두 유료 채널을 통해서만 방영되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는데, 협상 과정에서 ‘리그 4위 밑에 있는 팀의 경기는 무료 채널로 중계할 수 있다’는 내용이 타협점이 되어 결국 토트넘 경기를 무료로 볼 수 있었던 것이다(직전 시즌 토트넘은 리그 7위를 차지했다). 참고로 프리미어리그 경기의 중계권 협상에는 국내에선 스포티비 외에 SBS 스포츠도 참가했는데, SBS 스포츠는 유료 채널을 통한 중계 부분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던 것.

어쨌든 천정부지로 치솟은 리그 중계권료도 그렇고, 스포츠라는 콘텐츠에 대한 인식 변화도 그렇고, 지금까지 공짜로 봤던 게 이상한(?) 거고 이제부터는 스포츠도 전용 유료 채널을 통해 소비하는 게 옳다고 이야기하는 시대가 됐다. 좋다. 그렇게 좋아하는 손흥민 선수를 비롯한, 많은 스타들이 활약하는 경기를 돈 내고 봐야 한다면 기꺼이 돈을 지불하겠다는 사람은,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매우 많다.

그렇다면 스포티비는 냉정하게 ‘돈 값’을 하는지도 따져봐야 옳지 않은가? 그렇게 하기 위해서 다른 그 어떤 부분보다 제일 먼저 고려해야 할 부분은 바로 금액이다. (해외)스포츠라는 콘텐츠를 사실상 국내에서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있는 스포티비의 특성을 감안해야 하겠지만, 우선 쉽게 생각해볼 수 있는 국내의 비교 대상은 당연히 영상 콘텐츠 위주로 장사를 하는 OTT 기업들일 것이다.

스포티비는 ‘돈 값’을 하고 있는가?

스포티비의 유료 결제는 크게 스포티비 나우와 스포티비 온이라는, 서로 다른 두 가지 플랫폼을 통해 가능하다. 우선 스포티비 나우 채널에 있는 프리미엄 이용권과 베이직 이용권 이야기부터 해보자. 프리미엄 이용권은 (스마트)TV, PC, 그리고 모바일까지 모든 플랫폼에서 즐길 수 있으며 HD 화질(1080p)을 지원한다. 금액은 14,900원/월(VAT 별도). 베이직 이용권은 TV를 제외한 PC와 모바일에서 720p급 화질로 시청을 할 수 있으며 금액은 7,900원/월(VAT 별도). 그리고 스포티비 온의 경우는 TV에서만 가능한데, 기존에 시청 중인 IPTV 서비스사와 무관하게 9,900원/월(VAT 별도)의 추가 금액이 필요하다(스포티비 온의 경우 IPTV 서비스사에 따라 추가 서비스되기도 한다).

※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한국인 선수의 경기’만 보고 싶다면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을 통해 개별 경기마다 별도로 시청료를 지불하고 보는 경우도 있지만 이 경우는 논외로 한다.

사실상 만족도가 가장 높은 스포티비의 유료 결제 패키지는 1개월에 16,000원이 넘는 금액을 지불하게 되는 것이다. 이 금액을 앞서 말한 것처럼 국내에서 서비스 중인 OTT 기업들의 서비스 이용 요금과 비교해볼까? OTT 서비스들이 모두 금액에 따라 차등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중, 가장 비싼 요금제와 비교를 해보면 스포티비에서 가장 비싼 스포티비 나우의 프리미엄 이용권 금액은 넷플릭스(프리미엄 14,500원/월), 왓챠(프리미엄 12,900원/월), 디즈니 플러스(9,900원/월), 티빙(프리미엄 13,900원/월), 애플티비 플러스(6,500원/월), 웨이브(프리미엄 13,900원/월) 등과 비교해서 압도적으로 비싸다! 다시 말하지만, 국내에서 스포티비 서비스는 따로 비교를 할 마땅한 대상이 OTT 말고는 없는 것이 사실이긴 하다.

그러면 스포티비 나우 프리미엄 패키지의 경우 화질은 좋은가? 앞서 예를 든 OTT 서비스들 대부분은 4K 화질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스포티비는 ‘고화질’이라고 해놓고는 1080p, HD급 화질을 제공한다. 물론 스포티비의 킬러 콘텐츠인 유럽 축구 리그 중계의 경우 자체 제작보단 어디까지나 소스를 받아서 재송출을 하는 것이 기본이기 때문에 한계는 있겠지만, 요즘 때가 어느 땐데 1080이냐 이 말이다. 그리고 빠른 시일 내에 이와 같은 상황이 드라마틱하게 달라질 가능성도 매우 낮은 편이다.

정리하자.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예전과 달리 ‘경쟁력이 있는 콘텐츠에 대해선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소비한다’는 인식이 많이 퍼진 상태. 그렇다면 방송사는 그 콘텐츠에 대한 독점권만 내세울 게 아니라 소비자들이 정당한 대가를 기꺼이 지불하도록 매력적으로 꾸며야 할 일인 것이다. 손흥민 선수의 활약을, 더 생생한 모습으로 보기를 원하는 시청자들이 지갑을 열도록 만드는 일 또한 중요하다는 것이다.

손흥민 선수의 활약상을, 더 생생하게 즐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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