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vs 설날, 진정한 민족의 명절은 과연?

‘민족의 명절’ 한가위다. 명실상부 팬데믹 시대에 접어들고 나서 벌써 몇 번째 맞이하는 명절인지. 그래도 2021년 한가위 정도 되면 모든 상황이 진정되고 예전처럼 가족과 친지들이 함께 모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게 불과 2년여 전이었는데…

그래도 마침 공식적으로는 일요일부터 시작되는 연휴. 토요일 오전부터, 혹은 대략 금요일 오후부터 연휴에 들어간다고 하면 제법 긴 연휴 기간을 갖게 된 점을 위안으로 삼아야 할까?

그런데 여기에서 뜬금없이(?) 떠오른 궁금증이 있다. 한가위에도, 설날에도 사람들은 ‘민족의 명절’이라면서 분위기를 띄우는 경우를 본다. 그런데 하늘 아래 태양이 둘일 수 없듯(?), 진정한 민족의 명절 또한 둘일 수는 없으니… 자, 여기에서 한번 자세하게 살펴보기로 하자.

과연 한가위 vs 설, 설 vs 한가위 가운데 진정한 민족의 명절은 어느 쪽인가?

진정한 민족의 명절은 과연 추석인가, 아니면 설인가!

기왕 승부를 가리기로 했으면 그래도 어느 한 쪽이 조금이라도 앞선다는 근거가 필요하다. 여기에서 생각할 수 있는 데이터는 바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향으로, 혹은 다른 그 어딘가로 이동을 하는가에 관한 것. 사실 민족의 명절 연휴의 시작은, 민족 대이동의 시작이기도 하다.

여기에 대해선 정량적인 데이터가 있다. 코로나 이전인 지난 2018년, 한국교통연구원은 ‘10년간 명절 연휴 통행실태’라는 자료를 발간했는데, 이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7년까지 명절 연휴에 이동을 한 인원은 2008년, 2011년, 2015년 세 차례를 제외하고 나머지 기간 모두 추석이 설보다 더 많았다.

2016년의 기록을 보면 추석 연휴의 이동 인원은 3539만 명, 설 연휴의 이동 인원은 3536만 명으로 집계되었다. 그 다음해인 2017년의 기록을 보면 추석 연휴엔 3644만 명이 이동했고 설 연휴엔 3201만 명이 이동한 것으로 집계가 되면서 추석의 우세(?).

해외 출국 기록 쪽에서도 추석이 앞선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2016년에 공동 발간한 ‘2011~2017 설/추석 연휴기간 국민 해외여행객 출국 통계’ 자료를 보면 2011년부터 2017년 사이 명절 연휴 기간 동안 출국자 수는 추석 쪽이 4번 많았고 설 쪽이 3번 많았다. 특히 자료 발간 전 해인 2016년의 추석 연휴는 대체휴일까지 낀다면 역대급으로 긴 장장 열흘 간의 연휴여서 이전까지의 명절 연휴 기간 출국자 기록을 갈아치울 정도였다(102만 명, 2015년 추석 연휴 32만 명의 출국자 수를 3배 가량 넘김).

물론 추석 연휴와 설 연휴를 기간으로 비교하면 대체로 추석 쪽이 긴 건 사살. 설날 연휴가 더 길어지려면 주말이 하루 이상 붙어야 하는 반면 추석 연휴는 개천절이 낄 수도 있고 일단 공식적으로 전날과 다음날이 모두 휴일이어서 다소 유리한 측면이 있다.

여기에 사람들의 심리적(?) 요인 또한 한 몫을 담당한다. 일단 추석은 가을에 있고, 설은 겨울에 있다. 간단하게 생각해서, 추석부터 이듬해 설까지는 약 3개월 정도만 기다리면 되는 반면 설부터 그 해의 추석까진 거의 7개월 정도를 기다려야 하니 상대적으로 추석을 반기는(?) 경우가 더 많을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약간 우스꽝스러운 비교를 해봤는데, 사실 한가위하고 설날 중 승자가 어디 있고 패자가 어디 있겠는가. 그저 팬데믹 상황 때문에 가족들조차 오랜만에 모일 수가 없게 되니 그게 그저 슬플 뿐. 부디 코로나가 많이 진정되어 내년 설, 그리고 내년 추석엔 가족과 친지 얼굴 좀 볼 수 있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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