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지도 못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얻게 된 재물. 우리나라에선 ‘횡재’라고 하는 단어를 영어권에선 ‘Windfall’이라고 한다. 바람이 불어 나뭇가지에 매달린 열매가 떨어지면 그걸 잽싸게 주워 갖는 사람이 임자라는 뜻.
요즘 소비자 물가가 워낙 많이 올라서 살림이 힘들다고 난리다. 식당에선 메뉴당 1천원 ~ 2천원 가량이 올랐고 마트에 가보면 농산품이고 공산품이고 할 것 없이 다들 값이 올라 장바구니에 5만원어치, 10만원어치를 담고서 ‘별로 산 것도 없는 것 같은데 뭐 이리 돈이 많이 나왔지?’라고 생각하기 일쑤.
특히 기름값이 정말 많이 올랐다. 최근엔 경유가 휘발유보다 더 비싸진, 정말 보기 드문 일도 벌어졌고(디젤차만 20년 가까이 몰고 있는데 이런 적은 정말 처음이다. ㅠㅠ). 개인으로선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등의 방법을 선택할 수 있지만, 정말 심각한 문제는 화물차나 택배차량의 경우다. 화물차나 택배차량을 운전하는 이들은 대부분 개인사업자인데, 연료비에 쌈짓돈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 이들의 한숨은 더 커진다. 아, 그러고 보니 또 화물차와 택배차량은 대부분 경유 먹는 차들이네.
물가가 올라 소비가 감소하니 대부분 기업들도 적자나, 아니면 그에 준하는 불황을 맛보는 한편으로 특이하게도 이전에 비해 더 많은 이윤을 낸 기업이 있다. 그런 기업이 있을까? 있다. 바로 석유회사와 정유사, 그리고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회사들. 해외에선 (애플이 전 세계 기업 중 시가총액 1위를 차지하기 전까지 오랜 기간 부동의 시가총액 1위였던)엑손모빌을 비롯해서 BP, 셸 같은 회사들이 그렇고, 한국 기업들 중엔 SK이노베이션, S-오일, 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등의 정유사들이 그렇다.

사할린 근처에 위치해 있으며 미국과 일본, 러시아, 인도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세계 각국 정부가 시장에 푼 돈을 회수하는 과정이기도 하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등의 상황이 벌어지며 국제적인 고유가 사태가 벌어지는 와중 석유 관련 기업들이 큰 이윤을 낸 것은, 최대한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시장에서 유가가 결정되는 메커니즘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인 상품의 가격이 원자재 수급 비용에 기업의 이윤을 더해서 정해지는 것과 달리 시장에서 유가는 원유 가격과 무관하게(물론 100%는 아니다) 국제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
아무튼 경영 외적인 환경에 의해 엄청난 이윤을 낸 기업들을 대상으로 미국과 영국 등은 초과 세금을 걷겠다고 나섰다. 특히 영국 보수당 정부는 아예 이름부터 그럴싸한 ‘횡재세(Windfall Tax)’를 신설하여 기존 세율 대비 최대 25%에 달하는 추가 세수를 확보하여 서민들에게 쓰겠다고 공언한 상태. 그밖에 이탈리아, 스페인, 헝가리 등 주로 서방 진영에서 이와 비슷한 세금 징수를 검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얼마 전 출범한 대한민국의 새 정권은 그야말로 급진적(?)인 반미(反美), 반 서방 진영의 노선을 걷는다고 천명했다(???). 고유가, 고물가 등의 해결책이랍시고 내놓은 것이 엉뚱하게도 법인세 인하. 특히 진작부터 친(대)기업 정서를 유감없이 발휘해온 경제지들을 중심으로 새 정권의 경제정책에 팡파레를 울리는 꼴이 거의 눈물겨울 지경.

경제지들의 ‘빨아주기’가 그야말로 눈물겹다. ㅠㅠ 참 고생이다
지극히 개인적으로, 지금의 정권이 임기 내에 뭔가 대단한 업적을 이룰 것이라곤 눈곱만큼도 생각한 적이 없다. 짜증나게 사발 풀지 말고(…) 그냥 조용하게 지내길 바라지만, 이미 전직 대통령들 두 명 중 하나는 탄핵을 맞고 하나는 실형을 살 만한 짓을 취임 한 달 만에 화끈하게(!) 해치워버리는 대단한 광경을 목격하고는 참… 세상은 요지경이구나 하는 생각만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