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의 일. 요즘 낮에는 덥지만 저녁에는 산책을 하기에 적당할 정도로 날씨가 선선해져서 저녁을 먹고서 모처럼 동네 산책을 나갔다. 언제나처럼 귀엔 이어폰을 꽂고서 적당한 플레이리스트를 골라 음악을 들으면서 집을 나섰다.
집 근처의 아파트 단지 앞을 지나면서 횡단보도에서 보행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는데, 한 커플이 어린 아이가 탄 유모차를 끌고 나와 나란히 횡단보도에 서서 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 말하자면 어느 동네에서건 볼 수 있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광경이었다는 이야기.
그런데 거기서 뭔가 특이한(?) 점을 발견하고서 나는 작은 혼란에 빠졌다. 그 이유인즉, 앞서 말한 커플이 이성 커플이 아니라 동성 커플이었다는 것이다! 두 명 모두 남성이었던 것.
잠깐, 여기서 내가 말하는 ‘커플’이란 그저 ‘두 사람’이란 뜻이고, 유모차를 끌던 그 사람들이 그 어떤 관계에서건 ‘파트너’란 이야기는 아니다. 당연하지만 지금으로선 그걸 확인할 방법도 없다. 사실 바로 저 두 남자는 그저 서로 안면이 있는 정도의 사이인 이성애자일 수도 있고, 유모차에 탄 아이는 바로 그 유모차를 끌던 남자가 역시 이성애자인 여성 배우자와의 사이에서 얻은 아이일 수도 있다. 말하자면, 그저 내 머릿속에서만 복잡한(?) 상상을 한 것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지금 주저리주저리 이야기한 모든 내용 또한 사실과 다를 가능성도 분명 존재한다. 그러니까 그 커플은 실제로 동성 연인이었고, 재미있게 봤던 미드 ‘모던 패밀리’의 미첼과 캠 커플처럼 아이도 입양하여 실제 가족을 이루고 사는 사이였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2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동성 커플의 혼인은 법의 허용 대상이 아니고 따라서 사실혼 관계의 법적 입증도 불가능하지만, 이미 많은 동성 커플이 ‘한 살림’을 차리고 살고 있으며 입양도 가능하긴 하다(대한민국 국적의 연예인으로서 지난 2000년에 최초로 커밍아웃을 한 홍석천은 누나 내외의 아이를 입양하기도 했다).
어쨌든 하고 싶은 이야기는, 누구에게나, 모든 사랑은 소중하다는 것. 서로 좋다고 눈에 콩깍지가 제대로 들어찬 커플이 알콩달콩 살겠다는데 그걸 누가 막을 수 있을까? 바라건대 모든 사람이 행복한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안정적인 환경이 조성되면 좋겠다. 그리고 그렇게 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기꺼이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하는 나는, 여전히 솔로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