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관중 수 774명, 이것이 KBO의 현주소인가

“딱!” 소리는 경쾌했다. MLB의 LA 다저스 시절 류현진의 동료였던 ‘악동’ 야시엘 푸이그가 KBO 키움 히어로즈의 유니폼을 입고서 첫 만루홈런을 날린 지난 4월12일. 히어로즈의 홈구장인 고척 스카이돔은 국내 유일의 실내(돔) 구장이기에 그 소리는 실내에서 더욱 명쾌하게 울렸으리라.

비록 기간은 짧았지만 MLB에서 나쁘지 않은 기록을 갖고 있던 주목 받는 외국인 선수가 첫 만루홈런을 날렸다는 사실 외에, 4월12일 키움 히어로즈 vs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이후 매스컴에 오르내린 이유는 또 있다(참고로 경기 결과도 심심했다. 키움 히어로즈의 10:0 완봉승).

KBO 무대에서 첫 만루홈런을 때린 야시엘 푸이그

저 경기가 뉴스를 장식(?)한 다른 이유는, 바로 유료 관중 인원이 고작 774명이었다는 사실. 이 숫자는 고척 스카이돔 개장 이후, 코로나 19 때문에 관중 입장이 제한된 경우를 제외하곤 최소 관중 기록이었다.

사실 KBO는 흥행에서 악재로 작용할 만한 일이 최근 몇 년간 참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작년 베이징 올림픽에선 국내에서 최고라는 선수들이 모였어도 실력은 고사하고 투지조차 실종된 모습을 보이면서 무기력하게 연달아 패배했다. 그런 데다 코로나 19 방역수칙을 위반하고 일부 선수들은 팬…인지 누구인지, 하여튼 외부인들과 리그 도중 호텔에서 술판을 벌인 일도 있었고. 마치 화룡점정(?)처럼, KBO 팬들 다수가 일거에 경기 관람 자체를 비토하게 만들었던 일은 다름 아니라 음주운전 전력(이미 한두 번이 아니다)을 가진 강정호의 선수 복귀. 마침 기록적(?)인 관중 수를 기록한 경기에서 맞붙은 두 팀 가운데엔 강정호를 ‘너그럽게’ 받아들인 키움 히어로즈가 있었고.

물론 코로나 19의 영향이 없진 않을 것이다. 고척돔은 KBO에서 유일한 실내 경기장. 그런데 다른 경기장과 달리 고척돔에선 아직 취식이 금지되어 있다. 야구장에 한 번이라도 가본 적이 있는 이라면 알겠지만 야구장은 야구 경기를 보러 가는 재미와 함께 이것저것 먹고 마시는 재미도 느낄 수가 있는 곳 아니던가. 1.5리터짜리 PET병 맥주를 그냥 앉은 자리에서 다 마시긴 부담스러워도 야구장에서 실컷 떠들고 욕하면서(?) 마시다가 어느새 다 비워진 병을 주섬주섬 치우고 있는 자신을 목격하고 놀란 사람이 하나 둘이 아닐 것이다. 그런 데다 아직은 육성 응원도 금지되어 있으니, ‘먹고 마시고 떠들고 함께 노래하는’ 문화로 유명한 KBO로선 팬데믹 상황이 몹시 안타까울 듯하다.

웅장한 돔 구장, 그리고 민망한 관중 수

예전에 비해 KBO에 쏟는 팬들의 관심이 덜해진 이유를 다른 데서 찾기도 한다. 야구라는 종목 자체의 특수성 때문 아니겠느냐는 것이 그런 시각. 실제로 지난 2020년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조사기관 닐슨의 자료를 인용하여, 미국 내에서 프로 스포츠 각 종목의 시청자를 연령대별로 발표했는데 예상대로 ‘가장 늙은’ 시청자들이 선호하는 스포츠는 MLB(시청자 평균 연령 59세)였다(참고로 NFL은 52세, 그나마 NBA가 상대적으로 젊다지만 이 경우도 43세였다).

야구는 경기 자체가 진행되는 시간도 평균 3시간 10분 내외로 긴 편이고, 플레이 진행 자체가 타 종목 대비 상대적으로 느리다. 투수와 타자, 그리고 포수가 서로 주고 받는 수 싸움에서 재미를 찾기도 하지만 라이트한 팬이 그렇게까지 하긴 아무래도 힘드니, ‘야구는 노인네들이나 하는 스포츠’라는 인식에서 벗어나기가 힘든 것.

그러니 최근 KBO의 인기가 처참한 수준인 상황을 짧은 기간 내에, 드라마틱하게 반전되기란 지극히 어려운 일일 것이다. 얼마 전, 야구인 출신으로는 최초로 KBO 수장에 오른 허구연 총재의 취임 일성은 ‘팬 퍼스트’. 특히 KBO가 젊은 층의 외면을 받고 있다는 점을 반성해야 한다는 말을 전했는데… 하필이면 FIFA 월드컵이 열리는 해, KBO는 어떻게 돌파구를 마련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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