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게임 업계에 몰아치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M&A 바람이 그야말로 어지러울 지경이다. 국내외 뉴스를 통해 보도된 내용만 봐도 우리나라 돈으로 무려 100조 원이 훌쩍 넘는(!) 수준의 인수합병이 이뤄졌으니.
우선 마이크로소프트가 한국 게이머들에겐 ‘스타크래프트’와 ‘디아블로’ 시리즈로 유명한 블리자드르를 인수했다. 그 인수 금액이 687억 달러로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거의 82조 원. 항간에 떠도는 소문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가 백지수표를 제시했다고도 하는데, 확인하기는 힘든 사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지난 2020년에 ‘엘더스크롤’ 시리즈로 유명한 베데스다 소프트웍스를 75억 달러, 우리 돈 약 9조 원에 인수한 바 있다.
그리고 휘하에 락스타 게임즈, 2K 등의 게임사를 거느린 테이크 투 인터랙티브가 모바일 게임으로 유명한 징가(Zynga)를 인수했다. 인수 금액은 127억 달러로 우리 돈으로 약 15조. 사실 이 정도 금액도 게임 업계의 인수합병 역사에선 기록적인 금액이었다. 불과 일주일 뒤 마이크로소프트가 확실하게 질러버리는 바람에 김이 좀 새긴 했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소니에서 게임 개발과 유통을 담당하고 있는 소니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가 ‘헤일로’ 시리즈의 개발사(이긴 하지만 예전의 인력 중 현재는 일부만 남아있다고)인 번지 소프트웨어를 인수했다. 금액은 36억 달러, 약 4조 원이 조금 넘는 금액으로 약소(?)한 편.
사실 이렇게 짧은 기간 동안, 특정 비즈니스 업계에서, 이렇게 많은 금액이 동원된 인수합병 사례가 많지 않다. 이와 같은 현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는데, 우선 무엇보다 게임 업계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쳐준 결과라는 인식이 있다. 확실히 지난 몇 년간 지속된 팬데믹 사태 속에서 거의 유일하게 성장 곡선을 그린 산업 분야는 OTT와 게임 등, ‘집에서 즐기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이었던 점을 생각하면 쉽게 수긍할 수 있는 부분.

그러면서 대기업들이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점 찍은 ‘메타버스’로 이전하기 위한 사전 포석의 일환으로 보인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메타버스를 구현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그래픽과 유저 인터페이스 부분일 텐데, 바로 그런 부분에서 수십 년에 걸친 풍부한 노하우를 보유한 업계는, 말할 것도 없이 게임 업계.
한편 팬데믹 등으로 인한 전반적인 경기 침체 속에 자사 주가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소니의 번지 인수 같은 경우 유독 그런 시각이 드러나는데, 현재 번지 소프트웨어가 객관적으로 그리 매력적인 매물이 아니라는 점에서 기인한 것일 수도 있다. 번지가 ‘헤일로’에 대한 권한을 마이크로소프트에 넘겨서(그러면서 엑스박스 독점작으로 ‘헤일로’가 계속 나오고) 지금 번지가 보유하고 있는, 사실상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IP는 ‘데스티니’ 시리즈 정도인데 여기에 4조 원에 달하는 가치가 있는지는, 글쎄? 보는 이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겠지만 소니가 호구 노릇 했다는 느낌을 지우기가 힘들다(언젠가부터 소니는 계속 호구 느낌. ㅋㅋㅋ).
업계에선 화끈한 돈 잔치가 벌어지는 와중, 소비자인 게이머들에게 2021년은 썩 유쾌하지 못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한 해가 되었다. 대작으로 기대를 모았던 ‘사이버펑크 2077’, ‘파 크라이 6’ 같은 게임들이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국내의 경우 게이머들의 트럭 시위 및 과금 논란 등으로 시끌시끌했던 기억을 많이들 갖고 있을 터. 2022년엔 조금 윤택해진 게임 라이프를 즐길 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