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의 1기 집권 기간 동안에도 각종 기행(?)을 적잖이 선보였다. 그런데 어째, 올 1월부터 시작된 2기 집권 기간에 그의 이해하기 힘든 행보는 더 거세진 느낌이다. 세계 수십 개 나라와 제품에 대해 관세를 수백 퍼센트씩 때리는가 하면, 우방국을 상대로 더 과감하게(?) ‘삥’을 뜯으려는 모습에서, 이 양반이 진짜 제정신인지 의심하게 하는 것.
그렇게 트럼프가 최근 자행한 일 가운데 역시나 가장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어 마땅한 건 바로 미국 내 일부 지역에 대한 주방위군 투입이다. 일단 명목상으론 치안 유지와 시위대에 대한 대응, 그리고 질서 유지 등으로 포장했지만(심지어 주방위군 투입 자체가 미국 수정헌법에 따르면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다), 이른바 공안 정국을 조성해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더 확고히 다지기 위한 움직임이란 건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
나아가서 트럼프는 그런 자신에 대해 비판을 하는 언론사에 대해 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는가 하면, 자신에게 비판적인 논조를 가진 뉴욕타임스에 대해 무려 20조원(!)이 넘는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도 했다. 실제로 트럼프의 최근 행보를 비판한 유명 토크쇼 진행자 지미 키멜은 방송에서 퇴출되기도 했을 정도.
이런 작금의 상황에 대해, 할리우드의 톱스타들이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며 반기를 들고 나섰다. 이미 아버지 때부터 2대에 걸쳐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연기자 집안의 일원이면서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진작부터 진보적 사회운동가의 면모를 보인 제인 폰다 여사가 주축이 된 ‘수정헌법 1조 위원회(Committee for the First Amendment)’란 단체가 출범한 것. 사실 할리우드의 이런 움직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닌데, 이른바 ‘매카시즘’의 광풍이 미국 전역은 물론 할리우드까지도 집어삼켰던 1940년대에도 이미 같은 상황이 벌어진 바 있다. 그리고 바로 그 때, 같은 이름의 위원회를 할리우드 내에서 조직하는 데에 큰 기여를 한 이가 바로 그녀의 아버지, 헨리 폰다였고 당시 프랭크 시내트라, 험프리 보가트, 주디 갈란드 같은 쟁쟁한 배우들이 이름을 올렸다.

제인 폰다 여사는 위원회를 출범시키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매카시 시대는 정치적 스펙트럼을 초월한 미국인들이 마침내 단결해 억압 세력에 맞서 헌법의 원칙을 수호했을 때 끝났다. 그 세력이 돌아왔고, 이제 우리가 함께 맞설 차례다”
“자유로운 발언과 표현은 모든 정치적 배경과 정치적 신념을 가진 미국인의 양도할 수 없는 권리다”
“당신이 얼마나 진보적이든 보수적이든 상관없이 권력자를 비판하고 항의하고, 심지어 조롱할 수 있는 능력은 미국이 항상 지향해 온 것의 토대다”
이번에, ‘불행하게도’ 2기가 출범된 위원회에 이름을 올린 배우들은 제인 폰다 외에도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나탈리 포트만, 줄리안 무어 등과 함께 진작부터 다양한 사회적 문제에 대해 나름의 입장을 갖고 목소리를 냈던 숀 펜, 우피 골드버그, 안젤리나 졸리 같은 배우들과 스파이크 리, 애런 소킨 등 제작 스태프들도 참여했다.
조금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얼마 전 작고한 故 로버트 레드포드 또한 할리우드에서 유명한 배우이자 제작자, 감독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진보적 사회운동가이기도 했다. 그가 건강하게 살아있었으면 마땅히 이번 위원회에도 참여하고 트럼프의 정신 나간 행보에도 일침을 가했을 터인데(아이러니하게도 트럼프는 이번 로버트 레드포드의 사망에 대해 조의를 표했다). 그리고, 다소 섣부른 추측일 수도 있는데, 만약 내년 3월까지 미국 내에서 모종의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면(혹은, 일어난다면?) 내년 오스카 시상식에선 필시 트럼프에 대해 거센 성토가 일어날 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