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매거진의 지난 업데이트로부터 거의 열흘이 훌쩍 넘게 지나서야 새로 글을 쓰게 되었다. 이미 수 차례 이야기한 것처럼 ‘직장에 다니는 성인이 따로 혼자서’ 뭔 일을 한다는 게 정말 쉽지 않은 일이란 걸 다시 느끼는 순간. 사실 일주일간 요일과 무관하게(랜덤하게) 5일 근무에 이틀 휴무를 받는 직장에 재직 중인데, 그 휴무일은 주말이 될 수도 있고 평일이 될 수도 있는 와중 주로 휴무일에 글을 쓰고 업데이트를 하는데 지난 2~3주간은 그 휴무일에 개인 일정이 자주 겹치는 일이 있었다.
내심 그 개인 일정이란 게, 딱 그 시기에 열렸던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였으면 좋았을 걸, 이란 생각을 하면서. ㅋㅋㅋ 그러고 보니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에 갔던 기억이 새록새록. 당시 개막일 개막작도 봤는데, 해운대 바닷가 야외 상영을 했던 마이크 리 감독의 <비밀과 거짓말>이었다. 그 외에도 부산에서 며칠 묵으면서 하루에 두세 편씩 영화를 보고, 저녁엔 지인들과 술을 마시고, 다음날 아침 해장을 하고 또 영화를 보고 또 술 마시고… 했던 때가 있었지.
이번에도 그저 퇴근하고 잠 자기 전, 주로 OTT를 통해 본 영화와 드라마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좋았던 작품도 있고, 썩 좋지 않았던 작품도 있고. 직전의 짤막 리뷰에선 <웬즈데이> 2시즌에 대한 이야기를 했으니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시고.
지난 얼마간 즐겼던 영화와 드라마들에 대한 짤막 소감 / 2025년 9월
<하이파이브> 강형철 감독 / 이재인, 안재홍, 유아인 등 출연

여름 시즌에 막 돌입하기 직전 극장에서 개봉했을 당시, 관객들 사이에서 소문이 꽤 좋게 난 편이어서 보고 싶긴 했는데 관람 시기를 놓쳤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건 좀 위선적으로 들리고, 솔직히 요즘 평균 관람료에 비해 기대치가 낮았다고 할 수 있겠다.
아무튼 조금 기다리니 떡하니 OTT를 통해 공개(디즈니플러스). 극장 개봉으로부터 약 3개월이 조금 더 지나서 공개된 셈. 마침 요즘 극장 개봉과 2차 공개(OTT를 포함해서) 기간을 6개월로 늘리자는 이른바 ‘홀드백 기간’의 입법화에 대해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는데 이에 대해 나중에 자세히 이야기할 기회를 만들기로 한다.
아무튼 영화는 이미 알려진 것처럼 특정 인물로부터 장기를 이식 받은 5명 + 1명의 인물들이 제각각 다른 초능력을 얻게 되어 ‘슈퍼히어로’가 된다는 이야기. 왜 굳이 5명 + 1명이라고 표현했을까? 당연히 주인공 그룹이 5명이고 다른 한 명은 빌런이니까.
이전부터 강형철 감독은 특유의 개성을 발휘하는 연출자였다. 특별히 모난 데가 없는 영상미와 미장센,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이야기, 전반적으로 따스한 분위기를 풍기는 코미디와 드라마 장르에 특화된 감독. 그런 그의 개성적인 터치가, 우연한 기회에 초능력을 얻게 된 (살짝 어리버리한)초짜 슈퍼히어로들과 만나서 썩 괜찮은 결과를 낳았다. 그의 전작인 <스윙키즈>를 보진 않았지만, 강형철 감독은 ‘완전히 허황된 것보단 우리네 일상생활에 살짝 발을 걸치고 있는 판타지’에 큰 장기를 발휘하지 않나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그의 커리어 하이라고 생각하는 <써니>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그러니까 아주 만족스럽게 봤다는 이야기. 중반 즈음에 펼쳐지는 야쿠르트 카트 추격전(!)은 그야말로 배꼽 빠지는 장면이었고, 후반부 완서(이재인)와 새신아버지(박진영)가 벌이는 무지막지한 격투 장면도 인상적. 다만 후반부의 액션 장면에서 CG의 퀄리티가 다소 떨어진다고 지적하는 의견이 있는 모양인데, 그 부분은 다소 의도한 부분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슈퍼히어로들 사이의 격투 장면 콘셉트 자체가 <맨 오브 스틸>보단 <쿵푸허슬>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는 것.
그리고 이전부터 강형철 감독의 작품을 보면서 느꼈던 건데 대략 30~40여 년 전의 올드 팝이 OST로 아주 적극적으로, 매우 적절한 장면에 쓰였다. <써니>에서도 그랬고. 이번 <하이파이브>에선 릭 애슬리의 ‘Never gonna Give You up’이 직전 언급한 카 체이싱 장면에서 흘러나오면서 코믹 요소가 극대화되었다. ㅋㅋㅋ
군데군데 살펴보면 자잘한 디테일도 살아있고 명백히 의도한 오마주 혹은 패러디도 많은 영화 팬들의 기억에 남았을 것. 기획 자체가 앞으로 더 많은 시리즈가 나오면서 더 많이 확장할 수 있는 기획인데, 일단 1편의 흥행이 생각보다 시원치 않았고 작중에서 꽤 매력적인 캐릭터였던 황기동 역 유아인이 초대형 스캔들을 터뜨리는 바람에… 미래가 불투명해졌다는 게 조금 아쉬운 부분.
<야당> 황병국 감독 / 유해진, 강하늘, 박해준 등

<좀비딸> 이전까지,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 중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최종 330만 명) 작품이 바로 본작 <야당>이다. 그런 만큼 개봉 당시에도 그랬고 이후에도 영화 관련 게시판에서 평이 나쁘지 않았다. 그래도 역시 어영부영하다 보니(?) OTT(넷플릭스)를 통해 공개. 그러면서 보게 된 경우.
이전에 영화 관련 커뮤니티 게시판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던 부분인데, 전반적인 이야기 전개의 속도가 빠르고 곁가지로 흐르는 부분이 별로 없다. 즉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집중했다는 것. 황병국 감독은 연출자이기도 하지만 배우로도 얼굴을 알렸고, 그 특유의 허허실실(?) 연기에 대해서도 많은 영화 팬들이 집중한 바 있다. “내가 이거 하면 얼마 받는지 아세요? 30만원 받아요, 30만원!” <부당거래>의 바로 그 유명한 대사를 날린 그 배우. ㅋㅋㅋ
작중에도 나오지만, 이미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내용에 대해 굳이 다시 한번 되짚어본다. 대한민국 검찰은 유독 마약사범 관련 수사에서 조금 특이한(?) 액션을 취하는데, 바로 그 마약사범 중 누구라도 ‘물건’의 생산이나 유통에 대해 일정 정보를 제공하면 형량을 다소 유동적으로 조절해준다는 것. 우리나라에선 검사와 피의자가 형량을 갖고 흥정하는 이른바 ‘플리 바게닝’이 공식적으론 존재하지 않지만 적어도 마약사범 수사에선 어느 정도 인정이 된다.
그런 사실은 이전부터 알고 있긴 했는데, 아예 ‘약을 하는 놈’과 ‘그걸 잡는 놈’을 엮어주는 역할을 하는 ‘브로커’ 같은 존재가 있다는 데에까진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아무튼 그런 역할을 하는 존재가, 양쪽에 줄을 대고 자기는 돈을 벌고 검사는 실적을 챙기게 해주는데 그런 이들을 이른바 ‘야당’이라고 한다는 것이다.
약쟁이라는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가게 되었으나, 출세욕에 눈이 먼 검사 구관희(유해진)와 줄이 닿아 ‘야당’ 짓을 본격적으로 하게 되는 이가 이강수(강하늘). 둘은 죽이 잘 맞아 승승장구(?)하던 와중 터프한 형사 오상재(박해준)와 엮이게 되고, 뒤에 더 큰 카르텔이 흑막을 드러낸다.
이야기 자체가 너무 도식적이란 느낌이 있긴 하다. 주인공 강수의 직업(?)인 ‘야당’의 존재 자체는 신선한 구석이 있을 수 있겠으나 비슷한 내용이나 분위기의 범죄 스릴러가 참 많기도 많기 때문. 그럼에도 본작이 칭찬을 받을 만한 부분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호흡이 무척 빠르고 군더더기가 없이 이야기가 진행되는 점이 인상적이란 것. 말하자면 올해 한국영화 중 손꼽힐 만한 흥행 성적을 거둔 이유가 있다, 이런 말씀.
그러면서 묘하게(물론, 감독이 의도한 부분이겠지만) 현실에서 실제 일어난 사건이나 해프닝을 연상시키는 장면들이 속출해서 보는 이의 무릎을 치게 만든다. “대한민국 검사는, 대통령을 만들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어”란 대사는, 사족이 아니다. 아, 물론 본작은 시작 전에 다음과 같은 자막이 나온다: ‘이 이야기는 100% 허구입니다’ ^^ 덧붙여서 유해진 배우는 지난 <올빼미>에 이어서, 은근히 악역에도 잘 어울리는 듯? 이거, 스포일러인가?
<에이리언: 어스> 노아 홀리, 리들리 스콧 제작 및 연출 / 시드니 챈들러, 티모시 올리펀트 등

본 글에 들어가기에 앞서 올린 링크에서 <에이리언: 어스>의 1시즌 총 8편 에피소드 가운데 3편까지만 보고 쓴, 진짜 짤막한 리뷰가 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름 나쁘지 않게 보고 있다고 했는데… 했는데!
드라마가 가면 갈수록 삐딱선(?)을 타더니 ‘선’을 훌쩍 넘어버리네. 아니 이럴 거면 도대체 에이리언을 굳이 지구에 데려온(?) 이유가 뭔가 이 말이다. 에이리언 프랜차이즈의 존재 가치라고 한다면 당연히 주인공인 ‘에이리언’이란 캐릭터일 텐데, 그 누구와도 타협을 하거나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일이 없는, 압도적인 공포를 선사하는 행위 자체가 매력인 존재가 그야말로 포켓몬(…)이 되어버렸으니, 왜 전세계의 그토록 많은 팬들이 성토하고 있는지 제작진은 알아야 할 것이다.
특히 맨 마지막, 웬디(시드니 챈들러)의 대사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굳이 다시 인용하진 않겠지만, 받아들이기에 따라서 시청자(이자 에이리언 프랜차이즈의 팬)를 우롱하는 듯한 느낌까지 들어서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도대체 2시즌, 3시즌에선 이야기를 어떻게 키워나가려고 이런 선택을 했을까?
<마블 좀비스> 브라이언 앤드류스 감독

아주 짤막하게 가보자. MCU 세계관의 작품이라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잔혹한 비주얼과 과감한 시도가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다만 어디까지나 디즈니플러스에서만 공개하는 단편 애니메이션 시리즈여서 가능했던 시도일 터. 이전에 많은 MCU 영화와 드라마들을 봤던 이라면 무척 반가운 얼굴들을 볼 수 있을 것.
지금 이 글을 마치고, <어쩔 수가 없다>를 보러 간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