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서 먼저 밝혀야 할 게 있다. 개인적으로 호러 영화를 그다지 즐기는 편은 아니라는 것. ㅠㅠ 영화 자체는 좋아하지만 워낙 쫄보라서(<곡성> 보고서 밤에 잠 설쳤던 것 생각하면… 윽) 그런 것도 있고, 세상엔 볼 영화가 많은데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장르의 영화를 굳이 볼 필요가 없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고 해서.
그렇다고 호러 영화를 아예 안 보는 건 아니고, 가급적 이미 많은 관객들이 보고서 검증을 내린 영화는 조금씩 보는 편. 그리고 아직 개봉 전인 작품에 대해 이런저런 경로로 크든 작든 정보가 알려지고서 영화 팬들로부터 기대를 모으는 경우도, 나 역시 기대하면서 ‘볼까 말까’ 저울질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해외에선 이미 개봉했고, 국내에서도 곧 개봉 예정인 작품들 중 <투게더>와 <웨폰>(미국 개봉 시엔 복수형을 뜻하는 ‘s’가 뒤에 붙었는데 국내 개봉명에선 s가 빠졌다), 두 작품에 대해 국내의 호러 영화 팬들이 많은 기대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기도 했고, 관련 자료를 찾다가 또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 것이 본 글을 쓰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그 계기란, 바로 지난 6년간(2019년 이후) ‘완전히 새로운 오리지널 IP로 최고의 오프닝 성적을 기록한 영화’가 바로 올해의 문제작 소리를 듣는 <씨너스>란 사실을 알게 된 것.
또한 본 글은 미국에서의 상황 위주로 조명하고, 언급하는 글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기준으로 보면 많은 나라와 많은 문화권에서 다양한 영화가 만들어지고 소개되지만,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영화 시장은 북미 시장이고(내수 위주인 중국 시장은 예외로 한다) 미국 영화가 역시 세계적으로도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에.
그럼,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지난 10여년간 북미 영화 시장에서, 호러 영화는 누가 뭐래도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뒀다. 시장 전체로 보면 지난 2013년 5%에 불과했던 점유율이 10년 후인 2023년엔 그 두 배인 10%로 증가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것. 이건 2010년대 초반부터 두각을 나타낸 제작사들인 A24와 블룸하우스의 공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이 제작사들은 (지금까지도 마찬가지지만)주로 저예산에 독특한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다소 작은 규모의 영화들을 내놓았고 이 영화들이 팬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는데 그들 중 상당수는 호러 장르에 속한다. <겟 아웃>과 <잇>, 그리고 <유전> 같은 작품들이 바로 그런 경우.
여기에 덧붙여, 지난 10여년의 기간 안에 미국을 비롯해서 전 세계의 극장가는 큰 변곡점을 맞이하면서 이전과 비교하면 매출이 확 줄어들었던 점을 지적해야 한다. 그 변곡점이란 바로 코로나 19. 해외에서도,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영화관이란 환경 자체가 ‘다른 사람으로부터의 질병 감염’이란 상황에 매우 취약한 환경이란 인식이 생기면서 관객 수가 대폭 줄었는데, 따지고 보면 그 와중에도 호러 영화 팬들은 꾸준히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즉, 충성도가 높은 고객이 많은 장르가 호러란 얘기.
우리를 둘러싼 실제 환경 자체가 공포(질병을 감염시키는)인 상황에서, 기존의 단순하고 천편일률적인 호러의 문법에서 벗어난 새롭고 참신한 시각의 작품들도 나와서 팬들은 물론 평론가들 사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른바 ‘아트하우스 호러’, 영어권에선 ‘Elevated Horror’라고 불리는 이와 같은 서브 장르의 작품들로는 앞서 언급한 <유전>이나 <겟 아웃> 같은 작품들이 있다(그리도 이들 중 일부는 굴지의 영화제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이는 최근의 미국 영화(주로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들의 영화)들이 팬들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의 반영이기도 하다. 알다시피 코로나 19 이전까지만 해도 전 세계에서 수많은 영화 팬들을 열광시켰던 슈퍼히어로 장르의 영화들은 그야말로 ‘짜게 식었고’, 이젠 몇 편인지 숫자마저 헷갈리는 프랜차이즈의 후속작(그리고 그 후속작), 돼먹지 못한 이데올로기를 억지로 우겨 넣은 재미없는 실사화 작품들까지, 이건 뭐 관객들을 호구로 봐도 유분수지.
그런 와중, 전술한 것처럼 영화 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작품들이 곧 국내에서 개봉될 예정이다. 매우 그로테스크한 비주얼을 보일 것으로 쉽게 예상되는 바디 호러 <투게더>의 국내 배급사는 작년 우리나라에서 의외(?)의 호평(흥행과 비평 양면에서)을 받았던 <서브스턴스>의 뒤를 이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갖고 있을 수도. 또한 <신데렐라>를 잔뜩 뒤틀어서, ‘유리 구두에 내 발을 맞춰야 한다면?’이란 질문을 던지는 잔혹 호러 <어글리 시스터>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또한 꽤 인상적이었던 저예산 호러 <바바리안>을 연출한, 현재 미국에서 가장 촉망 받는 젊은 연출자 잭 크레거 감독의 <웨폰>도 다음달에 개봉 예정. 예고편만 보면 도대체 무슨 영화일지 감이 안 잡히는데, 이미 개봉한 미국에서 평가가 꽤 좋은 걸로 봐서 국내의 호러 영화 팬들에게도 큰 선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앞서 이야기했듯 개인적으로 호러 장르를 썩 즐기는 편은 아니어서 <투게더>와 <웨폰> 두 편을 모두 보게 될 것 같진 않다. ㅠㅠ 둘 중엔 <웨폰>이 조금 더 땡기긴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