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가 배출한,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 국적을 취득하고 축구를 하고 있는/했던 선수들 가운데’ 최고의 아웃풋이라고 할 만한 이름. 그 이름이 손흥민임을 그 누구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10대 나이에 독일 분데스리가에 진출했고, 이어 20대 초반엔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경쟁하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하여 화려한 역사를 썼던(그 와중 우승의 기록은 단 한 번이지만, 유로파 리그 우승과 챔피언스리그 진출이란 기록은 역시나 특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가 유럽에서의 생활을 접고 미국 MLS 소속의 LA FC로 이적을 (공식적으로)확정한 것이 지난 8월2일. 서울에서 열린 이전 소속팀 토트넘의 프리시즌 행사 인터뷰에서 본인 스스로 이적을 언급했다.
그리고 곧바로 여러 미디어를 통해 미국 프로축구 리그 MLS의 LA FC로 행선지가 정해졌다는 언급이 나왔고 첫 공식 언급으로부터 4일이 지난 8월6일에는 LA FC의 공식 선수 입단 환영 행사가 열렸다. 이 행사엔 무려 LA 시장 및 시의원까지 참석해서, 역시나 손흥민이란 이름은 월드클래스가 맞음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손흥민의 현재 몸 상태가 한창 시즌을 뛰고 있을 때의 100%가 분명 아님을 감안했을 때, 이미 시즌이 진행 중인 MLS에 이적했다고 해도 금방 경기에 투입될 수 있을까 의문을 가졌던 이들의 생각은 기우에 불과했음이 금방 드러났다. 손흥민이 선수단에 합류하고 불과 3일 정도가 지난 후인 8월10일 25 시즌 MLS 27라운드 시카고 파이어와의 원정 경기 후반에 전격 교체 투입, 상대 수비 뒷공간을 화끈하게 털어먹는(…) 플레이를 선보이며 PK를 유도했다. 이 PK가 팀의 득점으로 이어졌고 그 외에도 활발한 플레이를 선보이기도.
오랜 시간 손흥민의 플레이를 보며 그를 응원했던 팬들 사이에서 제기되는 공통적인 의견 가운데엔 ‘감독 운이 참 없는 선수’란 것이 있다. 분데스리가 레버쿠젠에서 토트넘으로 처음 이적했을 때의 포체티노 감독 정도를 제외하고 그가 토트넘에서만 10년을 거치며 만났던 감독들, 그러니까 무리뉴, 누누, 콘테, 그리고 포스테코글루 감독 같은 이들이 손흥민이 가진 특별한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단 것.

손흥민은 누가 뭐래도 빠른 발과 탁월한 감각으로 수비 뒷공간을 파고드는, ‘라인 브레이킹’을 가장 잘 하는 선수인데 그를 수비 지향적으로만 썼다는 지적이다. 이런 지적이 그저 손흥민을 응원하는 팬들 사이에서만 제기된 아전인수격 해석이라고만 치부할 수가 없는 것이, 실제 손흥민의 경기 중 수비 가담은 각종 통계 자료로 잘 나와 있다. 단적으로 역시 리그 정상급 윙어였던 리버풀의 살라나 아스널의 사카 같은 선수에 비하면 손흥민의 수비 가담 횟수나 비율은 거의 두 배에서 세 배 가까운 수치로 높게 잡히고 있을 정도.
따지고 보면 이전까지 10년을 뛰었던 토트넘이란 팀이, 월드클래스급 공격수를 때로 윙백처럼 쓰거나 수비에 많이 가담을 시켜야 할 정도로 밸런스가 좋지 않았던 팀이란 뜻이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꾸역꾸역 10년을 뛰면서 결국 유로파 리그 우승을 시키면서 챔피언스리그에 올려놓은 손흥민의 업적이 그만큼 뛰어난 것이기도 하다.
아무튼 손흥민의 지난 MLS 데뷔 경기를 지켜본 많은 팬들은 이 레전드의 ‘행복 축구’가 이제 시작되겠구나 하는 희망회로를 돌리고 있다. 특히 리그 내에서 LA FC란 클럽의 위상 자체가 무척 큰 편에 속하기에(사실 MLS 내에서 경제적 가치론 굳건히 1위를 지키고 있는 중인데, 그도 그럴 것이 LA라는 대도시를 연고로 하기 때문) 투자도 인색하지 않을 것이고, 실제로 2018년 창단 이후 리그 성적도 꾸준히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손흥민이 토트넘을 떠나 미국행을 택한 것이 내년에 있을 북중미 월드컵을 (개인적으로)대비하기 위함이란 의견도 제기되고 있기는 하다. 그의 내심이 무엇인지는 알기 힘들지만, 어쨌든 한국축구 최고의 선수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을 그의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도 모두 응원한다. 부디 부상 없이 선수 말년을 행복하게 보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