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작성하여 본지에 업로드한 <오징어게임 2> 리뷰는, 이 작품이 ‘역사상 가장 많은 시청자가 본’ 영상 콘텐츠 중 하나라는 언급과 함께 시작한다. 다소 과격한(?) 주장이긴 해도 그렇게까지 크게 과장한 것도 아닌, 어쨌든 가장 큰 성공을 거둔 TV 시리즈라고 할 만한 <오징어게임>의 새 시즌이자 마지막 시즌에 대한 이야기를, 과연 어떤 식으로 하면 좋을지 나름 고민을 많이 했다. 사실 이런 언급은 2시즌 리뷰에서도 한 바 있다.
그 고민의 결과, <오징어게임 3>의 시청 후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마음에 들었던 점과, 그렇지 않은 점을 각각 논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심플한 게 좋은 거지. 그리고 이번의 새 시즌은 이전의 시즌들과 비교해서도 시청자 및 평론가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가장 크게 갈라지는 시즌이기도 하다. 어쨌든 좋았던 점과 나빴던 점 가운데, 어느 것부터? 음, 나빴던 점을 먼저 이야기하기로 한다.
<오징어게임 3>에 대한 불만: 그들은, 도대체 왜
현재 본작에 대해 나쁜 평가를 내리고 있는 이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부분은 몇몇 캐릭터들이 그냥 없느니만 못하다는 점이고, 개인적으로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우선 황준호(위하준) 형사. 1시즌에서 천신만고 끝에 살아 돌아왔고 2시즌에서도 기훈(이정재)의 편에 서서 이 죽음의 게임이 펼쳐지는 섬을 찾으려고 그렇게 고생을 했건만 그냥 시간만 낭비한 셈이 되었다. 게다가 엔딩 직전에야 결국 섬을 찾았지만 아무도 없는 섬에 혼자 총 들고 들어가서 애꿎은 유리창만 박살내는 건 또 뭐람. 그저 시간만 때웠지, 실질적으로 극의 진행에 있어 기여한 바가 전혀 없는 캐릭터가 되었다. 물론 박선장(오달수)의 방해 공작이 있었다곤 했지만 그럼에도 아쉬움은 크다.
그리고 노을(박규영)의 존재도 마찬가지로 맹탕이 되어버렸다. 핑크 가드 몇 명과 부대장(박희순)을 어렵사리 제거하긴 했지만 사실상 한 일은 그게 전부. 그리고 그가 내부에서 일종의 쿠데타를 벌인 건 예전에 잃은 딸 생각과, 혼자 어린 딸을 키우는 246번 참가자(이진욱)에 대한 연민 때문이란 전제가 있긴 하지만 그에 비해 활약은 너무 미미했다고 할 수 있다.

1시즌이 처음 공개되었을 때 특히 해외 시청자들이 보인 희한한(?) 반응 중엔 “VIP들의 연기가 발연기 수준”이란 점이 있었다. 아무튼 크게 히트를 쳤으니 제작비도 늘어날 테고, 그러면 해외 연기자들도 좀 괜찮은 연기자들을 섭외해서(그런 데다 무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마지막 시즌에 출연한다는 루머도 있었으니. 결과적으로 루머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고 그 대신 다른 유명 할리우드 배우가 출연하긴 했지만) 이번엔 좀 봐줄 만해지나 했는데… VIP들은 이번에도 발연기. 존재감도 미미. 아니 황동혁 감독님, 외국인 연기자 섭외가 그렇게 어려웠나요? <오징어게임 3> 정도 되면 카메오라도 나오겠다고 할 유명 배우들이 제법 있었을 텐데.
게임 참가자들 중에서도 아쉬운 캐릭터들이 있었는데, 사실 주인공 기훈의 활용법에도 불만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결국 실패한 혁명가가 된 기훈은, 3시즌에서 감독이 야심적으로 준비한 숨바꼭질(극중에 숨바꼭질이라고 나오긴 하지만, 숨바꼭질보단 그냥 술래잡기나 예전에 아이들이 많이 즐겼던 담방구/다방구가 맞는 것 아닌가 싶다)에선 참 이상하게도 꼭지가 돌아서 대호(강하늘)만을 잡으러 눈에 불을 켜고 돌아다닌다. 솔직히 혁명이 실패한 게 단지 대호 한 명 때문인가? 시즌 전체를 통틀어 기훈이 누구 한 명을 꼭 죽여야 되겠다고 생각하며 행동하는 자체가 너무 이상했다. 게다가, 엔딩에 이르러선 ‘바로 그런’ 선택을 하는 이가 다른 누구도 아닌 기훈 아니던가!
그러면서 시리즈 전체의 주제의식 또한 흐트러진 것 아닌가 하는 느낌마저 주게 되었다. 결국 감독이 하고 싶은 말은 마지막 기훈의 대사, “우린 말(馬)이 아니고, 사람이다”에 응축되어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조금 전까지 특정한 사람 하나를 죽이려고 했던(그리고 그 시도는 성공한) 주인공에 감정 이입이 될 수 있겠나 하는 것이다.

<오징어게임 3>을 좋게 본 이유: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간다
본작을 다 보고 처음 든 감상은, ‘황동혁 감독이 정말 고민을 많이 했구나’하는 것이었다. 엔딩에 대해, 특히 마지막 기훈의 선택에 대해 호불호는 있을지언정 ‘그와는 다른 선택’을 하도록 하기는 너무 어렵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고. 결국 앞서 언급한, 시리즈 전체를 포괄하는 주제의식을 전달하기에 가장 적절한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어차피 <오징어게임>이란 시리즈는,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덤벼드는 게임 자체가 가장 큰 재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3시즌에 새로 선보인 줄넘기와 특히 마지막 고공 오징어게임은 확실히 더 커진 스케일에 잘 어울렸다. 3시즌에 새로 나온 숨바꼭질에 대해선, 지나치게 잔혹하고 다소 뜬금없다며 혹평하는 시청자들도 있는 모양이던데 개인적으론 나쁘지 않았고.
마지막의 고공 오징어게임에 대해서 특별히 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 우선 사람이 높은 곳에서 추락하는 이미지 자체도 굉장히 강렬하다는 인상이 있다. 게다가 여기부턴 두뇌 싸움이나 피지컬 싸움이 아니라 의외로 정치 싸움(?)이 된다! 직전의 2시즌에도 게임을 계속할 것인지, 여기서 멈출 것인지 투표로 결정하는 시스템이 들어간 게 신선했는데 이번엔 아예 대놓고 사람 하나를 담궈서(!) 다음 스테이지로 진행하자고 부추기는 이들의 추악한 면모를 보게 된다. 어쩌면 바로 이 지점에서, 앞서 반복 언급한 시리즈 전체의 주제의식이 다시 조명되기도 하고.
남은 이야기들
그리고 지금 이 시리즈 전체는 막을 내렸지만 그건 황동혁 감독이 한국에서 작업하는 부분이 끝났다는 것(감독은 이미 여러 차례 인터뷰를 통해 “3시즌이 마지막”이라고 밝혔다)이고, 데이빗 핀처 감독이 쇼러너 혹은 제작 총괄 크리에이터로 작업하게 되는 미국판 스핀오프가 남아있긴 하다. <오징어게임>은 그 자체로 가장 크게 성공한 TV 시리즈이자 영상 콘텐츠인 동시에, 가장 막강한 IP이기도 하니 넷플릭스가 이를 그냥 놔둘 리가 없지.
언제가 되었든(분명 가까운 시일 내엔 무리겠지만) 우리 곁을 다시 찾아올 <오징어게임>의 미국판, 혹은 해외판에 대해 예측을 하는 건 의미가 없을 테고 그저 개인적으로 바라는 바를 몇 가지 적으면서 글을 마칠까 한다.

우선 해외판에서도 세계 각국에서 아이들이 어렸을 적 즐겼던 다양한 민속놀이들이 선을 보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황동혁 감독이 인터뷰에서 밝히기로 “넷플릭스가 글로벌 OTT인 만큼, 해외의 시청자들이 받아들이기 쉽도록 룰이 간단한 게임 위주로 선별되었다”고 했고, 그야말로 아이들 놀이에 목숨을 걸고 달려드는 아이러니가 시리즈의 큰 재미 요소이기도 했던 만큼 해외의 다양한 놀이들이 발굴되어 조명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얼굴이 조금 덜 알려진 무명급 배우들이 참가자로 많이 나오면 좋겠고, 대신 이름값이 높은 배우들은 (제발 쫌!)VIP나 운영진 등으로 출연해서 전체적인 밸런스가 조화롭게 잡히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근데 요 부분은 시리즈가 실제 나오면 거의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긴 하다. 참가자들이야 몇 라운드 가면 대거 탈락할 텐데 여기에 비싼 배우가 나오긴 힘들겠지.
마지막으로, 당연하지만 데이빗 핀처 감독의 취향과 장기가 잘 살아난 작품이 나오면 좋겠다. 말이 났으니 말인데, 도대체 데이빗 핀처 감독이 어떻게 이 프로젝트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을까 무지 궁금하긴 하다. 추측하기론 핀처 감독은 <맹크> 연출 당시 넷플릭스와 향후 4년간 독점 계약을 체결했는데 바로 이와 관련하여 넷플릭스측이 제안을 했고 이를 감독이 받아들인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아무튼 특정한 메시지를 유려한 영상에 녹여내는 작업에 핀처만한 감독이 지금 할리우드에 또 있을까, 그러니까 <오징어게임> 새 버전의 제작 혹은 연출에 핀처만큼 잘 어울리는 감독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파이트 클럽>과 <세븐>과 <조디악>과 <나를 찾아줘>를 모두 합친 듯한(…) 그런 작품을 보게 되길 바란다. 아니, 이렇게만 나오면 그야말로 역대급 명작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