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3년차로 접어드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 전쟁은 양측에 크나큰 피해를 남겼다. 이 전쟁으로 인해 두 나라에서 목숨을 잃은 병사들은 최소 20만 명에서 최대 5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민간인 사상자와 피난민도 엄청난 수에 달하고, 심지어 외국군인 북한군도 (비공식적으로나마)전사하거나 전쟁 포로가 되기도 했다. 인명 피해도 이 정도인데 경제적 피해는 또 얼마나 클지 집계조차 힘들 정도.
아무튼 그런 상황에서 이제 전쟁을 어떤 식으로든 끝내고자 하는 시도가 있기는 했다. 얼마 전 집권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재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많은 이들이 기대한 가운데, 백악관에서 전쟁의 당사국이기도 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다.
그 만남의 자리에선, 세계의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눈과 귀를 의심할 만한 광경이 펼쳐졌고.
위 영상은 당연히 편집이 된 버전이고, 조금 더 긴 러닝타임(?)의 영상도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밴스 부통령이 무척 고압적인 자세로 나오는 것도 희한하고, 그 와중에 한 마디도 지지 않고 들이대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모습도 참 ‘인상적’이다.
따지고 보면 국제 외교 무대란 데가 원래부터 이런 식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겉으로만 점잖은 척을 했을 뿐, 서로가 가진 카드가 무엇일까 철저하게 살펴보고, 내가 가진 카드 한 장을 주면 어떻게든 상대가 갖고 있는 카드를 한 장 넘게 빼앗아오려고 치열하게 다투는 현장이 바로 외교의 현장. 다만 이번 백악관에선 참 솔직한(?) 대통령들 덕분에 그런 모습이 그저 여과 없이 카메라를 타고 전세계에 흘렀을 뿐.
한 가지 이야기를 덧붙인다. 전쟁 초기, 러시아가 무단으로 우크라이나 땅을 침탈한 것만은 사실이고 마치 스포츠 경기에서 제3자는 강자보다 상대적으로 약자를 응원하게 되는 게 인지상정이라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다소 우호적인 시각을 가졌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데 요즘 돌아가는 꼬락서니를 보니 이 양반도 곱게 보이지 않는 것. 서방 진영에 ‘밑 빠진 독에 자꾸 물을 부어달라’고 하면서 계속 지원을 요청하기도 하고, 심지어 한국에 대해서도 “한국전쟁을 생각하라”고 하면서 마찬가지로 지원을 해달라기도 했고(근데 한국전쟁 당시 우크라이나는 소비에트 연방의 일원이지 않았나?). 그리고 이번 백악관에서의 회담도, 막후에서 흘러나오는 ‘썰’을 듣자 하니 우크라이나 영토의 자원 채굴 및 관리에 있어서 미국과 실무진 단위에선 이미 이야기가 다 끝났는데 젤렌스키 대통령 본인이 파토를 낸 것이라고…
종합적으로 ‘이것이 2025년 국제 무대의 외교다! 절망편’을 본 느낌. 만약 지금 대한민국 대통령이 여전히 그 작자였다면… 그야말로 아찔한 상상이 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