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2>와 <조커: 폴리 아 되>의 ‘실패’가 말하는 것

본지의 취향 코너에서 지난 두 번에 걸쳐 언급한 것처럼, 올 하반기 많은 영화 팬들의 큰 기대를 안고 극장에서 개봉한 작품 두 편 <베테랑 2>와 <조커: 폴리 아 되>는 모두,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그래도 <베테랑 2>는 7백만을 살짝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성적만 놓고 보면 괜찮은 편으로 보이지만 그렇다고 해봐야 전작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전작에 대해선 재미와 메시지 전달 측면에서 모두 성공을 거둔 부분에 대해 많은 관객들과 평론가들의 지지를 이끌어냈으나 이번 속편은 그렇지 못했다. 까놓고 말해 흥행 성적도 전적으로 배급사 CJ ENM의 덕이라고 봐도 무방하고.

<조커: 폴리 아 되>의 경우는 더 처참하다. 일단 국내의 경우만 놓고 보면 흥행 성적도 매우 나쁘고(불과 60만 명도 채 되지 않는 관객 동원에 그쳤다) 대다수 관객들과 평론가들의 평가 또한 박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뜬금없는 뮤지컬 씬이나, 조커가 스스로를 부정하며(심지어 조커 본인의 입을 빌어 “조커는 없다”는 대사까지 내뱉을 지경) 전편에 열광했던 팬덤을 조롱하는 듯한 느낌까지 주었으니. 흥행 성적이나 완성도에 대한 평가나, 해외에선 오히려 더 심한 편.

<베테랑 2> 리뷰: 유튜브 세대가 정의하는 정의란

조커 가라사대, ‘조커는 없다’ <조커: 폴리 아 되> 리뷰

<베테랑 2>와 <조커: 폴리 아 되> 두 작품은 모두, 공교롭게도 전작이 크게 성공(지금 이야기하는 ‘성공’이란, 단지 흥행에서의 성공만이 아니라 작품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라는 부분을 포함하는 표현이다)을 거뒀던 지점을 의도적으로 비켜간 모습이었다. <베테랑 2>의 경우 전작의 호쾌하고 거침없는 느낌에서 벗어나 굉장히 어두운 분위기를 표방했다. 빌런 또한 망나니 같은 재벌 3세가 아니라 음습한 자경단원(이자 현직 경찰관)이었고.

<조커: 폴리 아 되>의 경우 전작은 주인공이 ‘왜’ 희대의 빌런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에 천착하고 서서히 빌드업을 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카타르시스(물론, ‘주인공’인 조커 입장에서 그렇다는 얘기. 어쩌면 바로 그런 지점 때문에 전작이 꽤 위험한 영화라는 지적도 있었던 거고)가 터졌던 기억이 있다. 반면 이번의 후속작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여러 모로 전편과 다른 길을 갔다.

흥행과 평가 양면에서 나름 성공을 거두고서 속편이 나오는 상황에 대해, 관객들과 평론가들은 어느 정도 기대하는 바가 당연히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속편에서도 전편의 성공이 계속 이어지기 위해선 지켜야만 하는 필수불가결한 원칙도 있다. 1) 전편의 갈등 구조가 더 심화될 것 2) 전반적인 스케일도 커질 것 3) 새로운 캐릭터와 더욱 강력한 빌런도 등장해야 할 것 등. <대부> 1편과 2편, <스타워즈> 4편부터 6편까지와 그 이후에 나온 1편, 그리고 비교적 최근 들어선 <어벤져스> 시리즈 등에서 우리는 성공적인 케이스를 볼 수 있었다.

※ 전편의 이야기와 캐릭터가 완전히 뒤집혔는데도 오히려 전편보다 훨씬 크고 열광적인 팬덤의 지지와 평론가들의 호평을 이끌어낸 케이스가 없는 건 아니다. <터미네이터 2>가 바로 그런데, 이 경우는 워낙 세심하고 절묘하게 구축된 캐릭터와 드라마의 힘도 컸지만 개봉 당시로선 거의 혁명적이라고 할 만한 비주얼 구현의 힘도 적지 않았다. 이에 대해선 다음에 기회를 내서 조금 더 자세한 썰을 풀어보기로 한다.

결과적으로 관객을 설득하는 데에 실패한 영화 두 편

<베테랑 2>, 그리고 <조커: 폴리 아 되> 두 작품이 전작의 성공 요소를 과감히 버린 것은, 어쨌든 두 작품 모두 연달아 연출을 맡은 두 감독 모두가 고민 끝에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이라고 여기는 게 타당할 것이다. 그렇다면 류승완 감독(<베테랑 2>)과 토드 필립스 감독(<조커>와 <조커: 폴리 아 되>)은 도대체 왜 그랬을까? 이에 대해 두 사람을 붙잡고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저 개봉 이후 올라온 인터뷰 기사 몇 편을 통해 나름대로 유추할 수밖에 없지.

우선 류승완 감독은 여러 지면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몇 편의 인터뷰 내용을 요약하면 ‘관객에게 정답이 아닌,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면서, 동시에 ‘결국 전작이 큰 성공을 거둔 덕분에 이런 작업도 가능했을 것’이라고 하고 있다.

토드 필립스 감독의 경우, <조커: 폴리 아 되> 개봉 전에 가진 인터뷰 말고 개봉 후(엄밀히 말해 영화에 대한 관객과 평론가들의 혹평이 쏟아진 이후)에 가진 인터뷰는 찾기가 어려워 부득이하게 공란으로 놔둔다. 하지만 ‘감독이나 배우나, 결국 작품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라는 ‘이 바닥 불문율’에 의거하여 전작에 대한 반성과 해체를 통해서 삐뚤어진 팬덤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것인지 경고한 측면이 있다고, 나름 생각하고자 한다

본 글의 서두에서 두 작품은 결국 실패한 것이라고 전했다. 평론가들이야 그렇다 치고, 적어도 관객을 설득하는 데에 실패한 것이라는 말인데, 그렇다고 해서 개인적으로 두 작품이 영 가치가 없다고 보진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근거는 여러 가지를 댈 수 있을 테고, 자세한 내용은 위 링크의 리뷰에 소상히 적었으니 궁금한 독자는 참고하길 바란다. 어쨌든 두 작품 모두 올해 본 영화들 가운데 충분히 인상적인 기억으로 남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인다.

사족 하나 달자면, 코로나 팬데믹 이후 영화관람료가 크게 오른 데에 기분 좋을 관객은 단연코 한 명도 없을 것이고 이게 결국 관객 수 감소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 이들도 많다. 만약 지금 <베테랑 2>와 <조커: 폴리 아 되>를 관람료 7천원(그리고 조조할인 5천원)으로 볼 수 있었다면, 지금과 같이 ‘박한’ 평가가 내려졌을까? 글쎄,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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