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합니다

내 살아생전에 한국인 가수가 빌보드 차트를 석권하고, 한국 영화가 오스카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으며, 기어코 한국인 작가가 노벨문학상까지 수상하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 <채식주의자>, <흰>, <소년이 온다> 등의 작품을 낸 한강 작가가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되었다는 소식. 작가에게 가장 큰 축하를 보내며, 이전에 그의 작품을 읽은 적도 없는 ㅠㅠ 나까지도 괜히 기쁨에 젖는다.

그래도 한 때는 정기적인 독서 모임을 가질 정도로 책을 좋아했고 많이도 읽었던 적이 있었지만 그저 바쁘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책을 멀리한지 꽤 오래 되었는데 정말 더 이상 미루지 않고 각 잡고 앉아서 ‘노벨문학상 수상작을 원어로 읽어야 되겠구나’하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것도 어려운 게…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그제부터 불과 3일도 안 지난 오늘까지, 전국의 거의 모든 서점에선 한강 작가의 작품들이 거의 동이 났고(심지어 시내 대형 서점에선 ‘오픈런’까지 있었다고 하니 진짜 내 살아생전에 이런 일이 또 있을까 싶다) 알라딘, 예스24, 교보문고 같은 온라인 서점에서도 배송 대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한강 작가의 작품들을 직접 제작하는 인쇄소까지도 진작 비상 근무 체제에 돌입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그런 와중 개인적으로 이용 중인 모바일 독서 플랫폼에는 한강 작가의 작품이 하나도 없어서 매우 슬프다. ㅠㅠ 알고 보니 이 플랫폼은 보유 장서 수 자체는 많은데 한국의 대형 출판사들인 문학과지성, 창비, 문학동네 같은 곳들과는 계약이 잘 안 된 측면이 있다고.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합니다

이번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두고, 꾸준히 세계의 관심을 모아온 이른바 K-콘텐츠가 결실을 맺은 것이라는 해석도 있고 그런 시각이 전혀 틀린 건 아니란 생각도 하지만, 그것과 함께 작가가 자신의 여러 작품들에서 천착한 시대적/역사적 트라우마와 그에 대한 치유가 마침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란 생각이다. 여러 미디어에서 이번 소식을 나름대로 조명하고 있는데 그 중 민족 정론 BBC의 기사가 가장 볼만하다고 여겨 링크로 소개한다.

한국 최초 ‘노벨문학상’ 쾌거… 한국 문학이 세계 무대에서 점점 주목 받는 이유(BBC 코리아)

일각에선 ‘젠체하기 좋아하는’ 수많은 인스타그램/틱톡 유저들이 한강 작가의 작품과 커피 한 잔을 두고서 예쁜 구도로 찍은 사진이나 영상을 올리겠거니 하는 이야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론 이런 식의 젠체는 언제든지, 얼마든지 환영이다. 기백만원, 기천만원 짜리 명품 가방이나 시계 자랑보다 ‘있어 보이고’ 얼마나 좋은가!

그 와중에, 주로 극우 진영에서 이번 수상의 가치를 일부러 깎아 내리거나 폄하하는 움직임도 있는데 그런 멍멍이 소리(멍멍이들아 미안해 ㅠㅠ)는 그냥 멍멍이 소리에 불과하니 굳이 반응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평생 자신들이 믿고 지켜온 가치(만약 정말로 그런 게 있다면)에 정면으로 반하는 비전이 세계에서 가장 권위가 높은 심사위원들의 지지를 받은 것이니, 그 얼마나 당황스럽고 혼란스러울 것인가. 아, 물론 그들이 ‘생각’이란 걸 할 수 있다면, 이라는 전제가 필요하군.

아무튼 적어도 이번 주, 그리고 앞으로 약 2~3주간은 24시간 풀로 돌아갈 인쇄소의 작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조금은 느긋하게 한강 작가의 작품들을 온라인 서점에서 주문해서 천천히 보려고 한다. 다시 이야기하지만, 내 살아생전에 당대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작품을 ‘원어’로, 아무런 부담 없이 보는 일이 몇 번이나 있을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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