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더 이상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저출산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아니, 아예 전세계적인 기준으로 봐도 첫손에 꼽히는 수준. 그러니 사회 각계 각층에서 그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는 와중, 대표적으론 군대가 몹시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당연하지만 군인은 ‘일생 동안 피지컬이 가장 뛰어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남성을 대상으로 선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실제 전쟁이 벌어지는 등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동서고금을 막론한 일이기도 하다. 사실, 군인은 신체적 능력도 필요하지만 상명하복 또한 그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저 나이보다 더 먹어서 ‘머리가 커지면’ 효과적인 통제가 극히 어려워진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따랐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이제 징병의 대상이 되는 자원 자체의 수가 적어지고 있으니 문제. 그런 이유로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군 복무가 어려운 자원에 대해서도 (거의)무분별하게 징병이 이뤄지고 있어서 국방력 약화라는 현실적 문제에 대해서도 심각한 수준의 고민이 있는 것.
그런 상황에서 일각(이라고 쓰고 현재 여당인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이자,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한 성일종 의원 나리라고 읽는다)에서 “신체 건강한 50대~60대 남성에게 부대 경계 업무를 맡길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어 수많은 군필 아재들의 비웃음(?)을 사고 있다.
‘5060 남성 재입대’라는 워딩의 파급 효과가 워낙 커서 논란이 되었지만 성일종 의원의 주장은 사실 재입대와는 거리가 멀다. 말인즉슨, “건강 상태에 문제가 없고 본인이 원하는 경우에 한해 민간에 대한 아웃소싱 형태로 경계 근무를 서게 하고 그에 합당한 급여를 지급하는” 것. 실제로 주한미군 주둔 기지에선 이미 비슷한 제도가 시행 중이라고 하는데, 그들 중 상당수는 최소 부사관 출신이라고.

그렇다곤 해도 제도가 실제 시행되기까진 큰 난관이 많을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하다못해 예비군 훈련만 가도 통제가 쉽지 않은데, 현직 장교들 기준으론 거의 아버지뻘이나 다름 없는 나이의 자원을 통제할 수 있을까? 그리고 최전방 철책 근무 같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야간 경계 근무가 ‘실제로’ 어떻게 진행되는지… 솔직히 군필 아재들이 모를 리가 없지 않은가? 부대가 주둔한 동네의 치킨집과 야식집은 갑작스런(?) 호황을 맞아 지역 경제의 반짝 활성화를 노릴 수는 있겠다. ㅋㅋㅋ
어쨌든 중요한 건 대한민국의 안보를 책임질 국군의 전반적인 운영이 어려운 수준으로 징병 자원의 부족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그저 국회의원 한 명의 의견 개진 수준을 넘어 구체적인 대안 마련과 입법까지, 그것도 빠른 시간 안에 검토할 필요가, 마땅히 있다.
세계적인 기준으로 봐도 대한민국이 못 사는 나라도 아니고, 북한이라는 현실적인 위협이 도사리고 있는 가운데 아예 민간군사기업(PMC)에 대대적인 외주를 주는 일이나, 군무원의 처우를 개선하고 문호를 활짝 여는 것도 고려해볼 만한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만 전자의 경우 재원 마련이 필요하고(민간군사기업을 굴리는 일에는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든다. 그나마 어려움 없이 PMC에게 외주를 줘 가며 운영하는 나라가 세계에서 미국이 거의 유일하다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후자의 경우 공무원 선발 시스템에 대한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니 그것도 쉽지 않고.
앞으로의 대한민국 국군은 어떤 식으로든 지금과 매우 다른 방향으로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 달라진 얼굴이 과연 어떤 모습일지, 국군의 날을 며칠 앞두고 갑자기 궁금해진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