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제공하고 있는 기업, 페이스북이 미국 시간으로 지난 10월28일 전격 사명(社名)을 변경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이 흘러나오고 있는데, 경위야 어찌되었든 우린 전 세계 모든 기업의 시가총액 리스트에서 6위(2021년 10월 기준 1조485억 달러, 약 1208조 원)에 오른 기업이 회사 이름을 변경한 광경을 보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IT 업계에선 회사의 이름이 곧 서비스 자체의 명칭이기도 한 경우가 많아 변경 사례가 더더욱 드문데, 이번 페이스북의 사명 변경은 그런 세간의 통념을 거스른 케이스라 더욱 특이한 것이 사실(다만 페이스북은 사명을 변경하더라도 기존의 서비스 네이밍인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의 이름은 그대로 계속 가져갈 것이라고 했다).
페이스북이 이번에 바꾼 이름은 메타(Meta). 당연히 현재 IT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가 되고 있는 메타버스(MetaVerse)를 연상하게 되는데 실제로 페이스북의 CEO 마크 저커버그는 “우리는 메타버스 회사로 보이기를 바라며, 지금은 우리가 누구이고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 반영하는 회사(로서의) 브랜드를 채택해야 할 때”(BBC와의 인터뷰에서 발췌)라고 밝히기도 했다.
아무튼 이에 따라 오는 12월부터 미국 증시에서 페이스북은 주식 거래 시 기존의 약어인 ‘FB’ 대신 ‘MVRS’라는 새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다만 이번 페이스북의 사명 변경은 저커버그의 말처럼 ‘뭔가 더 넓은 세상으로 가기 위한 새로운 도약’ 같은, 장밋빛 미래(?) 대신 어두운 현실에서의 소심한 일탈을 꿈꾸는 움직임으로 보는 이들이 더 많다.
지금 미국에서 페이스북은 그야말로 사면초가 상황에 다름 아니다. 최근 얼마간 페이스북은 서비스 운영에 관한 전 직원들의 잇따른 폭로로 인해 기업 이미지에 큰 손상을 입었고, 실제로 미국과 영국 의회에 페이스북에 매우 불리한 내용의 청문 보고서가 제출되기도 했다. 그 보고서의 내용은 아주 다양(?)했다. 예컨대 페이스북의 일부 포스팅이 10대 이용자들의 정신건강에 매우 해롭다는 것이 입증되었음에도 회사 차원에선 이를 의도적으로 조장하거나 방치했으며, 혐오 발언을 다룬 포스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는 내용 등이다. 물론 페이스북이 이런 식으로, ‘대응 아닌 대응’을 한 이유는 그저 서비스 이용량(이용자 수와 시간 모두)을 조금이라도 더 늘리기 위한 것에 다름 아니었을 것이다.
얼핏 보면, 무슨 이슈가 있을 때마다 이름 바꾸고 로고도 바꾸고 소속 국회의원 몇 명 내보냈다가 뒷문으로 슬쩍 다시 받아들이곤 했던(그러면서 길바닥에서 큰절도 빼먹지 않았던) 대한민국의 모 정당이 하는 짓이 연상되어 몹시 느끼하다. 그런데 페이스북의 경우 꼭 그렇게만 보기도 힘든 것이, 현재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이용량은 전 세계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이고 적어도 SNS라는 플랫폼에선 딱히 이렇다 할 모멘텀이 보이지도 않는다는 점은 이 IT 업계의 공룡이 새 먹거리를 찾기 위해 나설 수밖에 없다는 역설을 보여준다.
실제로 페이스북은 메타버스 사업부인 리얼리티랩스에 이미 3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고 앞으로 1년간 최소 12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의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긍정적인 신호로 평가하고 있지만, 동시에 부정적인 시그널로 보는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
아무튼 페이스북이라는, 참으로 대단한 회사가 사명을 공식적으로 변경하는 보기 드문 광경을 우리는 목격했다. 앞으로는 내외의 악재를 어떻게 극복할지, 거기에 주목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