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21년 4월26일 월요일. 태평양 건너로부터 낭보가 전해졌다. 바로 제9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 연기 퍼포먼스 부문에서 한국인 최초의 수상자(여우조연상, 윤여정)가 탄생한 것.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70대의 노배우가 또박또박한 영어 발음으로 위트 넘치는 수상소감을 말할 때, 평소 영화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나 그렇지 않은 이들까지 모두가 많은 감동을 받았을 것이다.
지난해 한국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 등 주요 부문의 수상에 이어 2년 연속으로, 미국 내 영화산업 종사자와 관련자들에겐 적잖은 놀라움을 안겼을 터. 그런데 그들을 포함해서, (미국 내의)전체 연예 관련 산업 종사자들이 이번 아카데미상 시상식에 관해 기절초풍을 할 만한 뉴스는 따로 있다.
사실 아카데미상 시상식 중계 시청자 수는 지난 몇 년간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였는데, 올해는 지난해 약 2360만 명에 비해 절반 미만인 약 980만 명으로 집계된 것. 특히 올해의 아카데미상 시상식 중계 시청자 수는 역대 최저이면서 역대 최초로 1천 만 명 미만이라는 수치를 나타냈다.
팬데믹 사태로 인해 가장 크게 피해를 본 비즈니스 분야는 바로 영화산업이다. 영화 관객이 크게 줄면서 신작의 개봉도 자연스레 줄었고, 그러면서 사람들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진 것 때문이라고 보면 거의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이유들로 인해 아카데미로부터 떠난 사람들의 관심은 과연 어디로 향했을까? 지난 몇 년간, 팬데믹 사태가 절정이던 1~2년 사이를 포함해서 전 산업을 통틀어 거의 유일하게 양적 발전을 이룩한 분야, 즉 OTT(Over the Top: 제3의 사업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드라마나 영화 등의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로 향했다고 판단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리고 OTT 서비스 중 2021년 기준으로 업계 1위인 넷플릭스(Netflix)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넷플릭스는 특히 우리나라에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데, 재미있는 사실은 넷플릭스에서도 한국의 창작자들이 만든 콘텐츠에 매우 만족해 하며 한국에 대해 지속적인 구애(?)를 하고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누가 뭐래도 넷플릭스를 비롯한 여러 OTT 서비스들은 코로나 19의 ‘수혜’를 받은 비즈니스. 안 그래도 전염력이 높은 코로나인데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밀집되고 밀폐된 공간에 모이는 대표적인 공간인 영화관은 당연히 멀리할 수밖에 없게 되었고, 실제로 일정 기간 운영이 폐쇄되기도(국내외 모두) 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편하게, 집에서, 혹은 다른 그 어떤 장소에서 영상 콘텐츠를 만끽하기 시작했다. 과거 비디오 대여만이 소비자 입장에서 섭렵할 수 있는 유일한 2차 시장이었을 땐 영화관 개봉 -> 비디오 출시 전까지의 이른바 ‘홀드백’ 기간이란 것도 있어서 영화팬들이 애를 태웠는데 이젠 그런 것조차 무의미해진데다 넷플릭스에선 자체 제작을 통한 오리지널 콘텐츠까지 확보했다.
한편,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힘을 쏟아온 넷플릭스 역시 확실한 흥행력을 지닌 IP를 발굴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넷플릭스 공동 CEO인 리드 헤이스팅스는 할리우드 리포터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스튜디오들이 할 수 있는 건 훌륭한 프랜차이즈를 만드는 것”이라며 “우리는 <기묘한 이야기>를 비롯한 여러 시리즈에서 (프랜차이즈 개발 사업의)진전을 이뤘지만 <해리포터>와 <스타워즈>에 비하면 갈 길이 멀다”고 밝힌 바 있다. – KOFIC 뉴스레터 806호(2021.4.26.) / 영화진흥위원회 발간
영화를 보기 위해 굳이 영화관에까지 갈 이유가 없어진 셈이다.
그리고 영상 콘텐츠 자체의 소비 트렌드가 과거에 비해 달라진 점도 넷플릭스의 성공 요인 중 하나로 꼽을 만하다. 이에 대해선 특히 조명해볼 필요가 있는 언급이 있는데, 우리나라 시간으로 지난 4월19일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의 명문 클럽 레알 마드리드의 플로렌티노 페레즈 회장이 ‘유러피언 슈퍼리그’의 출범을 공식적으로 선언하면서 “(축구에 대한)젊은 시청자들의 관심이 줄어들고 있다”고 한 말이 바로 그것.
한때 전 세계에서 약 25억 명이 넘는 시청자가 확보된다는 말이 있던 UEFA 챔피언스 리그에 대한 관심조차, ‘요즘 젊은 세대’ 사이에선 예전 같지 않은 것이다. 특히 미국을 대표하는 메이저리그(MLB)의 시청자 평균 연령은 무려 59세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사실 전 세계 대부분의 프로스포츠 리그에서 젊은 시청자들이 이탈하는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이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 지 이미 오래. 실제로 프로스포츠의 천국이라는 미국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인기 프로스포츠의 경우 별도의 케이블 채널을 통해서만 시청이 가능한데, 요금이 매우 비싼 편(월 약 50~100달러 수준)인 유료 스포츠 채널의 구독을 해지하고 상대적으로 요금이 저렴한 동시에 ‘스포츠 콘텐츠의 대안이 될 수 있는’ 영화나 드라마 같은 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넷플릭스 등의 OTT 서비스로 갈아타는 ‘코드 커팅(Cord-Cutting)’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넷플릭스의 위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궁금해지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