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의 아이러니

어느 날 갑자기 뉴스에 등장해선, 지금 상당히 위급한(?) 상황이니 주의 환기가 필요하다고 하는 이야기는 하루 이틀 들은 건 아니다. 그런데 2021년 11월 현재,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속담을 우리가 실제 위험으로 겪을 수도 있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바로 호주와 중국의 무역 분쟁으로 인한 ‘요소수’ 부족 사태가 초래될 수 있다는 것.

일단 요소수란 무엇인지부터 알아보기로 하자. 요소수란 간단히 말해서 디젤 차량의 매연 배출을 절감하는 작동에 필요한 질소산화물 환원제. 그런데 벌써 20년째 디젤 차량만 몰고 있는(…) 김PD는 이번에 뉴스에 요소수 대란 이야기가 나오기 전까진 들어본 적도 없으니 이건 어찌 된 일? 요소수는 일반인이 자가용 개념으로 주행하는 SUV 등의 디젤 차량에는 넣을 필요가 없고 주로 대형 화물 트럭이나 버스, 건설 중장비 등의 구동을 위해 필요한 물질이다.

트럭이나 버스 같은 대형 차량을 몰 일이 없는 일반인 입장에서 그나마 요소수를 친숙하게(?) 느낀 경우가 있다면 그는 필시 야구팬일 것이다. ‘대한민국 대표 치어리더’라고 할 만한 박기량과 안지현이 롯데정밀화학이 생산하는 요소수 브랜드 ‘유록스’의 광고에 출연한 적이 있는데 이 광고는 주로 야구 중계 사이 이닝이 바뀔 때 방영된 경우가 많기 때문.

아무튼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각국에선 요소수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그 이유는 앞서 잠깐 이야기한 것처럼 호주와 중국의 무역 분쟁 때문. 요소수를 생산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석탄인데, 이 무역 분쟁 때문에 석탄 수급을 원활하게 할 수 없게 되자 중국 정부가 요소에 대한 수출 제한 결정을 내렸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의존하고 있던 중국산 석탄으로 생산한 요소수가 딸리게 되고, 급기야 물류 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화물 트럭이나 버스 같은 차량에 요소수가 필요한 이유는 디젤 내연기관이 내뿜는 배기가스의 후처리 장치인 SCR(Selective Catalytic Reduction: 선택적 환원촉매 설비)을 구동시키기 위한 것. 말하자면 디젤 엔진으로부터 발생하는 유해물질을 저감하기 위해 석탄이 필요한, 아이러니의 극을 달리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 여기에 전 세계 다수의 국가가 오로지 중국산 석탄(으로 생산한 요소수)만 바라보게 된 것은 생산 단가 문제와 함께, 역시 석탄 생산으로 인한 자국의 환경 오염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서였다. 자국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남의 나라 환경 오염은 ‘그럴 수 있다’면서 인정하고 넘어가는 상황에 입맛이 쓴 것은 어쩔 수가 없는 노릇이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세상사 아이러니로 점철된 꼴을 인식하게 된 게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번의 경우는 좀 특별하다. 당장 내일 아침 출근하기 위해 추운 날씨에 발을 동동 구르며 기다리는 버스의 운행이 중지될 수 있고, 당장 이번 주말 캠핑 때 입으려고 주문한 패딩을 택배로 받을 수 없게 된다면, 그런 상황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세상 어디에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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