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성범죄, 누가 누구를 훈계하고 있나

※ 들어가며: 물리적 위력이나, 때로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상대적 약자를 성적으로 착취하는 성범죄는 반드시 신체 접촉이 있어야만 성립되는 것이 아니란 것은 상식이다. 오히려 최근에는 피해자의 사진이나 영상을 음란물에 합성한 ‘딥페이크’ 영상도 등장했고, 피해자를 단순히 성적 대상화하는 성희롱 또한 이에 해당한다. 본 글에서는 그와 같은 모든 범죄 행위를 통틀어 ‘사이버 성범죄’라고 통칭한다.

앞서 언급한 딥페이크 음란물이 확산하는 가운데, 미국의 IT 보안 업체 시큐리티 히어로는 현재 사이버 공간에서 확인할 수 있는 약 9만여 건의 전체 딥페이크 음란 영상의 피해자 중 53% 가량이 한국인이라고 밝혀 충격을 주었다. 본인조차 이런 성적 대상화의 피해를 입었는지 여부를 알 수 없는 이런 경우의 피해자 대부분은 전세계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K-팝 아이돌인 경우가 많지만, 그저 내 학교 동창이나 지인 등, 일반인도 피해자가 된 사건을 우린 불과 얼마 전 목격했다.

사람을 사람으로 안 보고 그저 욕구 충족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이런 성범죄는 문명 사회에서 배격해야 마땅하다. 나아가서 관련 분야의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만큼 범죄 예방과 피해 구제에 있어서도 기술적 뒷받침이 충분히, 그리고 하루라도 빨리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상황이 벌어지는 와중, 최근 발생한 한 사이버 성범죄 사건에 주목하고자 한다. 아직 경찰에서 직접 수사에 나서진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피해 사례가 보고됐고 나름 취재도 이뤄진 사안인데 참 희한할 정도(?)로 기존의 메이저 및 레거시 미디어에선 다뤄지지 않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현직 조선일보(왜 아니겠어!) 논설위원과 역시 현직 국가정보원(!) 직원이 안면 있는 여기자들의 사진을 공유하며 심각한 수준의 성희롱 대화를 이어왔다고 한다. 이들은 평소 여러 언론사 기자들과 모임을 가졌고, 그 과정에서 촬영한 일부 여기자들의 사진을 공유하며 ‘문자 그대로 옮기기에도 민망한’ 수준의 대화를 나눴다. 그 대화 중 일부는 다음과 같다: “핥고 싶다”, “싸고 싶다”, “물 많은 스타일” 등. 그들의 더 파렴치하고 자세한(?) 대화는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파렴치한 성범죄가 벌어졌다

조선일보 논설위원-국정원 직원, 여성 기자 사진 공유하며 성희롱(미디어오늘)

조선 논설위원 문자 성희롱 파문에 내부 들끓는 조선일보(미디어오늘)

언론사가 그 특유의 업무 환경 때문에 원래부터 이른바 성적 감수성, 나아가 성적 대상화에 지나치게 둔감하다는 지적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조선일보가 ‘그 분야’에선 유명하고. 실제로 사내에서 벌어진 성적 비위 행위를 회사 차원에서 눈감아주거나 별 일 아니라며 유야무야 없었던 일로 하는 일은 예전에도 수 차례 행해졌다(해당 내용은 상기 두 번째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러고 보면, 전술한 사이버 성범죄에 대한 언급에서도 유독 조선일보는 다른 미디어들과 비교하여 사뭇 남다른(?) 시각을 보여주기도 했다. 일단 범죄 행위가 발생하면 마땅히 제일 먼저 관심을 가질 일은 피해자를 어떻게 구제할 것인지, 그리고 그런 일이 또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예방과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 아닌가? 그런데, 조선일보는 사이버 성범죄를 지적하면서도 정치 탓을 하거나 유통 플랫폼(세부적으론 텔레그램이나 카카오톡, 나아가선 SNS 전체)을 수사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유난히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 무엇이든 통제하고, 규제하며, 어쨌든 가두는 일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하필이면 족벌언론 조선일보에서 제일 많이 나온다는 사실이 못내 느끼하고, 입맛이 더럽다.

지금 누가, 누구를 훈계하고 앉아있는 건가?

누가 누구를 훈계한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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