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에 관한 몇 가지 생각들

현지 시간으로 지난 7월26일 프랑스 파리에서 제33회 하계 올림픽이 개막했다. 개인적으론 크게 관심이 없어서 개막 직전까지도 올림픽을 하긴 하는지, 정도의 생각만 들었고 대회가 막바지로 치닫는 현재까지도 그런 생각은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뉴스에서 연일 보도되고, 특히 한국 대표선수들이 양궁, 펜싱, 사격 등의 종목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때마다(역시 칼, 총, 활로 유명한 전투민족!) 사람들의 관심도 그만큼 커지는 모양새.

올림픽을 두고 지구촌의 축제라는 말도 하는데, 그만큼 큰 규모로 열리는 세계적인 이벤트가 달리 또 없으니 그런 말도 일리는 있다고 생각한다. 단,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올림픽에 대해 조금 삐딱하게(?) 여겨지는 몇 가지 생각들이 있다.

<올림픽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예전만 못하다?>

앞서 개인적으로도 이번 올림픽에 큰 관심이 없었다고 밝혔는데, 그렇게 생각하는 이가 나만은 아니었던 듯하다. 이번 파리 올림픽 개막식의 경우 대한민국 지상파 3사의 합계 시청률이 3% 내외로 집계되었는데, 이는 직전 도쿄 올림픽의 17% 시청률에 비하면 그야말로 초라한 수준.

그 이유는 여러 가지로 추측된다. 일단 대한민국에서 최고 인기 종목이라고 할 수 있는 야구는 아예 올림픽 종목에서도 퇴출됐고, 축구는 다들 아시다시피 지역예선에서 탈락. 올림픽 한정 인기 종목의 자리에 자주 오르는 여자배구 및 농구 같은 종목들도 모두 출전이 무산됐다. 그러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멀어졌다고도 하고, 그 외에 프랑스 현지와 대한민국의 시차 문제가 이유로 꼽히기도 한다.

여기에 경기 불황도 한 몫 단단히 하고 있다고 본다. 서민들의 실물 경기가 나빠지면, 소비만 줄어드는 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위축되는 것이 사실. ‘안 그래도 먹고 살기 힘든데 올림픽이니 뭐니 챙겨보는 것도 기운 빠진다’는 이야기. 올림픽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줄어든 이유 중 이 마지막 언급이 어쩌면 가장 두려운 것일 수도 있겠다.

일본에서의 사례이긴 하지만, 이런 ‘밈’도 양산되고 있는 파리 올림픽

<생활체육 vs 엘리트체육, 그 오랜 논쟁>

TV에서 올림픽 중계를 보면, 특히 유럽 국가들에서 출전한 선수들의 희한한(?) 직업이 화제가 되기도 한다. 경찰, 소방관, 군인 등은 물론 심지어 의사나 변호사 같이 멀쩡한 ‘직업인’들이 올림픽에 출전하는 광경을 보고 참 희한하다는 생각은 든다.

이를 두고 유럽이나 미국 같은 선진국이나, 하다못해 바로 옆 나라인 일본만 해도 이른바 생활체육이 활성화된 결과이고, 우리도 태릉선수촌(사실 요것도 옛날 얘기. 현재 태릉선수촌은 일부 종목의 훈련 시설만 남아있고 지금은 충북 진천에 있는 진천선수촌으로 대부분 옮겨갔다)으로 대변되는 엘리트체육의 한계에서 벗어나 실제 국민들이 몸소 즐기는 생활체육의 저변을 확대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 꽤 오래 전부터 있었는데…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는 이야기.

우선 많은 선진국에서 생활체육이 활성화되어 있고 스포츠를 즐기는 저변이 우리에 비해 넓은 것은 맞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특정 종목에서 국가적인 차원으로(말하자면 ‘국민 세금을 들여서’) 재정 지원이 들어가는 것도 사실이며, 심지어 독일은 우리나라의 진천선수촌 같은 기능을 하는 ‘올림픽훈련 거점 센터’란 이름의 시설이 지역마다 있을 정도다. 그리고 그런 시설에서 체계적인 훈련을 받기 위해선 수시로 열리는 전국 단위 대회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을 거둬야 하며, 이후 중앙 및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지원도 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아주 두드러진 훈련 성과를 보이는 경우 해외 유학이나 연수도 갈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도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아무튼 이와 비슷한 시스템을 운영하는 나라는 독일 외에도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 유럽 각국과 일본도 마찬가지.

‘태릉선수촌’도 옛말, 이젠 ‘진천선수촌’이다

덧붙여서, 특히 유럽 출신 선수들이 유독 군인이나 경찰 등의 직업을 많이 갖고 있는 것도 이유가 있다. 이탈리아의 경우 ‘Corpi Sportivi’, 독일의 경우 ‘Sportsoldat’란 이름의 엘리트체육 양성 시스템을 갖고 있는데, 이는 간단히 말하자면 다양한 종목의 뛰어난 선수들을 해당 국가에서 군인이나 경찰로 특별 채용해서 급여도 지급하고 최첨단의 훈련 장비도 지원하는 등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명백한 ‘엘리트체육 시스템’인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특정 소수 종목에만 치우쳐서 그렇지, 골프나 자전거를 즐기는 인구가 얼마나 많은가? 주변에서 골프나 자전거에 미쳐 있는 친구 한두 명은 꼭 있지 않은가!

<올림픽 종목 선정의 사회학>

앞서 이야기했듯, 대한민국 최고의 인기 종목이라고 할 수 있는 야구는 이번 파리 올림픽에선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지도 못했고 앞으로도 상당 기간 동안 그렇게 남아있을 가능성은 높다. 반면 우리나라에선 생소한 서핑이나 스케이트보드, 스포츠클라이밍, 그리고 브레이킹(‘브레이크댄스’란 이름으로 더 익숙한 그 브레이킹이다) 등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올림픽에선 어떤 종목이 새로 채택되고, 퇴출되는 것일까? 일단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공식적으로 내세우는 올림픽 종목 선정의 기준은 딱히 별 게 없다. 대중적으로 인기가 있고, 여성과 남성 모두가 참여 가능하며,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기술 및 안정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 등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공식적인 기준일뿐이고, 실상은 개최국이 자국에 유리한(메달 획득은 물론 자국 내에서 저변을 확대하여 인기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는 종목인데 여기엔 당연히 경제적 이유도 포함되어 있다) 종목을 ‘추가종목’으로 선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참고로 올림픽은 IOC 선정 28개 기본 종목에 개최국이 제안하는 4개 종목을 합쳐 총 32개 종목으로 열리며, 아시안게임의 경우 올림픽보다 많은 40개 종목으로 열린다.

남은 스케줄 중 가장 기대되는 이벤트는, 폐막식 ㅋㅋㅋ

아무튼 날씨는 점점 뜨거워지고, 딱히 기쁘고 속 시원한 뉴스도 별로 없는 요즘 그나마 잠시 위안이 되어 주고 있는 파리 올림픽에서 남은 이벤트 중 가장 기대되는 건, 톰 크루즈의 출연이 확정된 폐막식이다(다음 2028년의 34회 올림픽은 미국 LA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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