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모로 보나, IMF 사태의 재림

거의 15년 이상 단골인 커피숍이 있다. 제일 자주 가는 영화관 건물 상가에 있던 커피숍인데, 영화관 건물에 있던 만큼 사장님은 영화에도 관심이 많았고 실제로 영화도 자주 보셨던 지라 영화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누었다. 15년 이상이 되니 그 사장님은 영화에 대한 내 취향도 거의 완벽하게(!) 파악을 하셔서 “오늘은 <인피니티 워> 보러 오셨나요? ㅋㅋㅋ” 하는 수준에 이르는 대화까지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제 커피숍 사장님과의 영화 이야기를 더는 할 수 없게 되었다. 지난 달 그 커피숍이 문을 닫았기 때문. 사실 그 영화관 건물에는 푸드코트를 비롯해서 여러 가게들이 있는데 그 가게들 중 상당수가 이미 폐업을 한 상황. 들리는 이야기론 전국 CGV 체인 중에서도 개봉관 수가 많기로 손꼽히는 ‘그’ 영화관조차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고 할 정도.

이처럼 실물 경기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데, 대한민국의 공영방송이라는 KBS는 그 원인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을까? 아래의 영상…을 꼭 보진 않더라도, 썸네일 속 텍스트를 보면 확인할 수 있다.

시민들의 해외여행, 직구로 내수 경기가 엉망이라고?

어느 모로 보나 30여 년 전 IMF 구제금융 사태를 떠올리게 만든다. 시민들이 쉽게 체감할 수 있는 실물 경기가 얼어붙었다는 것도 그렇고, 바로 그런 상황이 닥친 이유가 바로 국민들의 해외여행과 해외 직구 등의 소비 행태라며 ‘나발’을 불고 있는 공영방송의 모습도, 바로 그 옛날 그 레퍼토리 그대로 아닌가?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많이 가는 이유가 국내 여행지 물가가 해외보다 비싸기 때문이라는 생각은 안 드나? 한국에서 손꼽히는 여행지라고 할 수 있는 제주도에 관해서만 해도 ‘제주 가느니 동남아나 일본 간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도 벌써 한 20년 되지 않았나? 게다가 최근엔 엔저 현상으로 인해 일본 물가가 더 떨어지기도 했고.

직구에 관해서도 그렇다. 사람들이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을 이용해서 해외 직구를 하는 이유가 국내에서 사면 더 비싸기 때문이라는 생각은 안 드나? 그리고 한국의 일부 도매업자들은 인터넷에서도 구매 가능한 제품을 그대로 국내로 들여와 판매하는, 이른바 ‘텍갈이’를 하고 있다는 것도 사실 아닌가?

영화 <내부자들>의 바로 그 명대사가 다시 떠오른 하루.

“대중들은 개, 돼지입니다. 적당히 짖어대다가 알아서 조용해질 겁니다”

대중은 개, 돼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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