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 19로 촉발된 팬데믹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이른바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라 소매점의 영업 시간이 제한되면서 술꾼들의 방황(?) 또한 깊어지고 있다. 예전 같으면 이제 1차 막 끝내고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할 시간인 오후 9시 ~ 10시면 술을 파는 모든 영업점이 문을 닫는데, 이런 상황이 못내 안타까운 것. 지금도 오후 9시에서 10시 사이에 강남 인근이나 신촌, 혹은 사당 같이 술집이 많은 동네를 가보면 왠지 모를 아쉬움에 입맛 쩝쩝 다시면서 마치 미어캣처럼 주변을 휘휘 둘러보는 사람들을 꽤 많이 볼 수 있다.
아무튼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서 집에서 혼자, 혹은 몇 명이 모여서 먹고 마시는 이른바 ‘홈(Home)술’도 늘었다고 하는데, 그와 동시에 또 다른 수요도 늘어났으니, 그건 바로 대낮부터 술을 마시는 낮술. 하긴, 끝마치는 시간이 당겨졌으면 시작하는 시간도 당겨야 하는 것이 응당 맞는 처사(?). 게다가 오후 6시 이후엔 사적 모임을 가질 수 있는 인원 수도 제한이 되지만 그 이전까진 그와 같은 제한이 없기 때문에 낮술을 마시기에 딱 좋은 조건이 만들어진 셈이다(?). 언제나 술 마실 ‘그럴싸한’(물론 혼자만의 생각인) 이유를 찾아내고야 마는 술꾼의 생리.
대한민국 사회는 참으로 음주에 관대한 사회라는 것이 많은 이들의 공통적인 생각일 것이다. 대한민국 사법부가 내리는 판결 가운데 이른바 ‘(음주로 인한)심신미약 상태임을 감안하여’라는 말이 들어가는 경우가 의외로 많은 점만 봐도 그런데, 그와 같은 판결이 오히려 음주를 부추기는 것까지는 아닐지라도 적어도 곡해의 여지는 주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어쨌든 개인적으로는 이런 사법부의 행태에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 음주로 인해 사고를 쳤으면 오히려 가중처벌을 받아야 하지 않나 생각하는데. 아무튼 그 외에도 ‘술은 어른한테서 배워야 한다’는 말이 예전부터 통용되었던 점이나, 요즘은 예전에 비하면 줄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직장 회식이나 여러 모임 등에서 단체로 술을 마시는 광경을 정말 흔하게 봤던 점만 봐도 그렇다.
그런데 참 희한하게도, 아직 대한민국 사회의 구성원 대다수는 낮술을 매우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사실. ‘낮술 먹고 취하면 부모도 못 알아본다’는 말이 있는 것부터 시작해서, 낮술은 여전히 한량이나 무직자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것 등을 볼 때 그렇다. 사실 낮술이라고 하면 점심 식사 때 와인이나 맥주를 곁들이는 경우가 많은 유럽 각국이나 미국이 훨씬 더할 텐데, 세계 그 어떤 나라에 비해서도 음주량으로는 결코 떨어지지 않을 대한민국이 낮술을 그렇게 백안시한다는 것도 좀 웃기는 일이긴 하다. ^^;;;
건강을 생각한다면 낮이고 밤이고 당연히 술은 줄이거나 아예 끊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실제 그렇게 하기 힘든 경우라면 나름 즐겨야 하지 않겠는가?! 일단 낮술은 너무 더운 여름날보단 적당히 추워진 가을이나 겨울이 좋다. 그러니 지금부터가 딱 좋다는 얘기. 한여름에 낮술을 마시면 땀에서도 알코올 냄새가 나는 걸 그대로 느낄 수가 있고(정말이다) 그러면서 너무 금방 깨는 느낌이라 평소 주량보다 더 많이 마시게 되는 부작용이 있는데, 날씨가 추우면 적당히 취기가 오래 가기 때문에 역시 적당한 양으로 술을 마시게 된다. 그리고 아예 작정을 하고 낮술을 마시는 경우가 아니라면, 맥주나 막걸리처럼 상대적으로 도수가 낮은 술보다는 양주나 고량주처럼 상대적으로 도수가 높은 술이 좋다. 낮은 술은 자칫 너무 많이 마시게 되는 일이 발생하기 때문에. 그리고 안주는 저녁에 작정하고 술 마실 때 자주 먹었던 안주 말고, 가급적이면 평소에 먹을 일이 별로 없었던 안주가 좋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낮술을 마시는 행위 자체가 평소 자주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만큼 더 여유롭게 즐기자는 의미.
이러니 저러니 이야기를 했지만, 어쨌든 하루 속히 코로나를 확실하게 진압하거나 적어도 안전한 수준에서 컨트롤할 수 있는 방안이 나오기를 고대한다. 술꾼들도, 자영업을 하는 사장님들도 그래야 모두가 평안하지 않겠는가! 물론, 다시 이야기하지만, 술은 건강에 해롭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