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의 힘을 빌어, 이미 사망하여 이젠 세상에 없는 뮤지션의 목소리를 되살려낸 경우는 국내외에서 제법 찾아볼 수가 있다. 당연하지만 생전 많은 팬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던 가수들이 명을 달리 한 이후에도 이와 같은 ‘호사’를 누린 것. 해외에선 커트 코베인이 대표적이고 의외로 국내에서도 터틀맨, 김현식, 김광석 등의 사례가 많다(다만 국내의 경우 생성형 AI 같이 ‘본격적’인 기술이 쓰인 것이라기보단 단순 추출과 합성 정도로만 봐야 한다).
그런 와중에, 그야말로 시대를 풍미한 뮤지션이자 아이콘이 된 인물, 존 레논의 목소리가 AI의 힘으로 되살아나 화제다. 지난 11월2일 발표된 ‘비틀즈의 신곡’, <Now and Then>이 바로 그 곡. 애초부터 유일한 원 소스 자체가 존 레논의 노래와 반주가 카세트테이프에 녹음된 형태로 남아있었으니 디지털 추출 자체가 불가능했는데, 생성형 AI에게 지속적으로 반복 학습을 시켜서 반주와 노래를 기어코 추출할 수 있었던 것이다.
과거 비틀즈 멤버 중엔 존 레논 말고도 기타리스트인 조지 해리슨도 이제 세상에 없다. 그러니 지금 우리가 듣게 된 <Now and Then>은 (AI로 복원된)존 레논의 목소리와 조지 해리슨의 기타 연주, 그리고 (현재 실제로 생존해 있는)폴 매카트니의 목소리와 링고 스타의 드럼 연주가 하나로 만난 것. 그야말로 첨단 과학기술의 희망편이라고나 할까.

존 레논 사망 전, 비틀즈는 멤버간 불화(라고 쓰고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의 불화라고 읽는다)로 인해 해체를 했고 활동을 종료했다. 이건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인데, 한 가지 덧붙일 이야기가 있다. 이번에 <Now and Then>이 녹음된 카세트테이프는 당연히 존 레논이 갖고 있던 건데, 그 테이프 라벨에 바로 ‘For Paul’이라고 써있던 것. 그리고 가사 내용도 살펴보면 꽤 먹먹하다. ‘네가 있어서 이 모든 것이 가능했고’,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걸 우리 모두는 알게 될 거’라며, ‘가끔 네가 그리울’ 거며, ‘모든 것이 네 덕분’이라고 읊조리는 존 레논의 목소리라니. ㅠㅠ
영원할 수밖에 없는 비틀즈의 팬으로서, 정말 뭉클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