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영화나 드라마나 소설 등의 이야기에서, 경찰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은 으레 그 주인공이 선한 편이겠거니 하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정의의 주인공이 악당을 때려잡는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라는 생각도 하기 마련. 대부분은 그렇지만, 가끔 주인공이 선인은커녕 악당보다 몇 술은 더 떠서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이야기도 있다.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이야기가 주는, 각별한 재미가 있다. 무엇보다 정의를 수호하는 것까진 아니어도 적어도 ‘나쁜 짓’과는 거리가 멀어야 할 것만 같은 경찰이 뇌물을 받고, 증거물을 몰래 유기하며, 정보원을 협박하기도 하는 등의 행위를 목도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일종의 배덕감. 그리고 이런 주인공은 맨몸으론 도저히 맞설 수가 없는 절대악과 대적하기 위해서 종종 깨끗하지 않은 수단을 쓰기도 한다. 그 주인공의 시도는 성공할 때도 있고, 실패할 때도 있다.
디즈니+ 채널의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형사록>의 주인공인 김택록 형사(이성민)가, 바로 위에 이야기한 ‘악질경찰’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오히려 억울한 누명을 쓴(1시즌) 쪽에 가까운데, 숨가쁘게 이어진 1시즌 내내 보이지 않는 악당으로부터 많이 ‘당했던’ 그는 2시즌에 와선 자신의 누명도 벗고 작중 공간적 배경인 영서도 금오시(물론 가상의 지명이다. 항구도시이며 중공업이 흥한 모습을 봤을 때 울산 정도가 모델인 듯)를 둘러싼 거대한 악의 네트워크에 맞서고자 한다.

잠깐 요약한 내용만 보더라도 사실 이야기 자체가 아주 신선하진 않다는 건 알 수 있다. 이전에도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봐서 익숙한 내용. 다만 <형사록>의 진짜 매력은 다른 곳에서 만날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1시즌 때도 그랬지만, <형사록> 2시즌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역시 배우들의 호연이라는 점이다. 눈빛과 표정 변화만으로 씬을 완성시키는 김택록 역의 이성민은 물론, 2시즌에 새로 합류한 김신록(그러고 보니 이 쪽이 진짜 ‘형사록’이다. ㅋㅋㅋ), 정진영, 주진모 등 베테랑 연기자들의 진지한 연기가 안 그래도 묵직한 이야기에 더 큰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주인공 김택록이 딱히 악인이라고 할 만한 인물은 아니지만 원하는 결과를 손에 넣기 위해 살짝 ‘더러운’ 방법을 쓰기도 하는 걸 봤을 땐 ‘피카레스크’의 향취도 살짝 풍긴다. 피카레스크란 간단하게 말하자면 등장인물 거의 모두가 악인인 서브 장르인데, 대놓고 악당인 건 아니라도 뭔가 비밀스럽고 음흉한 구석이 있는(작중에선 대표적으로 금오서 여청계의 연팀장이 그렇다) 캐릭터가 꽤 인상적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심지어 그는 주인공과 조력 관계를 형성하기도 한다.

<형사록>이 2시즌에 와서 1시즌과 비교해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라면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우선 하나는 전체적인 스케일이 커졌다는 것. 1시즌이 주력했던 부분은 사사건건 김택록 형사를 위협했던 ‘친구’는 과연 누구인지 밝혀내는 부분이었다면(그리고 끝끝내 밝혀지진 않고), 2시즌은 금오시, 나아가서 (가상의 지명인)영서도 전체와, 경찰 내부의 사조직을 상대로 싸움을 벌이는 주인공의 모습을 볼 수 있다.
1시즌과 2시즌의 두 번째 차이점은, 첫 번째로 언급한 부분과도 연결된다. 무엇보다 이번엔 악당이 진작 구체화되었다. 사실 범죄 / 스릴러 장르의 드라마에서 정치인이 출연한다는 것부터가 너무 대놓고 스포하는 느낌인데 ㅋㅋㅋ ‘검찰 요직 출신으로 공천 받아 국회의원 하다가 지자체장 선거에 나온 인물’이 이 장르에서 착한(?) 역할을 맡는 일은 드물다는 점을 생각하면 곧바로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악인이 너무 많은’ 세계관의 구현. 생각하기 힘들었던 부분에서 펼쳐진 의외의 반전으로 인해 남은 에피소드에서 주인공이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궁금해지는 것이다. 덧붙이면 글 작성 중인 7월24일 기준으로 <형사록> 2시즌은 마지막 에피소드 두 편의 공개를 남겨두고 있다.

해외 OTT들이 국내에 진출하면서 크고 작은 투자를 하고 있는데 그러면서 대한민국 오리지널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여 공개하기도 한다. 그런 중 넷플릭스에서 가장 성공적이었던 작품은 누가 뭐래도 <오징어게임> 시리즈일 것이다. 그리고 디즈니+ 채널에서, 실제 가입자 유치로 이어진 정확한 데이터는 확인이 곤란하지만 적어도 완성도나 화제성 측면에서 가장 성공적인 작품이라고 할 것 같으면 누가 뭐래도 <형사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시즌의 엔딩은 과연 어떻게 될까 궁금하다. 1시즌처럼 새 시즌을 염두에 둔 ‘찜찜한’ 엔딩이 될 것인지? 새 시즌이 나오더라도 이번엔 안 그러면 좋겠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