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개인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게 있어서 그에 관련한 교육을 받는 중, 우리나라 인구의 고령화 추세를 조명한 언급이 나왔다. ‘대한민국이 늙어간다’는 말은 이젠 정말 새삼스럽지도 않은 듯하지만 다시 되새겨보자. 아, 그 이야기를 하기 전에, 여러 미디어에서 자주 혼동해서 쓰는 표현을 먼저 바로잡아야 하는데 바로 고령화사회, 고령사회 등의 용어다. 실제 많은 이들이 그저 관용적 표현으로 알고 있는 이 단어들은 명백한 기준이 있다. 게다가 그 기준을 정한 곳은 UN이다!
UN이 정한 기준에 의하면, 전체 인구 수 대비 65세 이상의 노인 인구 수가 얼마나 되는지에 따라 다음과 같이 구분된다.
- 고령화사회(Aging Society): 노인 인구가 7% 이상인 경우
- 고령사회(Aged Society): 노인 인구가 14% 이상, 20% 미만인 경우
- 초고령사회(Super-Aged Society): 노인 인구가 20% 이상인 경우
어떤가?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미디어에서 정확한 기준에 대한 확인도 언급도 없이, 얼마나 엉터리로 이 표현을 써왔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뭐, 대한민국 언론의 수준에 대한 지적은 오늘 할 이야기는 아니고. 전술했듯 이 글에선 우리나라 인구의 고령화에 대한 이야기만 하기로 한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인구 고령화 현상을 진작 겪은 대부분 선진국의 상황과 비교해도 우리나라의 고령화 추세는 그야말로 독보적인 수준이다. 일단 고령화사회 > 고령사회 > 초고령사회 순으로 발전(?)해 나가는 속도의 문제인데, 우리나라가 고령화사회로 접어든 것은 지난 2000년의 일이다. 그러니까 2000년에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 수는 전체 인구 수 대비 7%가 넘어선 것.
그랬던 우리나라가 고령사회로 접어든 것은 지난 2018년의 일. 그러니까 불과 18년만에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 수는 두 배가 늘어난 것이다. 그리고 2023년 현재 우리나라는 고령사회의 끝자락에서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여러 예측에 따르면 오는 2025년, 혹은 2026년이면 초고령사회로 접어든다는 말인데,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의 진입 속도가 불과 7~8년 정도인 것이다!

이쯤에서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자.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데에 걸린 시간은 프랑스의 경우 115년이었다. 영국은 그보다 훨씬 빨라서 50년, 미국도 그보다 훨씬 빠른 15년이었다. 선진국 가운데 초고령사회 진입 속도가 가장 빨랐다고 하는 일본조차 10년이 걸렸는데 우리나라는 그보다도 빠른 속도를 보이고 있다. 하여튼 안 좋은 쪽으로(?) 기어코 세계 1위를 찍고 만 대한민국. ㅠㅠ
현재 우리나라가 처해 있는 여러 가지 사회문제들이 많고, 많은 전문가들이 그 가운데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로 저출생 상황을 언급하고 있는데 사실 그에 못지 않게 노인 문제 또한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노인 문제는 여타 사회문제들처럼 규제 철폐나 특정한 정책 수립을 통해 해결하기가 어렵고, 사실상 막대한 재정 투입 말고는 뾰족한 수가 보이질 않는 것이 더 골치가 아파지는 부분이다.
우리나라에선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원작자이면서 트윗으로 희대의 망언을 내뱉은 츠츠이 야스타카의 작품 중 <인구조절구역>이란 작품이 있다.
※ 츠츠이 야스타카의 트윗 망언: 그는 트윗으로 ‘위안부 소녀상에 정액을 뿌려놓자’는, 천인공노할 망언을 한 바 있다. 물론 그 표현만 놓고 보면 한국인 입장에선 때려 죽여도 시원치 않을 발언이긴 한데 애초 그는 일본 내에서도 우익은 물론이고 전공투 세대로 대변되는 좌파까지 싸잡아서 ‘모두까기’를 했던 점과 원래부터 사회 전반에 대해 ‘선 넘는’ 발언을 하기도 했던 인물이라는 점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해당 트윗이 국내외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키자 트윗은 삭제되었다.
<인구조절구역>이란 작품에서도 작가의 ‘막 나가는’ 성향은 그대로 드러난다. 때는 가까운 미래. 일본 내에서 인구 고령화 추세가 극에 달하고 노인 부양에 소요되는 비용이 한정 없이 늘어나자 일본 정부는 특정한 시기, 특정한 구역 내에 거주하는 70세 이상의 노인들이 서로 죽고 죽여서 마지막 한 명만 살아남게 하는 이른바 ‘노인상호처형제도’를 운영한다는 이야기. 하도 예전에 읽어서 그 메인 테마만 기억에 남아있고 자세한 부분까지 모두 기억나진 않지만 으스스한 내용처럼 소설의 묘사 또한 매우 충격적이고 잔혹했던 기억은 남아있다.
아무튼, 이렇게까지 극단적일 수는 없겠지만, 인구 고령화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는 다른 누구도 아니고 분명 지금의 우리 발등에 떨어진 불로 받아들여야만 한다. 어렵겠지만, 신뢰할 수 있는 해결책이 필요하다. 그것도 지금, 당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