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 다루기엔 조금 덜 어울리는(?) 테마 아닐까 잠깐 생각을 했지만, 읽어보니 또 의외로 재미있는 구석이 있는 기사를 봐서 뉴스 코너를 통해 전한다. 다름이 아니라 이병헌 배우가 (스케줄 문제로)출연을 거절할 수밖에 없었던 작품 리스트가 알려졌는데, 그 리스트가 정말 쟁쟁한 이름들로 채워졌기 때문. 그 이름들은 무려 <올드보이>, <기생충>, 그리고 <헤어질 결심> 등이다!
이병헌은 현지 시간으로 4월19일, 미국 스탠포드대에서 열린 ‘한류의 미래: 글로벌 무대의 한국영화’ 컨퍼런스에 연사로 참여, ‘유창한’ 영어로 연설을 했다고. 해외에서 바라본 한류 콘텐츠의 위상 변화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배우로서 개인의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 청중으로부터 “출연을 거절해 후회한 적이 있나”라는 질문을 듣고는 바로 <올드보이>, <기생충>, <헤어질 결심>을 언급한 것이다.

이병헌 속앓이 회고 “올드보이, 기생충 거절하고 후회했다” (링크 / 연합뉴스)
연기력으로 국내에서 손꼽히는 배우이기도 하고, 어떤 작품에서 어떤 역할을 하든 ‘이병헌’이란 인상보단 ‘바로 그 캐릭터’란 인상이 짙게 남는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이기 때문에, 역시나 앞서 이야기한 작품들에 나온 걸 상상하면 흥미로워진다.
<올드보이>를 생각해보자. 아마도 이우진(유지태) 역으로 제안이 들어갔을 텐데, 최민식과 이병헌이 ‘쩌는’ 미장센과 연출로 유명한 박찬욱 감독의 영화에서 만나다니! 그러고 보니 박찬욱 감독과는 <JSA>에서 같이 작품을 한 적이 있는 이병헌이고, 바로 그 작품으로 연기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고까지 말하고 있으니 아마도 1순위로 제안이 들어갔을 것 같긴 하다. 이런 생각까지 하니 진짜 아깝네. 아, 그렇다고 유지태의 연기가 나빴다는 건 아니다.
그럼 다음으론 <기생충>이다. 여기선 당연히 박사장(이선균) 역으로 제안이 들어갔을 터. 이병헌이 반지하 방에 살면서 러닝셔츠 차림으로 피자 박스 접고 앉아있는 건 좀 웃기잖아. ㅋㅋㅋ 아니 그건 또 그거 나름대로 재미있는데? 만약 정말 이병헌이 박사장 역을 맡았다면 비중이 조금 더 커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든다.
그리고, <헤어질 결심>이다. 장해준(박해일)은 험한 경찰 일을 하면서도 항상 깔끔한 수트 차림으로 다니고 업무에 철두철미하지만, 결국 가까워지면 곤란한(?) 인물과 가까워질 수밖에 없는 인물이다. 만약 이병헌이 장경감이었다면, 흔들리는 심리를 눈빛만으로 표현하는 게 워낙 능한 배우이기 때문에 시나리오 자체도 살짝 바뀌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물론 박해일의 안절부절하는(…) 연기도 좋았지만.

그 ‘다른 스케줄’은 <오징어게임>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재미있는 상상을 해봤다.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이름, 박찬욱 감독의 작품이 두 편, 봉준호 감독의 작품이 한 편이다(이병헌의 필모에 봉감독과 같이 한 작업은 없다). 한 가지 덧붙이면, 시나리오 작가가 글을 쓸 때 특정 캐릭터에 특정 배우를 염두에 두고서 ‘마치 그 배우가 실제 연기를 하는’ 상상을 하면서 쓰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다. 이런 경우는 할리우드에도, 충무로에도 많은데 심지어 아예 시나리오 개발 단계부터 배우와 캐스팅 이야기를 다 마치고선, 배우와 함께 미팅을 하며 시나리오를 쓰는 경우도 있다.
시나리오를 꼼꼼하게 읽고 캐릭터를 철저하게 분석해서 감독 및 시나리오 작가와 활발한 의견을 주고 받는 것으로 유명한 이병헌 배우의 차기작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될 <승부>, 그리고 개봉일이 아직 알려지지 않은 <콘크리트 유토피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