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가 왜 진보적이야?

현대자동차가 새롭게 선보인 ‘캐스퍼’는 여러 가지 차원에서 화제를 낳고 있다. 일단 캐스퍼는 현대차가 아토스 이후 19년 만에 선보이는 경차 모델이고, 지난 9월 출시와 함께 사전 예약을 시작한 첫 날에만 1만8940대 계약을 마쳐 현대차에서 출시한 내연기관 탑재 모델 가운데 가장 높은 기록을 작성했다. 참고로 현대차 전체를 통틀어 출시 첫 날 가장 높은 사전 예약 기록을 작성한 모델은 아이오닉 5로 2만3760대. 이 기록은 지난 2021년 2월에 작성되었다.

그 외에도 예상을 뛰어넘는 예약이 이어지며 애초 세웠던 올해 생산계획을 초과하는가 하면, 예쁜 디자인과 만족스러운 옵션을 모두 포함했을 때 예상 외의 높은 가격(당연하게도) 등이 많이 회자되는 와중, 캐스퍼에 관해 또 재미있는 뉴스가 전해졌다.

현대차 ‘캐스퍼’ 대박에 노조 “온라인 판매 금지”

기사의 내용인즉, 캐스퍼는 100% 온라인을 통해서만 판매가 이루어질 예정인데 이에 대해 현대차 노조에선 차량 판매 과정에서 영업사원의 노동력이 배제되며 향후 고용안정 차원에서 불안이 초래될 것이라고 반발하는 것이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선 짤막한 부가 설명이 필요하다. 원래 현대차의 경우 완제품인 차량을 어떤 방식으로 판매할 것인지에 대해선 노사 협의가 필요하다(현대차 단체협약 내의 규정). 그런데 캐스퍼의 경우는 애초 ‘광주형 일자리’의 일환으로 광주글로벌모터스(GGM)가 현대차로부터 위탁을 받아 생산하는 제품. 따라서 캐스퍼는 상기한 현대차의 단체협약 내용을 살짝 피해갈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사측에선 판매 단가가 낮아 대리점을 통한 판매 수익 자체가 적고, 캐스퍼의 주력 고객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른바 MZ세대의 소비 트렌드를 고려하여 온라인 판매를 추진한 것이라고 하면서 ‘(온라인 판매에 대해)노조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진 않겠다’고도 덧붙였다.

이와 같은 내용이 알려지며 인터넷 공간에선 현대차 노조를 성토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그저 밥그릇 싸움에만 관심이 있는 집단이란 표현은 그나마 점잖은 편. 아예 국가 경제를 좀먹는 행위라는 지적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황. 여기에서 김PD가 덧붙이고 싶은 말은, 어느 한 쪽을 편들거나 혹은 비난하려는 게 아니라, 지금까지 우리가 어떤 사안에 대해서 뭔가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내용은, 바로 ‘노조는 진보적이다’라는 것.

그런데 따지고 보면 노조는 진보적일 이유도, 그럴 필요도 없는 집단이다. 조합이란 것 자체가 서양 중세 시대 일부 상인이나 장인들이 자신들의 이익과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모인 폐쇄적 집단인 길드(Guild)로부터 시작되었던 것을 생각해보자. 김주영 작가의 노작(勞作), ‘객주’를 보면 우리나라에서도 역사적으로 보부상 조직이 매우 폐쇄적이고 배타적으로 운영되었던 것을 알 수 있는데, 어차피 ‘이익 추구’라는 공통의 관심사를 갖고서 모인 집단이 개방적이고 진보적이길 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 아닌가?

물론 우리나라 근현대사에서 노조 집단이 정치 지형에서 꽤나 진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서 나름 영향력을 행사하던 시절이 있기는 했다. 그런데 지금, 한국노총은 말할 것도 없고, 민주노총을 두고서 과연 ‘진보적’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이건 많은 이들의 오해다. 착각하지 말자. 그저 사용자와 대립하고 시끄러운 노래 스피커에 꽝꽝 틀어대는 건 진보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들이다.

다시 이야기하지만, 노조는 태생부터 철저하게 구성원들의 이익을 실현하고자 노력하는 집단이었다. 조합 밖의 사람들이 어떻게 먹고 살 것인지에 대해서, 약 40~50여 년 전엔 고민을 했겠지만 지금은 그런 모습을 전혀 볼 수가 없다. 게다가 현재 실제로 대다수의 노조는 진보적이지도, 개방적이지도 않다. 현대차가 캐스퍼를 100% 온라인에서만 판매하겠다고 하는 방침에 대해 현대차 노조가 반발을 하는 건, 노동자의 권리를 옹호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제스처라고 생각하면 괜한 화만 불러일으키면서 스트레스 받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다만 이런 소식을 전하는 대한민국 대부분의 언론이 프레이밍을 통해 노조를 어떻게 그리는지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선 또 다른 고민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선 다음에 기회가 되는대로 살펴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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