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썰 웨폰>은 경찰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 시리즈 중에서 흥행에도 꽤 성공한 편이고 시리즈 내내 괜찮은 평가를 받았다. 개인적으로도 참 재미있게 봤고, 무척 좋아하는 영화. 다만 시리즈의 마지막 4편에서 이연걸이 참 멋대가리 없는 악당으로 나온 게 불만이지만 그것만 빼고 나머지는 거의 대부분 좋았다. 아직 솜털이 보송보송하던 시절의 멜 깁슨이나(작중에서 그는 무려 베트남전 참전 용사라는 설정으로 나온다) 푸근한 아저씨 같은 대니 글로버도 배역에 참 잘 어울렸고.
성격이나, 인성이나, 일을 대하는 태도나 하여튼 여러 가지 면에서 판이하게 다른 두 경찰이 한꺼번에 주인공으로 나오는 대표적인 버디(Buddy) 무비의 전형을 세우기도 했는데, 이는 미국인이라면 많이들 알고 있는 ‘좋은 경찰, 나쁜 경찰(Good Cop, Bad Cop) 놀이’라는 유머 코드를 그대로 실사화한 것이기도 하다.
좋은 경찰 나쁜 경찰 놀이라는 건, 이런 식이다. 경찰이 어떤 사건의 용의자를 검거했다. 그래서 그를 취조실로 데려와서는 이런저런 질문을 던지면서 혐의를 입증하려고 한다. 그런데 억지로 잡혀온 용의자가 자신의 범죄를 순순히 시인하는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고, 여기에서 ‘배드 캅’이 등장한다. 용의자를 윽박지르고, 책상을 뒤집어 엎고, 심지어 (CCTV 카메라가 감시하지 못하는 구석에서)구타까지 한다.
그런데도 용의자가 자신의 범죄를 시인하지 않을 때, ‘굿 캅’이 등장한다. 화가 머리 끝까지 나 있는 ‘배드 캅’을 잘 구슬려서 취조실 밖으로 내보내는 한편, 용의자에게 스윽 다가가서 괜히(?) 위로를 한다. ‘힘들지? 다 알아. 괜찮아. 네가 기억이 잘 안 나서 그런 거겠지. 담배 하나 줄까? 아 요즘은 취조실도 금연이라서. 그러고 보니 저녁 시간이네? 설렁탕 괜찮지?’
참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많이 본 장면인데, 미국 경찰은 실제로 이와 같이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식으로 용의자를 대한다고 한다. 놀랍게도 우리나라 경찰도 마찬가지다! 물론 위에 글로 쓴 것처럼 드라마틱한 수준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위의 사례를 따른다고 한다. 굳이 경찰 일이 아니라도,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업무를 진행하는 경우는 우리 주변에 은근히 많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사실상 근로 시간을 늘리는 방안에 대해 천명하고 이를 공약으로 만들기도 했다. 재계는 두 손 두 발 다 들어서 환영을 했고, 실제로 대통령이 되고 난 이후에도 기존의 주당 52시간 근로제에서 화끈하게(!) 주당 69시간으로 근로 시간을 늘리겠다는 말을 했다.
그런데, 불과 수 개월이 지나서 그는 ‘주당 60시간 이상 근무는 무리’라며 근로 시간 개편안의 보완을 지시(?)했다(자기가 바꾸겠다고 해놓고 뭘 이제 와서 다시 지시 씩이나 하는지). 이건 뭐, 굿 캅 배드 캅 놀이도 아니고, 조삼모사도 아니고, 원칙도 없고, 소신도 없고, 아궁이에서 불장난 하다가 갑자기 불꽃이 튀는 걸 보고 깜짝 놀란 아이도 아니고, 뭐 하자는 건지? 이제 주 4일 근무제 시행을 준비해야 한다고 한 게 엊그제 같은데… 경영학에서 얘기하는 다니엘 쿡의 ‘생산성 법칙 그래프’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아래 링크에서 내용을 확인하시라. 아무튼 요새 들어 부쩍, 여러 가지 이유로 세상이 거꾸로 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