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가리고 아웅 한다’는 속담이 있다. 어설픈 수로 상대를 속이려고 하지만 그 누구도 넘어가지 않을 때를 두고 하는 말로, 일상생활에서도 은근히 자주 쓰이는 걸 볼 수가 있다. 별로 좋은 뜻이 아닌데도 자주 쓰인다는 건 그만큼 우리 주변에서 ‘X같은’ 일이 많이 벌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는 3월 한 달간 30GB에 달하는 데이터를 가입자에게 무료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SK텔레콤과 KT는 19세 이상 가입자에게 30GB 데이터를 일괄 제공하고 LG유플러스는 요금제에 따라 기본 데이터의 2배에 달하는 양을 제공한다고. 국내 이동통신 3사가 특정한 프로모션 차원이나 특정 기간에 한해서(명절 연휴 등), 혹은 자연재해가 발생한 상황이 아닌데도 가입자에게 일괄적으로 데이터를 제공한 사례 자체가 매우 드문 케이스이긴 하다.
뭐, 선심 써서 준다고 하니 고맙게 받긴 하겠지만, 찜찜한 생각이 가시질 않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정도로 볼 수 있겠다. 일단 이번 이동통신 3사의 데이터 제공은 지난 15일 대통령이 소집한 ‘비상민생경제회의’에서 ‘가계 통신비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한 이후 진행된 일인데, 이동통신 가입자가 데이터를 갑자기 많이 쓰게 되었다고 해서 통신비 부담이 줄어든다는 게… 이게 앞뒤가 맞는 말인가? 하는 것이다.
이번 3월 한정(3월 한 달간 데이터는 모두 소진해야 하며, 4월1일이 되는 순간 ‘만우절 거짓말처럼’ 잔여 데이터는 자동으로 삭제된다) 이동통신사의 데이터 제공으로 ‘굳이’ 통신비를 줄여야겠다면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바로 3월 한 달간만 데이터를 적게 쓰는 요금제로 변경했다가 한 달 뒤인 4월에 다시 이전 요금제로 회복을 하는 것. 근데, 솔직히 이렇게까지 할 생각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도 의문. 오히려 데이터를 ‘물 쓰듯’ 쓰는 맛에 빠져선 오히려 더 많은 데이터를 사용하는, 더 비싼(!) 요금제로 변경을 하거나 하는 일이 발생하진 않을지 걱정되기도 하고.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이동통신 자체가 국가 기간산업이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사기업이 운영하는 서비스. 그런데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사기업이 납작 엎드려서는 없던 프로모션을 한다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상한 일 아닌가? 물론 지금이 ‘비상 시국’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하지만 바로 그 비상 시국은 누구 때문에 초래된 건가? 이 부분에 이르게 되니, 예전에 봤던 유머 한 자락이 생각나서 옮겨본다.
일단의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 각자의 직업이 역사상 가장 오래된 직업이라고 다투고 있었다.
건축가: 신이 세상을 창조한 일은 따지고 보면 건축이기도 하지.
철학자: 태초에는 ‘혼돈’이 있었다네. 그 부분에 대한 인식이 없이 세상은 창조될 수 없었어.
정치인: (철학자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듣다가)좋은 얘기야. 그런데 그 ‘혼돈’이 왜 생겨났다고 생각하나?
…그래서, 역사상 가장 오래된 직업에 관한 논쟁은 정치인의 승리(!)로 끝났고…
이전에도 본지를 통해 전한 것처럼, 지금은 어쨌든 ‘각자도생’의 시대.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이 상황을 초래한 이들에게 책임도 묻고 징벌도 하고 할 수 있는 것. 하 수상한 시절, 모두들 부디 무탈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