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의 ‘王’자, 왕이 될 상인가?

대통령선거를 불과 1년도 남겨두지 않은 현재,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렬 전 검찰총장이 때아닌 ‘무속 논쟁’의 한 복판에 놓였다. 무슨 소리인고 하니, 그의 왼손 손바닥에 선명한 ‘王’자가 씌어져 있는 장면이 여러 차례 목격된 것. 그저 오다가다 한두 명이 본 수준이 아니라 방송을 통해 공개된 장면이 캡처되어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오고 있는데, 확실히 대한민국 네티즌 수사대의 탁월한 능력(?)이 이런 데에 발휘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더 웃기는 건, 해당 내용에 대해 윤석렬 전 검찰총장은 물론 후보자의 캠프에서마저 내놓은 해명이 수시로 오락가락한다는 것. 처음엔 토론회 직전 열성 지지자가 손바닥에 써준 것이라고 했는데(요즘 같은 때 낯 모르는 사람이 손바닥에 무슨 글씨를 써준다고 하니, 써주는 대로 그냥 가만히 있었다는 게 제일 웃기는 부분이지만 ㅋㅋㅋ 그건 그냥 넘어가기로 하자), 토론회 이전에도 글자가 씌어져 있는 영상이 캡처되어 나오자 그 이전에 써준 것이다, 지우려고 했는데 안 지워져서 내버려뒀다, 이런 논란이 일어나는 걸 보니 지우고 토론회에 들어갈 걸 그랬다(본인 피셜이다. 근데 상황이 이렇단 건 이전엔 지울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거네???), 등등, 하여튼 웃기고 자빠진 상황이 펼쳐졌다.

글쎄, 대선 주자라곤 해도 손바닥을 메모장처럼 쓰든 부적을 지니고 다니든, 뭐 그건 개인 차원의 문제라는 생각은 든다. 문제는 바로 앞서 지적을 한 것처럼 어떤 내용에 대해서 자꾸 말이 바뀌고 사실과도 다른 말을 한다는 데에 있다. 윤석렬 총장이 이제 정치인의 반열에 오르긴 했지만 온전히 선거를 치러본 적이 없는지라 아직은 초짜인 것은 사실(여의도 바닥에서 국회의원 배지 한 번 달아본 적이 없는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는 아는 사람만 안다). 정치인이라면 마땅히 가져야 하는 덕목이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 그 가운데 ‘말의 무게’도 꽤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본선에 오르지도 못한 예비 후보가 벌써부터 이런 식의 논쟁에 휩싸이는 걸, 본인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과연 득표에 도움이 될지 어떨지.

사실 윤 전 총장은 이미 여러 차례, 설화를 겪은 바 있다. ‘주 120시간 노동’ 발언이나 ‘아프리카 노동’ 발언, 주택청약통장 관련 발언(본인은 ‘집이 없어서 통장을 안 만들었다’고 했는데, 주택청약통장은 집이 있는 사람은 만들 필요가 없는 거고 집이 없으니 만드는 거다) 등을 보면, 정치인으로선 둘째 치고 일단 대선 후보로서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사람이란 생각만 든다.

그런 사람도 손바닥에 ‘王’자만 써놓고 다니면 자신이 원하는 걸 이룰 수 있다고 생각을 하니… 그런데 사실 가장 궁금한 건 따로 있다. 바로 이런 사람을 대선 후보로서 지지하는 사람들의 속내인데…

“손바닥에 王자를 쓰고 다니면, 왕이 될 관상이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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