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묘한(?) 사진 한 장이 인터넷을 통해 공개되면서 이를 두고 정말 많은 이들이 갑론을박을 벌였다. ‘배구 여제’ 김연경, 원로가수 남진 두 명의 사이에 현재 여당인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나선 김기현 의원이 꽃다발을 들고 있는 사진으로, 애초 사진을 공개한 김기현 의원실에선 ‘(남진씨와 김연경 선수가)자신의 당대표 선거를 응원하기 위해 왔다’고 한 것. 이에 대해 남진과 김연경의 정치적 성향까지 거론되기도 했는데, 남진 측에선 “누군지도 잘 모르는 사람인데, 이처럼 해석된 것이 당혹스럽고 (약속을 잡았던)김연경 선수에게 미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뭐, ‘저쪽 동네’의 대표 주자라고 할 수 있을 김기현 의원이 유명인의 얼굴을 팔아먹으려 했다는 건 굳이 두 번 생각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그런데 이 논란에 묻혀서(?) 그렇지, 역시 이번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안철수 의원도 그에 못지않게 ‘만만찮은 뇌절’을 시전했다. 바로 토크콘서트 현장에서 신발을 벗고 바닥이 다 해진 양말(을 신은 발)을 카메라 앞에 내놓으면서 자신이 평소에 얼마나 ‘검소한’ 생활을 하는지 어필을 했다.
정치인의 모든 행위는, 숨 쉬는 것까지 포함해서 정치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사례는 모두 해당 정치인들이 나름 자신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꾸며보기 위한 시도였을 것인데, 안타깝게도 그 시도가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기는 힘들 듯하다.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근거가, 단순히 해당 정치인들의 대중적 호감도가 높지 않기 때문인 것은 아니다. 말하자면 위의 사진 공개가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서 더 많은 득표를 위한 전술’이었다면 그 전술이 잘못되었다는 지적인 것이다. 오는 3월8일,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를 통해 제2대 지도부(당대표와 최고위원 등)가 선출되는데 그 방식은 100% 당원투표. 즉, 관여도가 지극히 높은 소비자들을 상대로 한 마케팅 방법으론 그다지 효과적이라고 하기 힘든 것이다. 백 번 양보해서 모든 유권자를 대상으로 하는, 이를테면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 혹은 대통령 선거라면 그럭저럭 봐줄 만한(?) 모습일 수 있겠지만 그것도 아니고.

두 정치인이 앞선 사진을 공개한 일 자체가, 무리수란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을까? 커리어가 결코 짧지 않은 정치인들 아닌가? 그렇다면 다음으로 주목해볼 필요가 있는 이유는, 국힘 당대표 선거의 양상이 점차 과열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확실히, 당장은 좀 심심해(?) 보여도 앞으로는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일단 나경원과 유승민 전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했고, 김기현과 안철수 의원이 유력 주자로 나선 가운데, 각종 여론조사에선 안철수 의원이 김기현 의원을 크게 앞서고 있는 상황. 김기현 의원으로선 이른바 ‘윤심’을 가장 잘 대변할 수 있는 인물로 스스로를 포장하겠지만 솔직히 현재 대통령의 지지도가 그리 높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물론 변수는 있다. 이번 여당의 지도부 선거는 다시 이야기하지만 ‘100% 당원투표’다) 그 외에도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포인트를 내세워야 한다.
그렇다고 안철수 의원도 안심하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솔직히 현재 여당 지지자 입장에서 안철수 의원은 ‘굴러온 돌’이다(그리고 이미 국힘 내부에서부터 안 의원을 두고 ‘민주당 출신’이니 하는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다). 게다가 현재 여당 지지자들은 ‘대통령의 의중을 파악하여 이를 성실하게 수행해야 정치를 잘 하는 사람이 성공적인 당 대표’라고 인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런 점에서 안철수 의원에겐 반신반의의 꼬리표가 붙을 수밖에 없고(그가 민주당 시절 부렸던 온갖 몽니를 기억할 것! ㅋㅋㅋ).
이야기가 길어졌다. 정치인에게 사진 한 장이란, 때로는 그 어떤 정책이나 주장보다 훨씬 더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며 유권자의 뇌리에 깊이 박히게 하는 수단일 것이다. 그것을 언제,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
근데, 그런 거 다 떠나서, 글 앞에 언급한 사진과, 상황들…
까놓고 말해서 너무 구리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