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선과 3선의 싸움에서 4선 1승: 톰 브라운 vs 아디다스 소송전

4선과 3선의 싸움이라고 하니, 뭔가 전현직 국회의원이 공천권을 두고 다투는 모습처럼 들리는데 그건 아니고 ‘진짜’ 줄무늬 4개와 3개의 싸움이다. 이건 또 무슨 소리? 바로 유명 디자이너이자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딴 브랜드 톰 브라운과, 아이코닉한 3개의 줄무늬로 유명한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 이야기다.

이런 이야기까지 들으면 이제 무릎을 탁 칠 시간. 톰 브라운은 (한국 한정으로, 마치 상주/喪主를 연상시키는)줄무늬 디자인으로 유명한데 아디다스로선 이 디자인이 자사의 3선 디자인을 모방했다면서 상표권 침해 소송을 제기한 것. 톰 브라운이 자사의 사업 영역을 그저 정장을 비롯한 패션 전반에만 두고 있었다면 아디다스가 소송까지 하지는 않았을 것이란 의견도 있는데, 톰 브라운은 바로 스포츠웨어 분야로도 사업 영역을 확장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톰 브라운은 진작 3선 디자인을 선보인 적이 있고, 아디다스가 이의를 제기하자 4선 디자인으로 변경을 한 사례가 있긴 하다(이것이 2007년의 일이다).

톰 브라운의 스포츠웨어 캠페인 이미지

아무튼 이번 소송전에서 미국 뉴욕의 맨해튼 지방법원은 ‘4선’ 톰 브라운의 손을 들어줬다. 판결문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톰 브라운의 4선 디자인은 아디다스의 상표권을 침해하지 않았으며, (비슷하게 보이는)이 디자인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제품 구매에 있어 어느 쪽이 이익이나 손해를 봤다는 점을 인정할 수 없다.

이번 판결에 대해 톰 브라운측 대변인은 환영의 의사를 밝혔고, 아디다스측에선 아직 공식 입장이 나오진 않았으나 항소를 할 것으로 보인다. 4선과 3선의 대결에서 일단 4선 쪽이 1승을 챙긴 셈. ㅋㅋㅋ

세리에A 나폴리의 공식 킷 스폰서는 EA7, 엠포리오 아르마니 그룹 소속의 스포츠 브랜드

본 건과는 무관하지만 한 가지만 덧붙이면… 현재 이탈리아 세리에A 리그에서 뛰고 있는 김민재 선수는 나폴리 소속인데, 나폴리 클럽의 공식 유니폼 공급자(킷 스폰서)는 EA7이라는 브랜드로 원래 스포츠 브랜드 출신(?)이 아니라 나름 명품 패션 브랜드 출신(?)이다. 바로 엠포리오 아르마니 그룹에 소속된 스포츠 브랜드. 원래 축구나 야구 같은 인기 스포츠 종목의 킷 스폰서는 나이키나 아디다스, 푸마 등 전통적인 스포츠 전문 브랜드가 도맡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현재도 여전히 그 비율은 높지만, 최근 들어 이런 관례를 깨고 패션 브랜드로 시작해서 스포츠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한 브랜드들의 비율도 조금씩 높아지고 있는 점이 특이하다. 위에 언급한 EA7 외에도 필라, 뉴발란스 같은 브랜드들의 예를 들 수 있겠다.

돈 냄새를 기가 막히게 맡는 이런 글로벌 기업들이, 어쩌면 스포츠웨어 시장의 잠재력을 보기 시작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4선과 3선의 2차전(?)이 열리면 그때 가서 또 추가 소식을 전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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