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금연일지

새해가 되고서, 다들 어차피 작심삼일에 지나지 않을 거 뻔히 알고 있는 새해 목표(…)라는 걸 세우고서 얼마간은 그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중일 터다. ‘올해는 꼭 성공하고야 말리라’라며 많은 사람들이 외치는 새해 목표는 저마다 다를 텐데 그 중에서도 적지 않은 이들이 ‘금연’을 결심했을 것이다. 매년 새해마다 금연 결심이 반복된다는 건, 금연이 그만큼 이룩하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일까?

그런 상황에서, 다른 사람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 성공했다고 자부하는 금연에 관한 이야기를 새해 보리스 매거진의 첫 칼럼 코너에서 해보기로 한다. 길지 않은 인생 살면서 스스로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이 바로 금연이기 때문. 개인의 체질이나 처한 상황, 어쩌면 성격까지도 금연 결심과 실행에 큰 영향을 끼칠 수도 있으니 본 칼럼의 내용은 그냥 참고 정도만 하길 바라며, 부디 많은 금연 결심러들의 건투를 빈다.

내 흡연의 원흉(?), <영웅본색>, 그리고 주윤발 형님 ㅠㅠ

0. 흡연의 시작

아주 예전 이 땅의 적지 않은 꼬꼬마들이 그랬던 것처럼, <영웅본색>의 주윤발 형님은 나의 우상이었다. 특히 그 영화는 물론이고 이후에 나온 다른 작품들에서도 주윤발은 담배를 참 많이도 피웠는데, 바로 그런 모습이 어린 내 눈엔 굉장히 멋있었다! 물론 정말 철딱서니 없을 때의 얘기. 그 이후 20년간 꾸준하게도 흡연을 하게 되리라곤 당시엔 생각도 못했다(덧붙이면, 20년의 흡연 기간 도중 하루에 꾸준히 반 갑에서 한 갑 정도를 피웠고, 24시간 동안 한 대도 피우지 않고 넘어간 날은 오로지 딱 하루, 바로 훈련소에 입소하던 날이었다).

1. 금연을 결심하게 된 계기

경기도와 서울을 왕복하는 광역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하던 시절. 그러니까 정기적으로 흡연을 하고서 딱 20년차가 되던 해의 어느 날이었다. 어느 겨울날, 하필이면 퇴근시간을 코앞에 두고 눈이 펑펑 쏟아지기 시작하더니 퇴근길의 차량이 옴짝달싹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어쩔 수 없이 지하철을 탈 수밖에 없었는데, 당연히 평소보다 훨씬 많은 인파가 몰린 상황. 그러던 중 사당역에서 어떤 아저씨가 탑승을 했는데 내 바로 앞에 서자마자 확 풍기는 담배냄새! 아, 정말 견디기 힘들었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나도 밖에서 담배를 피우고서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비흡연자에게 피해를 끼치게 되겠구나’ 물론 흡연자들도 자기 몸에서 담배냄새가 난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지만, 안 그래도 인파가 몰린 지하철 안이라는 열악한 상황에서 훅 끼치는 담배냄새는 타인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는 행위였던 것이다. 그 퇴근길에서, ‘내가 담배를 만약 참는다면, 얼마나 오랫동안 참을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됐고, 딱 그때부터의 금연이 이제 11년차에 접어들게 되었다.

나는 담배를 어느 정도나 ‘참을’ 수 있을까? 스스로 궁금했다

2. 내가 선택한 금연의 방법

일단 금연을 하기로 결심을 하고서, 금연에 관한 내용을 인터넷에서 검색을 하니 지역에 따라 동네 보건소 등에서 금연 보조제나 패치 같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그런 보조제나 패치는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거고, 정말 중요한 건 본인의 의지라는 이야기도 볼 수 있었고. 어차피 내가 결심해서 하는 일인데 그런 외부로부터의 도움(?)은 별 필요가 없을 거라고 생각해서 그냥 하루아침에 싹 끊어버리는 방법을 택했다(흡연량을 점차 줄여나가는 방법도 있는데, 평소 의지가 부족한 편인 내 성향상 그냥 단칼에 끊지 못하면 영영 끊을 수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의외로 금연 결심에 도움이 되는 행동으로, ‘집에 있는 라이터를 싹 모아서 치워버리고’(그렇게 집안을 탈탈 털어보니 내 방에서만 가스라이터가 무려 20여 개나 나왔다), ‘주변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본인의 금연 결심을 알려라’(그러면 금연 결심이 무너졌을 때 놀림을 받거나 지적을 당하니 그런 상황을 피하고자 금연의 의지를 불태우게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물론 그대로 했더니 아버지하고 어머니께선 정말 잘 생각했다고 칭찬을 해주셨고 친구들은 “네가 담배를 끊는다고? ㅋㅋㅋ 퍽이나” 같은 반응을 보였다. 나쁜 놈들 같으니. ㅡㅡ;;

3. 금연 실행의 과정

물론 담배 대용품이라고 할 만한 게 있긴 있어야 했다. 자일리톨 껌을 박스째 사다 놓고 하루에 두세 통씩 씹는가 하면, 커피는 최대한 물을 많이, 연하게 타서 역시 하루에 너댓 잔씩 마시는 나날을 약 한 달 넘게 이어갔다.

그러다가 정말 담배를 ‘미치도록’ 피우고 싶은 날도 맞이하게 되었다. 담배를 참기 시작한지 약 한 달 정도가 되었을 무렵, 그날따라 마침 비가 많이 쏟아졌다. 당시 사무실 바로 앞에 짬뽕을 정말 잘 하기로 유명한 중국집이 있었는데 비가 오고 날씨는 으슬으슬 춥고 하니 짬뽕이 땡겼던 것. 그래서 점심에 짬뽕 한 그릇을 비우고 나니, 정말 ‘미친 듯이’ 담배를 피우고 싶어졌다! 어느 정도였는고 하니, 진짜로 손발이 부들부들 떨리고 식은땀;;;까지 날 정도. 그날은 오후 업무를 어떻게 봤는지, 그냥 오후 내내 눈앞이 하얬던 기억이 난다.

딱 그런 상황을 한두 번 정도 더 지나고 나니, 이제 더 이상은 담배 생각이 나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도 한 6~7개월 정도까진 종종 담배 생각이 났던 기억을 아직도 갖고 있다.

흡연은 폐암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4. 금연 결심과 실행, 그 이후

주윤발 형님 때문에(?) 20년간 피우게 된 담배를, ‘얼마나 참을 수 있을까’ 생각을 하며 참기 시작한지 이제 11년차.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첫 두어 달이 지나고, 한 6개월 정도가 지날 때까지도 담배 생각이 종종 났지만 그 ‘참는 기간’ 1년이 넘고 2년이 넘고 10년이 넘게 되니 담배 생각은 더 이상 나지 않았다. 그리고 참 신기한 것 두 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확실히 입맛이 돌아오니 뭔가 ‘구체적’인 게 먹고 싶어졌다는 것이고(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체중도 늘었고 ㅠㅠ) 나머지 하나는 담배를 피우는 꿈을 꿨는데 기분이 참 불쾌했다는 것.

예전에 흡연을 하던 시절에 비하면 요즘은 담뱃값도 많이 올랐고 무엇보다 마음 놓고 흡연을 할 수 있는 공간 자체가 별로 없다 보니(솔직히 요즘 20대 후반 정도만 되어도 술집에서 거리낌 없이 담배를 피웠고 홀 서빙을 하는 알바생 업무 중 재떨이를 비우는 일도 꽤 많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굉장히 생소할 것이다) 맨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스스로 한 일 중에 가장 잘 한 일이 11년이 넘도록 담배를 ‘참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여 이런 글을 썼다. 새해를 맞아 금연을 생각하는 분들에게 참고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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