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대산은 대략 강원도 평창과 강릉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봄과 가을이면 전국의 많은 등산 동호인들이 즐겨 찾는 대표적인 강원도의 명소이기도 한 오대산의 초입에는 월정사로 이어지는 약 1km 가량의 전나무숲길이 있는데, 피톤치드를 마음껏 들이마실 수 있어서 특히 추천할 만하다. 개인적으론 약 10여 년 전 처음 갔을 때가 마침 무척이나 더운 날이었는데 30여 분 정도 이 전나무숲길을 걸을 때 정말 시원하고 참 좋았던 기억이 있어서, 이후에도 또 찾아간 적이 있다.
바로 그곳에 가기 전엔 특별한 정보가 없었기 때문에, 직접 가보고서 그 길을 직접 걸어본 다음 의외의 사실(?)에 놀랐던 기억도 있다. 그 전까지 내가 갖고 있던 상식으론 전나무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드는 데 쓰이는 나무인데 은근히 추운 동네(?)에서 살 것만 같은 전나무가 우리나라, 그것도 강원도에 이렇게 많이 있구나 하는 생각으로 놀랐던 것.
어쨌든 추운 겨울보단 여름에, 그것도 한참 더울 때 가보면 정말 좋은 곳이니 이 글을 읽는 독자 제위는 꼭 한 번 가보시길 추천한다. 그건 그렇고, 앞서 말한 것처럼 전나무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드는 대표적인 나무다. 물론 다른 나무로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 수 없는 건 아니지만, 이 문화가 처음 시작된(것으로 추측되는) 북유럽에선 그렇게 한다고들 한다.
그러고 보니, 크리스마스 시즌이다.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 정책이 공식적으로 폐지되며 처음 맞는 크리스마스여서 올 시즌엔 길거리에 참 많은 인파가 쏟아져나올 것으로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동시에, 이 시즌에 유독 인파가 더 많이 붐비는 번화가와 이른바 ‘핫 플레이스’엔 특별한 크리스마스 트리들도 더 많이 볼 수 있을 듯하다. 사실 진작부터 불빛을 밝힌 트리도 있을 정도.
특히 올해 연말에는 광화문광장에서 ‘서울 빛초롱 축제’가 열려 크리스마스 트리는 물론이고 다양한 설치미술과 볼거리들이 준비될 예정이다. 연말을 맞아 펼쳐지는 이러한 특별한 이벤트로 시민들의 마음이 훈훈해지면 참 좋겠는데 못내 아쉬운 일도 벌어지고 있어 참 안타까운 심정이다.
이토록 화려한 이벤트가 펼쳐지는 광화문에서 차로 불과 30여 분이면 닿는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엔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가 마련한 시민분향소가 마련되어 있다. 이 시민분향소엔 유가족들이 직접 들고 온 영정들이 놓여있으며, 참사 49재가 되던 지난 12월16일에는 <우리를 기억해주세요>란 제목의 시민추모제도 열렸다. 그 와중, 일부에선 10.29 참사의 유가족들을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조롱과 막말이 쏟아지고 있으니 정말 참담하기 짝이 없다.
크리스마스엔 전쟁도 쉬었다. 서로 총칼을 겨누고 서로의 목숨을 노리는 대결도 아닐진대, 자식을 가슴에 묻은 유가족들을 모욕하고 조롱하는 일이 일어나서야 되겠는가? 이건 분명히 잘못된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부디, 더 이상의 아픔은 없기를.
부디, 서로가 서로를 적대시하는 안타까움이 사라지기를.
부디, 이 땅에 영구한 평화가 깃들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