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한 달 전의 일이다. 아버지가 주말에 잠깐 시간을 좀 낼 수 있겠냐고 물어보셔서 무슨 일인데 그러시냐고 물으니, 다름이 아니라 혼자 사시는 아버지 친구분이 몇 달 전부터 전화를 해도 받질 않아서 ‘혹시나 무슨 잘못된 일이라도 생긴 건지’ 찾아가보셔야 되겠다는 것. 아버지의 그 친구분은 나도 잘 알고 있는 분인데, 자세한 내용을 밝히긴 곤란하나 늘그막에 이혼을 하시며 부인과도, 자식들(출가한 아들과 딸이 하나씩 있다고 했다)과도 절연을 한 전형적인 ‘독거노인’.
아버지는 그 친구분에 대해선 핸드폰 연락처와 어렴풋한 집의 위치(아버지가 아직 운전을 하실 때 친구분 집에 서너 번 가보신 적이 있다고 했다)만 알고 계셨고, 정확한 집 주소는 알지 못하는 상황. 우선 그 친구분 댁 근처의 주민센터 생활복지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이 이러저러한데 혹시 주민센터 차원에서 확인이 가능할지’ 물었는데, 일단 주민센터에선 ‘중점 관리대상’에 속하는 독거노인의 명단을 갖고 있긴 했다. 그래서 성함과 생년(월일까지는 아버지도 모르셨다)을 이야기하니 리스트엔 들어있지 않았다.
아파트나 최소한 빌라 정도만 되도 동/호수를 알면 금방 찾아가 보겠는데, 이 친구분의 댁은 정말 비슷비슷한 양옥집들이 잔뜩 있는 주택가 어느 집의 반지하방. 일단 비슷해 보이는 집집마다 초인종을 누르고 혹시 반지하방이 있는지, 그 반지하방에 김XX이란 노인이 혼자 사시는지 물어보길 수 차례. 집을 찾기는 힘들었고, 인근 부동산과 구멍가게에 들어가서 물어봐도 잘 모르겠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그러다 결국, 집을 찾을 수 있었다. 사실, 그 동네 어귀에 가자마자 가장 먼저 아버지의 눈에 들어왔던 집이 바로 그 집이었던 것. 마침 초인종을 눌렀을 때 집 주인이 다른 일을 하느라 초인종 소리를 듣지 못해서(사실 집 주인도 귀가 잘 안 들리는 노인이었다) 문을 열어주지 못했던 것.
어쨌든 주인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한 다음, ‘정말 십만, 백만에 하나라도’ 잘못된(…) 광경을 아버지가 보시면 충격을 받으실 것 같아서 아버지는 일단 차에 계시라고 하고 내가 먼저 반지하방의 문을 열고 “김XX 선생님~”하고 외쳤다. 그 반지하방에는 신발을 벗고 올라갈 수 있는 좁은 거실 형태의 마루와, 방이 하나, 화장실이 각각 하나씩 있었다. 전체 다 해서 한 7~8평이나 되려나, 아무튼 신발을 벗고 올라가 방문을 열었다.

거기엔, 내가 기억하던 그 목소리 쩌렁쩌렁하던 그 아버지 친구분 대신, 머리카락이 다 빠져서 민머리가 드러나있고, 얼굴과 온몸이 퉁퉁 부은, 정말 차마 보고 있기 힘든 모습의 한 노인이 있을 뿐이었다. 전기장판에 여전히 몸을 누인 채 흐리멍덩한 눈빛으로 나를 보면서 “누구세요? 누구야, 너?”라고 물어보는 노인.
이어서 아버지를 모시고 들어오니, 조금 있다가 아버지도 알아보시고 나도 알아보신 아버지의 친구분으로부터 들은 상황은 이랬다. 아버지를 포함해서 아주 가끔 지인으로부터 전화(핸드폰)가 오긴 오는 모양인데 어떻게 전화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 그리고 주민센터 직원이 일주일에 한두 번씩 도시락과 간단한 반찬 같은 걸 들고 와서 그걸로 끼니를 때운다는 것. 지금은 (어떤 ‘암’이라고 이야기를 하셨는데 정확히 알아듣지 못했던)병 때문에 주민센터 직원이 부축해서 한 달에 두 번 정도 근처 대학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는 바람에 머리가 다 빠졌는데, 한 번 주사를 맞고 나면 기운이 너무 빠지고 힘들어서 올해까지만 맞고 내년엔 그나마도 포기하겠다는 것.
그 아저씨(사실 팔순이 넘었으니 할아버지라고 해야겠지)에겐 정말, 대단히 죄송스러운 이야기지만, 그토록 많이 봤던 영화나 드라마의 좀비 행색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모습이었다.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한참 건강하셨던 시절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는 모습에, 그저 서글펐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버지는 차 안에서 살짝 눈물을 보이셨다. “그렇게 건강하고, 목소리도 크고 그랬던 친군데…” 그 아저씨의 목소리가 얼마나 컸는지는 나도 잘 기억을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고독사’, 즉 주변과 단절된 채 혼자서 쓸쓸히 생을 마감하는 죽음에 대한 조사 결과를 지난 14일 발표했다. 고독사에 관한 국가 차원의 조사 및 결과 발표는 이번이 최초. 그에 따르면 작년 대한민국의 고독사 사망자는 총 3,378명으로, 지난 2017년의 사망자 수 2,412명보다 무려 40% 가량 증가했다.
1인 가구 수가 늘어나고, 사회를 구성하는 인구가 고령화를 넘어 초고령화로 가면서 고독사는 앞으로도 계속 큰 문제가 될 것이 자명하다.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난, 모르겠다. 정말, 똑똑하고 잘난 누군가가 고독사 문제에 대해 속 시원한 해결 방안을 하루 빨리 내놓기를 바란다. 그저 통계상의 숫자로만 인식할 게 아니라, 바로 내 친지, 내 지인이 오늘도 어디선가, 혼자서 죽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