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에 서방 선진국에서 쿠데타가 가능할까?

로자 룩셈부르크 Rosa Luxemburg, 1871 ~ 1919

지금으로부터 1백년 전에 일어났던 일에 대한 이야기. 1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에 다다른 1918년 11월, 일단의 독일군 병사들이 상관의 명령을 거부하고 킬(Kiel) 항구에서 봉기를 일으키니 이것이 바로 독일 11월 혁명의 시작이다. 병사들의 봉기에 시민들이 참여한 혁명의 결과 1차 세계대전은 종전을 맞고 독일 (제1)제국은 멸망하여 이후 바이마르 공화국이 탄생하게 된다. 혁명의 와중 사회주의 세력은 무장에 반대한 온건파인 사회민주당(지난 2021년 총선을 통해 독일 원내 1당이 된 바로 그 사민당 맞다)과 무장의 필요성을 역설한 과격파인 독일공산당 세력으로 갈라지는데, 독일공산당 내의 이른바 ‘스파르타쿠스 연맹’은 이듬해 1월에 기어코 폭동을 일으켰지만 금방 진압되어 무자비하게 처형을 당하고 만다. 바로 로자 룩셈부르크가, 그렇게 목숨을 잃었다.

그로부터 1백년이 지난 2022년의 독일. 새로운(?) 혁명을 모의한 반정부 단체 회원들이 독일 경찰에 의해 체포되었다. 당연하게도 1백년 전의 상황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는데, 2022년의 혁명 모의 세력은 이른바 ‘독일 재건’(‘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아니다!)을 내건 극우파라는 점이 다르다. 게다가 이들 중엔 ‘제국시민(Reichsbuerger)’ 운동을 추종하는 이들도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쿠데타 모의 세력 검거에 나선 독일 경찰

※ 제국시민(Reichsbuerger): 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 독일의 패망을 이끈 연합국이 일종의 그림자 정부를 내세워 비밀리에 독일을 통치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세력. 현재의 독일 정부를 인정하지 않고서 납세를 거부하기도 한다고. 문제는 이전까지 독일 내에서 제국시민에 대한 인식은 그저 ‘덜 떨어진 음모론자들’ 정도였는데, 이번 사태에서 알 수 있다시피 완전히 무시하기는 힘든 수준까지 세력을 확장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독일 경찰에 체포된 이들 중엔 전직 군인도 포함되어 있고, 그들은 스스로 무장을 하고서 독일 의회를 습격한다는 매우 구체적인 계획까지 세우고 있었다고 한다. 어쨌든 사전에 발각이 되어서 다행인데, 많은 이들은 ‘독일에서 극우 세력에 의한 혁명이 일어났어도, 마침 독일에 미군도 주둔하고 있겠다, 미국이 가만 있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이고 있다. 그런데 바로 그 미국에선 작년 1월에 극우 민병대에 의한 의회 난입과 점거가 실제로 벌어졌지, 아마? ㅋㅋㅋ 그러니, 미국이라고 뭐 별 볼 일이 특별히 있는 것도 아니란 게 그저 착잡하다.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 민주주의 체제가 확고하게 자리잡은 서방 선진국에서 21세기에 혁명이 일어나고, 성공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다만 이번 독일의 사례도 그렇고, 앞서 언급한 작년 미국의 사례(그리고 그 이전에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상황)까지 봐도 그렇고, 전 세계적으로 극우 세력이 득세를 하고 있는 상황이 참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굳이 먼 데까지 가지 않더라도, 바로 ‘이 나라’만 봐도…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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