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의 중견 작가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 <올림픽의 몸값>은 1964년 도쿄에서 열린 올림픽을 메인 테마로 하고 있다. 주인공은 도쿄대 학생 시마자키 구니오. 동시대의 다수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학과 공부와 함께 마르크스주의 공부에도 열을 올리는 그는, 도쿄 올림픽 개막식이 열릴 주경기장 공사 중 사고로 형이 사망하는 사고를 접하고서 급격한 ‘현자타임’을 겪게 된다. ‘올림픽’이라는 거대한 국가적 이벤트에 동원된 시골 촌구석 출신의 젊은 노동자들과 가정주부들과 노인들과 야쿠자(!)들을 포함한 모든 일본의 국민들이, 어쩌면 세계 전체가 일본이 제시하는 허구적 환상에 영합하는 꼴이란 생각에까지 미치게 되자 구니오는 도쿄 올림픽 주경기장에 폭탄을 설치, 올림픽을 ‘인질’로 잡고는 일본 정부에 거액의 몸값을 요구한다.
우리나라에서 인기 있는 오쿠다 히데오의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유머러스한 구석은 전혀 없는 꽤 재미있는 스릴러. 일본에선 후에 TV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고 한다. 다만 간추린 내용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주인공이 급진적인 사상에 심취하여 돌이킬 수 없는 사고를 저질러버리는 것으로 그려진 것은, 다분히 작가인 오쿠다 히데오의 우파적 시각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자세히 옮기긴 좀 힘들지만, 전지적 시점의 작가가 작품 내내 주인공 구니오를 마치 ‘철부지 타이르듯’ 다루는 것이 꼭 이문열(…)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많은 이들이 알거나, 기억하고 있는 것처럼, 서울에선 지난 1988년에 제24회 하계올림픽이 열렸다. 당시는 냉전이 극에 달했던 시절로, 미국을 위시한 서방 진영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엔 소련을 위시한 동구권 진영은 보이콧을 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 반대의 경우도 당연히 마찬가지. 그런데 희한하게도(?) 서울올림픽엔 미국으로 대표되는 서방 진영과 소련으로 대표되는 동구권 진영이 모두 참여를 했고 심지어 불과 얼마 전까지 직접 전쟁을 벌이던 이란과 이라크까지도 모두 참여하는 등, 당시 최대 규모로 매우 성대하게 열렸던 것.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역사책에서 보고 자랐다는 세대도 나온 마당에, 1988 서울올림픽에 관한 위와 같은 내용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아무튼 그로부터 48년 뒤인 오는 2036년, 서울에서 다시 올림픽이 열리게 된다면…???
2036년 서울올림픽 띄운 오세훈, IOC 위원장 독대(링크)

2036년 서울올림픽 유치 도전에 있어, 일단 현재로선 오세훈 서울시장의 의지가 가장 강력한 것으로 보인다. 오시장은 지난 2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국가올림픽위원회연합회(ANOC) 회의에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을 접견하기도 했고 24일엔 IOC 본부가 있는 스위스 로잔까지 날아가 세계올림픽도시연합(WUOC) 연례회의에 참석하기도 했을 정도.
일단 진정하고(?), ‘정말로 만약에’ 서울이 2036년 올림픽 개최에 정식으로 출사표를 낸다고 한다면 그것은 두 번째 올림픽 개최에 도전한다는 이야긴데, 이것이 그저 고위 정치인 한 명의 의지로 가능한 것인지부터 따져보는 것이 필요하다. 즉, ‘한 도시가 올림픽을 두 번 개최’(올림픽은 월드컵과 달리 개최 단위가 국가 단위가 아니라 도시 단위이다. 그런데 최근 이 원칙은 유연하게 적용되고 있다)하는 일이 가능한지부터 살펴봐야 할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가능하다’. 이미 프랑스 파리와 영국 런던과 일본 도쿄는 두 차례 올림픽을 개최한 적이 있고 미국 로스앤젤레스는 예정대로 2028년에 개최를 하면 1984년에 이어 두 번째 개최가 된다. 심지어 중국 베이징은 하계와 동계 올림픽을 모두 개최한 적도 있다.
다음으로 살펴볼 만한 내용은, 올림픽 개최지를 선정할 때 염두에 두게 되는 이른바 ‘지역별 안배’라는 것. 이를 테면 유럽이면 유럽, 아시아면 아시아, 아메리카대륙이면 아메리카대륙, 이렇게 동일한 지역/대륙에서 연이어서 개최하는 일은 되도록이면 사전에 막는다는 것인데, 만약 이 원칙이 그대로 지켜진다면 직전 대회인 2032년 올림픽은 호주 멜버른에서 열리게 되어 서울로선 상당히 불리해진다(지리상 아시아와 오세아니아는 매우 가깝지 않은가).
다만 올림픽 개최의 지역별 안배 원칙 또한 최근에는 조금씩 균열이 가고 있는 중. 그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올림픽 개최 자체에 대한 매력이 과거에 비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교적 최근인 2008 베이징올림픽,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은 막대한 적자가 양산되어 해당 국가에 큰 타격이 되었고, 무엇보다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 사태로 개최지 시민들이 올림픽 같은 대형 국제 행사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매우 비우호적으로 돌아선 등의 이유가 있다.
바로 그 과정에서 ‘반드시 1개 도시에서만 개최해야 한다’는 원칙도 양보가 된 것이고, 실제로 2036 서울 올림픽에서도 최대한 투자 비용을 줄이기 위해 경기와 인천 등 수도권 지역의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한다는 복안을 세우고 있다. 덧붙여서 일부 회자되기도 했던 평양과의 공동 개최는 최근 경색된 남북관계를 생각할 때 사실상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현재로선 매우 높다.
이런 거 저런 거 다 떠나서, 서울시민인 당신은, 혹은 서울시민이 아니더라도, 2036년 서울 올림픽 개최를 지지하는가, 아니면 반대하는가? 서울시는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자체 설문조사에서 72.8%가 ‘하계올림픽 개최에 동의(매우/다소 동의)한다’고 집계되었다고 밝혔다.

이상한(?) 여론조사 혹은 설문조사 결과를 하도 많이 봐서 이 또한 약간 의심스럽긴 한데, 일단 그렇다니 그런가 보다 하자. 그런데 여전히 드는 의문은, ‘바로 지금이 올림픽 유치에 힘을 쏟을 땐가’하는 것. 불과 1년 전에 있었던 도쿄올림픽은 코로나 상황 악화를 우려한 시민들이 극렬한 반대 시위를 하기도 했고, 올해 초에 있었던 베이징 동계올림픽은(그러고 보니 지역별 안배란 것도 진작에 깨졌다) 여러 가지 무리한 경기 운영과 대회 주변의 구설수로 매우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고 말았다. 동일한 사안을 보는 시각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맹렬하게 다투는 일이 안 그래도 일상다반사인 21세기의 대한민국에서, 올림픽 개최(유치)만큼 싱싱한(?) 떡밥이 어디에 또 있을꼬? 그리고 이런 일로 하루 이틀이 멀다 하고 서로 자기가 옳다고 떠들 사람들이 한둘이 아닐 테니…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다. ㅠㅠ
아무튼, 그건 그렇고,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은, 정말로 서울 올림픽 유치를 찬성하는가, 아니면 반대하는가? ‘올림픽의 몸값’을 과연 지불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없다고 생각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