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시간으로 9월22일 새벽 열린 UEFA 네이션스리그 경기, 스코틀랜드 대 우크라이나의 일전은 참 공교로운(?) 매치업이었다. 이 경기는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 위치한 햄던 파크에서 열렸는데, 하필이면 이 두 팀은 불과 3개월 전인 지난 6월, 2022 카타르 월드컵으로 갈 수 있는 ‘막차 중 막차’를 타기 위해 유럽 지역 예선 플레이오프를 치른 사이. 그리고 그 3개월 전의 경기도 마침 햄던 파크에서 열렸고.
그 경기에선 홈팀 스코틀랜드가 우크라이나에게 패하면서 월드컵 진출이 결국 좌절되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는 이후에 웨일스에게 지면서 마찬가지로 월드컵 진출 좌절. 말하자면 루저들(…) 끼리의 리턴 매치였던 셈인데, ‘홈에서 연달아 패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면서 칼을 잔뜩 갈고 나온 스코틀랜드가 후반전에 세 골을 몰아치면서 3:0 완승을 거두었다.
이로써 스코틀랜드는 B조에서 3승1패, 승점 9점을 확보하면서 조 1위 자리를 계속 지켰고 우크라이나는 2승1무1패로 승점 7점에 조 2위.

이 경기는 다소 특이(?)하게 시작됐다. 경기 전, 선수들과 관중이 모두 참여하는 조문(弔問) 세레모니가 있었는데, 얼마 전 사망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을 추모하는 의미로 경기 전에 1분간 박수를 치기로 한 것.
축구는 물론이고 스포츠 경기 전에 특정인을 위한 추모 행사가 열리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 일반적으론 묵념을 많이 하는 편인데 박수를 친 것이 조금 이색적이랄까, 그런데 앞서 이 세레모니가 특이하다고 한 것은 그것 때문이 아니라, 바로 세레모니 중 관중석에서 적지 않은 야유(!)가 쏟아졌다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경기가 열린 곳이 스코틀랜드인데, 바로 그런 스코틀랜드와 영국의 사이가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도 거의 없지 않나 싶다. 이를테면 조문 세레모니 중 야유가 터질 거란 건 많은 사람들이 쉽게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UEFA(유럽축구연맹)의 권고사항일 텐데, 오히려 안 하느니만 못한 모양이 되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9월 A매치 주간에 열리는 네이션스리그는 당장 이번 주부터 다음 주까지 꽤 많은 경기를 치르게 된다. 그 중엔 아일랜드 대표팀의 경기도 당연히 있을 테고(솔직히 아일랜드의 경기 전 세레모니는 좀 기대된다.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지 ㅋㅋㅋ), 아이슬란드, 웨일스 등 대놓고 영국을 싫어하는 나라들의 경기도 있을 텐데 또 관객들의 야유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다만 독일과 프랑스 등 전통적인 영국의 앙숙(?)들은 요즘 들어 좀 점잖아(?)진 것 같긴 하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아시안컵이 열리는 기간에 일본 천왕이 사망을 해서 대회 기간 중 경기 전에 조문 세레모니를 하는 것과 비슷한 걸로 보이는데, 그런 경우 한국 관객이나 선수들이 정말 ‘진심으로’(?) 추모를 할 것인가 궁금하다. 그리고, 중국 관객과 선수들은? 필리핀 관객과 선수들은? 아니, 과거 일본의 침략을 받은 적이 있는(그러고서 제대로 된 사과도, 전향적인 입장 표명도 듣지 못한 상태의) 대부분 아시아 국가들의 관객들과 선수들이 조문 세레모니를 하는 1분간 과연 어떤 생각을 할 것인가 이 말이다.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에 예를 표하는 일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중요한 일이다. 당장 우리네 정서상으로도 ‘경사에는 참여하지 못(안)해도 조사에는 꼭 참여해야’ 한다고도 하지 않나. 그렇지만 강요된 예의가… 과연 얼마나 진심을 담아낼 수 있을까, 그게 궁금하기도 하고 회의적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뭐…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