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맹랑, 황당무계, 약간 재기발랄, 하지만 과유불급 <외계+인>

2022년 여름 시즌 한국영화 기대작 중 하나인 <외계+인>

머나먼 외계의 행성. 이 행성에서 중죄를 저지른 범죄자들이 수감되는 장소는 다름아닌 지구인의 뇌 속이다. 작품 속에서 분명히 언급되진 않았지만 지구와 그렇게 가까운 곳에 위치하진 않은 걸로 보이는 그 외계 행성에선 왜 굳이 지구까지 와서 안 그래도 복잡한(?) 사람들의 머릿속에 굳이 범죄자들을 유배시키는지에 대한 궁금증은, 일단 뒤로 미뤄두자.

돌이켜보면 사람의 몸(+정신)에 다른 존재가 깃든다는 테마는 영화 역사의 초창기부터 많은 창작자들이 조명을 하기도 했다. 할리우드에서 이미 여러 차례 리메이크된 <바디 스내처> 시리즈를 비롯해서 많은 호러 장르의 작품들이 바로 이런 내용을 다뤘다. 필경 타자(他者)라는 미지의 존재로부터 비롯되는 근원적 공포, 혹은 이웃을 의심하도록 조장되는 그릇된 사회상에 대한 일침을 작품으로 구현하기 위한 아주 매력적인 테마라고 할 만하다.

다만 그런 내용이 그려진 <외계+인>에선 심오한 은유 같은 걸 생각할 필요는 없고, 그저 설정으로만 남아있게 되었다. 물론 영화적 재미를 추구한다는 점에선 여전히 괜찮은 설정이라고 할 수 있긴 한데, 문제는 바로 이 작품, <외계+인>에서 그와 같은 설정이 묘사된 방식이 진부하고 게으르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특히 CG임이 너무나도 명백해 보이는 촉수 같은 건, 이제 SF 영화에서 좀 그만 보면 안 되나?

사실 <외계+인>의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다. 모종의 이유로 2022년의 현재와 630여 년 전의 과거가 연결되고 하여튼 ‘세상이 망하게’ 생겼는데 긴박함이나 절박함이 들기는커녕 이런저런 ‘설명’만 많다. 게다가 그 설명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캐릭터는 아예 인간도 아니고 AI 로봇. 구태의연한 톤으로 구태의연한 (설명조의)대사를 읊는 광경을 보고 있자니, 전작인 <타짜>나 <도둑들>, <암살> 등에서 재치 넘치는 특유의 대사빨을 보여줬던 최동훈 감독의 작품이 맞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최동훈 감독은 전작 모두의 각본을 직접, 혹은 협업으로 썼다).

많이 양보해서,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구성의 SF 작품이 지금껏 한국영화에서 그다지 많이 나온 적이 없으니 나름 신선하게 받아들여진다고 일단 이야기해보자. 그렇다곤 해도 정작 영화에서 보여주는 스펙터클은 이전의 수많은 할리우드산 SF에서 너무 많이 봤던 광경이다. 솔직히 지금 <외계+인>의 비주얼은 최동훈 감독이 오랜 기간 구상했다던 이 이야기와 세계관이 아까운 수준으로 느껴진다. 전반적인 CG의 퀄리티가 낮다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도 아닌 최동훈 감독의 작품이라면, 적어도 이보다는 더 개성적이고, 이보다는 더 도발적이며, 이보다는 더 깊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비주얼이 구현되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 말이다.

전작들에 비해 별로라는 평이 있는 듯한데, <외계+인>에서 김태리의 연기는 좋은 편이라고 생각
이안(김태리), 무륵(류준열) 둘 다 나름 흥미로운 캐릭터 해석을 보여준다

<외계+인>에 좋은 부분이 없지는 않다.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무륵(류준열)과 이안(김태리) 캐릭터에 충분히 부여된 능력치가 나름 이야기의 핍진성을 확보할 수 있게 해주었다. 캐릭터 이야기라면 삼각산의 두 신선(조우진과 염정아)을 빼놓을 수가 없는데, 어쩌면 영화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개그 씬과 액션 씬(다뉴세문경을 활용한 액션은 <쿵푸허슬>을 살짝 연상시켰지만 그래도 충분히 멋있었다)을 일구어냈다. 이야기가 전반적으로 산만한 감이 없지 않지만 고전 시나리오 작법의 예시에 충분히 설득력을 가질 만한 프로타고니스트/안타고니스트, 반전의 요소, 심지어 맥거핀까지도 나름 구현이 되어 있다. 그리고 바로 이 ‘이야기’는, 현재 공개된 1부에 이어 내년에 공개될 2부에 이르게 되면 더욱 거대한 스케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을 갖게 한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너무 많은 볼거리 앞에서 관객은 지루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덧붙이면, <외계+인>의 흥행 부진에 유독 영화관 티켓 가격 이야기가 많이 따라다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확실히, 영화관 티켓 가격이 많이 오르긴 했다. 팬데믹 이전에 영화관을 갔다가 최근 <범죄도시 2>나 <탑건: 매버릭> 같은 흥행작들이 쏟아지자 참 오랜만에 영화관을 찾은 팬들은 체감상 거의 3배 가까이나 오른 티켓값 때문에 화들짝 놀랐을 수도 있겠다.

말하자면 티켓 가격에 부담이 없었던 시절엔, 이렇게 더운 날 점심 한 끼 값으로 두 시간 넘게 시원한 영화관에서 시간을 때우는 일이 꽤 자연스러웠지만 이젠 언감생심이 되지 않았나 이 말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모든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영화가 소비되는 시장에서, 모르긴 몰라도 95%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CJ(CGV)나 롯데(롯데시네마)나 제이콘텐트리(메가박스) 같은 기업들 중 어느 하나의 책임이라고만 이야기할 수는 없는 현재의 상황이 어떤 식으로든 타개가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말 순수하게 ‘시장 친화적’인, 흥행이 (안전하게)보장된 영화만 상영관에 걸리는 현실은 영화팬이라면 그 누구라도 원하지 않는 상황일 테니 말이다.

네임밸류에 비해 분량이 적은(?) 소지섭 배우는 2부에서 활약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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