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보리스매거진에선 삼성전자가 자사의 플래그쉽 스마트폰 모델을 생산하는 라인을 국내에 세운다는(엄밀히 따지면 베트남 공장에 있던 라인을 ‘뜯어서’ 국내로 들여오는) 이른바 ‘리쇼어링(Reshoring)’에 관한 기사를 전한 적이 있다.
삼성전자의 리쇼어링(Reshoring), 국내 산업계에 미칠 영향은?
해당 기사에서도 전한 것처럼 삼성전자가 해외에 거점을 마련했던 생산 라인을 국내로 다시 들여온 것인 이번이 최초. 그런데 이번에 이와 약간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역시 국내 굴지의 기업인 현대자동차가 국내에 공장을 세우기로 했는데 그게 자그마치 29년만의 일. 그리고 생산직 분야에서 신규 채용도 지난 2013년 이후 처음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현대차가 29년만에 국내에 세우는 공장은, 당연하게도 전기차 전용 공장이 될 것이라고 한다. 일단 현재 계획으론 내년인 2023년에 착공을 하기는 하는데, 지역과 규모 등은 미정. 현대제철이 들어와 있는 충남 당진시 등을 비롯해서 전국 몇몇 지역이 물망에 올라있고, 뉴스에도 이미 나온 만큼 어느 정도 결정은 되어 있겠지만, ‘혹시나 우리 지역에 현대차 공장을 유치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을 버리기 힘들 전국 각 지자체장들의 설렘(?)이 느껴진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이번에 국내에 새로 지어지는 현대차 생산공장은 고용유발 효과가 생각만큼 크지는 않을 것이 자명하다.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자동차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진 것은 1914년 포드가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을 개발한 이후의 일. 규모의 경제와 일관된 작업 과정 구성을 통해 제품 생산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킨 ‘포디즘(Fordism)’의 시작이었다. 1950년대에 제너럴 모터스는 다양한 제품의 생산을 가능하도록 하는 공정을 선보였고, 1970년대에 도요타는 ‘JIT(Just in Time)’ 방식을 통해 생산 공정의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방식이 이른바 모듈러 구성 방식으로, 2000년대에 폭스바겐을 비롯한 다수의 자동차 회사들이 이를 도입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제품 생산에 있어 이와 같은 발전과 진보가 이루어졌음에도 필요한 인력은 점점 줄어들었다는 것. 특히나 자동차 같은 산업 분야에서 기업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결국 재고량을 줄이는 것인데, 결국 대량생산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 현재까지의 생산 공정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대두된 개념은 다양한 제품을 가장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이른바 ‘스마트 팩토리’. 명칭은 근사하지만, 결국 소수의 전문가가 온갖 기계를 관리하는 일에 다름 아닐 것이다. 극한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일에 있어, 숙련되지 않은 인력은 배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덧붙일 이야기가 있다. 현대차 노조가 엄청난 강성으로 알고 있는 이들이 많은데, 사실 세계적 기준으로 봐서 엄청나다고까지 할 건 아니지만 그래도 특정한 사안을 사측에 요구하고 이를 관철시키는 수준으로 봐서 강성에 가깝다고 평가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지금의 현대차 노조원들 대다수가 상당히 높은 연령으로 정년퇴임을 그리 많이 남겨놓지 않은 이들이란 것. 솔직히 지금 현대차 생산직 정사원이 정년퇴임을 하고 나가면, 회사가 신규채용을 통해 그만큼의 인력을 과연 충원할까? ㅋㅋㅋ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어쨌든 가뜩이나 대기업 위주의 산업 구조를 띠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 경제의 한 단면인데, 그 중에서도 현대차 정도 되는 기업의 이번 신규 투자가 앞으로 얼마나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지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단기적으로나, 장기적으로나 주가는 오를 것으로 보이긴 하는데 과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