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발사 성공을 축하합니다

누리호의 위용!

2022년 6월21일, 대한민국 시간으로 오후 4시, KSLV(Korea Space Launch Vehicle, 한국형 우주 발사체) 계획의 일환으로 개발된 누리호가 전남 고흥의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었다. 고도 700km까지 발사 15분45초만에 도달했고, 성능검증위성 및 위성 모사체의 분리에 모두 성공. 즉, 작년 10월 1트(1차 시험발사)에서 ‘비정상 비행’이 된 것과 달리 이번 2트(2차 시험발사)는 완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누리호의 발사 성공을 축하하며, 한국형 우주 발사체 계획을 직접 진행하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물론, 여러 관련 업체의 관계자들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각자의 할 일을 수행한 모든 분들의 노고에 깊이 감사 드린다. 사진만 봐도 ‘가슴이 웅장해진다’는 말은 딱 이런 때 써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평소 과학과는 전혀 무관한 삶을 사는, 하다못해 관련 회사의 주식조차 한 주 보유하지 않은, 그저 평범한 시민의 입장에서 누리호의 발사 성공은 어떤 의미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누리호의 용도>

이번 누리호가 대한민국 최초의 로켓이자 KSLV 1호 계획의 산물인 나로호, 그리고 지난 2016년 발사에 성공한 것으로 추정된 북한의 광명성 로켓과 비교해서 발전한 점은 무엇보다 탑재할 수 있는 최대 중량이 1.5톤에 달한다는 것이다. 참고로 나로호의 탑재중량은 100kg, 광명성은 약 200kg(추정) 등이다.

탑재체의 최대 중량이 1톤이 넘는다는 것은 저궤도 상공(지상 약 600~800km)에서 쓸만한 관측위성의 무게가 대략 1톤 내외이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현재 우리나라가 기상 관측을 위해 쏠쏠하게 써먹고 있는 아리랑 3호, 아리랑 5호 위성 등이 모두 1톤에서 1.4톤 정도. 만약 우리나라가 북한처럼 비대칭 전력(핵탄두)에 사활을 거는 나라였다면 불과 300kg 정도 중량인 핵탄두를 궤도상에 쏘아 올릴 수 있는 데에 만족했을 텐데 우리나라는 그렇진 않다. 기상이나 환경 관측, 안정적인 통신망 확보 등의 실용적인 목적을 위해선 ‘최대한 무거운 놈을 싣고 갈 수 있는’ 발사체가 필요했던 것인데 이번 누리호를 통해 그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누리호의 기술>

특정 분야에 대해서, 특정 국가 차원이나 특정 기업이 진작부터 연구와 개발을 통해 우월한 기술을 갖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아직 그런 기술을 갖지 못한 후발주자들은 그 분야 선진국이나 기업으로부터 기술을 이전 받거나 최소한 제휴 등을 통해 인력을 양성하고 꾸준한 연구와 개발을 하며 그 기술을 갖게 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런데 이렇게, 세상 당연한 이치가 통하지 않는 거의 유일한 분야가 바로 우주 발사체(로켓) 분야이다. 간단하게 말해서 후발주자가 이 분야에 새로 발을 들여놓는 일 자체가 매우 어려우며, 어렵사리 로켓 분야의 기술을 굳이 손에 넣겠다고 지금부터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연구와 기술 개발을 한다고 해도 상당한 수준의 투자를 포함한 페널티를 안고 시작할 수밖에 없다는 것. 게다가 아예 공식적으로 로켓에 관해선 국가간 기술 이전이 규제되는 근거도 엄연히 존재한다. 이것이 MTCR, 즉 Missile Technology Control Regime(우리 말로는 ‘미사일 기술 통제 체제’ 정도)이다.

미국과 러시아는 물론이고 우리나라도 포함되어 있는 이 국가간 협의체가 존재하는 이유는, 당연하게도 로켓 기술이 미국 등 강대국을 위협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기 때문이다. 사거리 300km 이상, 탑재체 중량 500kg이 넘는 모든 미사일과 무인기에 관한 기술과 완성품, 부품 등의 국제 거래를 막는 일종의 신사협정이 바로 MTCR. 누리호가 MTCR의 규제 기준을 넘어서지만 개발을 완료하고 발사까지 성공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MTCR이 핵확산금지조약 같은 국제적 구속력을 부여하는 것은 아니지만 만약 이를 어길 경우 외교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천조국의 쓴맛(…)을 봐야 한다.

각설하고, 누리호의 엔진은 케로신(등유)과 액체산소를 연료로 사용한다. 사실 이와 같은 구조의 엔진은 러시아가 이미 1950년대부터 썼던 구조라서 기술적으로 특별히 새로울 것은 없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우리나라 기술진의 독자적인 연구와 개발을 통해(물론 나로호 때 러시아로부터 기술적 도움을 ‘살짝’ 받은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번의 성과를 거두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본 상황은 글의 내용과 무관합니다… 응?

<누리호의 미래>

전술했듯이 우리나라는 이번에 누리호 발사를 성공시키면서 세계에서 7번째로 궤도상에 1톤이 넘는 탑재체를 쏘아 올릴 기술력을 보유한 국가가 되었다. 이렇게 특별한 기술을 갖게 된 것은 환영하고 축하할 만한 일이지만, 그 기술 자체만으로는 노골적으로 말해서 ‘돈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로켓 기술은 MTCR 때문에 해외에 팔아먹을 수도 없지 않은가?

우리나라의 KSLV 계획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야 하는 것이 자명하다. 앞으로 누리 2호, 누리 3호가 되었든 아니면 또 어떤 새로운 이름으로든 지속적인 연구와 기술 개발이 필요한데, 이런 계획이 안정적으로 이어지려면 무엇보다 가성비를 확보하는 일이 중요할 것이다. 게다가 저궤도 위성의 주된 용도는 기상 관측과 양질의 통신 서비스 확보 등인데, 경제나 산업 규모에서 선진국이든 후진국이든 그 어떤 나라에서든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니 로켓 발사에 관한 기술과 노하우, 데이터를 많이 보유하고 있으면 있을수록 미래의 먹거리로 삼기에 좋을 것이다.

다만 이 부분에 대해선 찬반양론이 공존하고 있다. 이번 누리호의 발사 성공으로 우리나라는 국제적으로도 손꼽히는 기술을 보유하게 되었지만, 아직까진 발사 비용이 높은 편이다(누리호의 발사 비용은 약 2조원으로 추산되는데, 여기엔 기존에 없던 인프라 구축 비용이 포함되어 있긴 하다). 그런데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 X를 포함한 미국과 유럽의 이른바 ‘우주 스타트업’ 기업들은 마치 저가 항공사처럼 위성도 저가로 모시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심지어 스페이스 X는 로켓을 수거해서 재활용까지 하고 있다). 확실히, 여러 가지 한계 때문에 해외의 다양한 기관이나 기업에 비해 우리나라는 로켓 발사까지 드는 제반 비용이 높은 편인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그 비용을 단기간에 획기적으로 낮추는 일이 쉽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분야가 바로 우주 개발 분야인 것 또한 사실. 먼 옛날부터 인류는 밤하늘에 빛나는 별을 보면서 무한한 상상력을 키웠고 그 결과를 바로 지금 우리가 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저 머나먼 우주 너머로 나아가서, 인류의 지평을 획기적으로 넓힐 수 있는 날이 하루 속히 오길 바라며.

우주 저 너머엔 무엇이 있을까? 이 궁금증을 누리호가 풀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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