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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영화리뷰 &#8211; 개인 취향 반영 종합 매거진 BORIS.kr</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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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개인 취향 반영 종합 매거진 BORIS.kr</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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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영화리뷰 &#8211; 개인 취향 반영 종합 매거진 BORIS.kr</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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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이토록 낙관적이고 낭만적인 우주 &#060;프로젝트 헤일메리&gt;</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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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creator><![CDATA[김PD]]></dc:creator>
		<pubDate>Fri, 27 Mar 2026 03:22:00 +00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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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2 더하기 2의 답은 무엇입니까?” 척 보는 순간 무척이나 깊은 인상을 받을 수밖에 없는 첫 문장, “나는 좆됐다”로 시작하는 그 유명한 &#60;마션&#62;의 작가 앤디 위어의 또 다른 작품 &#60;프로젝트 헤일메리&#62;(의 원작소설)를 처음 보려고 했을 때 무엇보다 기대한 부분은 바로 첫 문장은 어떻게 시작될까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기대는 적어도 나에겐 충분한 만족감을 주었다. 2 더하기 [&#8230;]]]></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div class='booster-block booster-read-block'></div>
<p style="font-size:16px"><strong>“2 더하기 2의 답은 무엇입니까?”</strong></p>



<p>척 보는 순간 무척이나 깊은 인상을 받을 수밖에 없는 첫 문장, “나는 좆됐다”로 시작하는 그 유명한 &lt;마션&gt;의 작가 앤디 위어의 또 다른 작품 &lt;프로젝트 헤일메리&gt;(의 원작소설)를 처음 보려고 했을 때 무엇보다 기대한 부분은 바로 첫 문장은 어떻게 시작될까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기대는 적어도 나에겐 충분한 만족감을 주었다. 2 더하기 2의 답이 뭐냐고? 4잖아. 그게 뭐 중요하다고. 빌어먹을, 알 게 뭐람.</p>



<p>특히 SF 장르에서, 인류가 맞이한 존망(생각해 보니 ‘비슷한’ 발음의 다른 단어로 대체해도 무관하네)의 위기를 극복하는 가장 중요한 미션의 열쇠를 홀로 손에 쥔 주인공의 이야기는 제법 많다. 그 주인공이 그야말로 ‘얼떨결에’ 그런 위치에 오른, 한 마디로 전통적인 영웅상과는 거리가 먼 캐릭터란 이야기도, 살펴보면 뭐 그렇게까지 드물진 않다. 자, 그렇게 조금은 익숙한 이야기가 이번엔 관객 앞에 어떻게 펼쳐졌을까?</p>



<p>내용을 조금만 소개하기로 한다. 흑점으로 보이는 물체가 말 그대로 ‘태양을 먹어버리는’ 일이 벌어지고 그로 인해 태양이 조금씩 죽어가는 모습이 관측된다. 인류가 맞이한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구의 과학자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모여 가장 위험하고 중요한 미션, ‘프로젝트 헤일메리’를 수행하고자 한다. 사소한(?) 문제가 하나 있는데 우주의 저 끝으로 가서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말하자면 목숨을 걸고 해야 하는 일이란 것. 그런데 하필이면 그 중차대한 임무에 스스로 나선 적도 없는 소심한 중학교 과학교사 라일랜드 그레이스(라이언 고슬링)가 강제적으로(!) 발탁되기에 이른다.</p>



<p>&lt;프로젝트 헤일메리&gt;는 원작소설이 정식 출간되기도 전에 영화화가 결정된 바 있다. 다소 특이한 케이스이긴 한데, 이렇게 된 데에는 영화의 주연 배우이면서 제작자(E.P)로도 이름을 올린 라이언 고슬링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아닌 게 아니라 라이언 고슬링은 눈매가 쳐져서 그런지 어딘가 모르게 억울한(?) 일을 당하는 소시민 역에 참 잘 어울린다고 느껴지기도. ㅋㅋㅋ 그런 데다 본작에선 연기도 무척 훌륭했다. 그 부분에 대해선 뒤에 더 자세히 이야기하는 걸로.</p>



<p>일단 원작소설의 경우 기본적으로 SF 장르이면서 ‘과학적 엄밀성’이란 기준으로 보면 이른바 하드 SF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론 굳이 그렇게까지 구분을 해야 할 필요성을 많이 느끼진 못하고 있지만 콘텐츠를 더 자세히 뜯어보고자 할 때 다소 편리하고 용이한 부분이 있어 이와 같은 전제를 굳이 두고자 한다.</p>



<p>아무튼 하드 SF의 경우 은근히 영화화가 까다로운 장르에 속한다. 당연하게도 그 과학 부분의 디테일을 관객에게 적절한 수준으로 전달하는 게 어렵기 때문. 원작과 고증에(만) 충실하면 골수 팬들은 환영하겠지만 과학(과 하드 SF)에는 문외한인 대다수 관객은 지루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한편 원작의 과학적 고증 부분을 과감하게(!) 삭제하고 ‘뼈대’만 가져온 채 흥미와 스펙터클 위주로만 다루게 되면 그 반대가 될 테고. &lt;프로젝트 헤일메리&gt;는 그렇게 쉽지 않은 외줄타기 미션에서 나름 성공했다고 본다. 태양을 먹어 치우는 ‘아스트로파지’에 대해, 원작에선 그 배경과 행동 양식을 꽤 공들여 설명했던 걸 기억하는데 영화에선 다소 얼렁뚱땅 넘어간 측면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관객들에게 충분히 설득력을 제공했다. 그 부분은 &lt;마션&gt;에서도 시나리오 각색 작업을 했던 드류 고다드의 역량이 발휘된 결과일 것이다.</p>



<p><strong>본작에서 특히 ‘영화적 재미’가 잘 살아난 부분은 말할 것도 없이 외계 생명체와의 조우, 그리고 주인공 그레이스와 ‘록키’ 이 두 캐릭터가 연출하는 케미에 있다고 하겠다. 록키의 난데없는(?) 출현 이후로 영화는 사실상 버디 무비로 서브 장르가 변환되는데, 둘 사이에 커뮤니케이션도 가능해지면서 둘 사이의 티키타카가 꿀잼 요소가 된다.</strong></p>


<div class="wp-block-image">
<figure class="aligncenter size-full"><img fetchpriority="high" decoding="async" width="900" height="506" src="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6/03/20260327_taste.jpg" alt="" class="wp-image-3888" srcset="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6/03/20260327_taste.jpg 900w, 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6/03/20260327_taste-300x169.jpg 300w, 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6/03/20260327_taste-768x432.jpg 768w, 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6/03/20260327_taste-800x450.jpg 800w" sizes="(max-width: 900px) 100vw, 900px" /><figcaption class="wp-element-caption">라이언 고슬링의 원맨쇼, 아니 투맨쇼(?)가 돋보였다</figcaption></figure>
</div>


<p>다만 <strong>원작을 안 읽은 관객 일부에서 외계 생명체 록키가 나오는 점이나 만능 번역기(?)를 통해 둘이 대화를 나누는 부분 등에서 리얼리티가 결여되어 다소 당혹감을 느낀다고도 하는데 개인적으론 뭐 그렇게까지 깊게 파고들 일은 아니라고 본다. 어차피 원작소설은, 그리고 본작 영화는 ‘하드 SF’라곤 해도 어디까지나 대중성이 중요한 콘텐츠이기 때문. 우여곡절 끝에 지구의 인류와, 그리고 록키의 고향 행성 동포들도 무사히 생존할 수 있게 되어 모두가 행복한 미래를 맞이하게 된다는 결말만 봐도 이 작품이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strong></p>



<p>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라일랜드 그레이스 역의 라이언 고슬링은 매우 훌륭한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얼핏 &lt;마션&gt;의 맷 데이먼과 비슷한 느낌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지만, 본작에서 그레이스는 슬픔, 분노와 함께 호기심과 유머러스함까지 다양한 모습을 소화해야 했고 라이언 고슬링은 그걸 꽤 잘 해냈다. 개인적으론 그의 커리어 하이가 되었다고 생각. 덧붙이면 원작에서도 비중은 크지 않았지만 그래도 강력한 카리스마와 존재감이 빛났던 에바 스트라트 역 산드라 휠러는 가진 역량을 모두 보여주진 못한 느낌. 사실 이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배우인데.</p>



<p>연출 부분에선 다소 아쉬움이 느껴진다. 본작을 연출한 필 로드와 크리스토퍼 밀러 콤비가 괜찮은 평가를 받았던 건 사실 장편 영화 연출보단 애니메이션 분야에서의 성취 덕분인데(&lt;스파이더버스&gt; 시리즈 시나리오 집필) 본작은 일단 음악이 너무 과하다(그리고 너무 많이 쓰였다). 그레이스와 록키가 ‘만담 콤비’가 되어가는 모습은 재미있지만 둘의 첫 조우가 다소 심심하다고 느껴졌다. 이전에 &lt;클로즈 인카운터&gt;나 &lt;E.T&gt; 등에서 보여졌던, 뭐랄까 다소 신비로운 느낌은 완전히 없는 모습. 비교 대상의 허들이 다소 높지 않은가 하는 생각은 들지만 &lt;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gt;나 &lt;인터스텔라&gt;, &lt;그래비티&gt; 등의 격조 높은 연출에 비하면, 글쎄…?</p>



<p><strong>아쉬운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래도 &lt;프로젝트 헤일메리>는 간만에 꽤 흡족한 재미를 주었다고 할 수 있겠다. 텐트폴 작품답게 ‘온 가족이 함께 보기 좋은’ 영화로서도 참 오랜만에 만나는 작품이기도 하고, 아이맥스 환경에서의 관람도 만족스러웠고</strong>(우주 장면은 아이맥스로 촬영).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덧붙이면, 글을 작성 중인 2026년 봄 극장가에선 &lt;왕과 사는 남자>가 무려 1,500만 관객을 모으면서 단연 화제가 되고 있는데 &lt;프로젝트 헤일메리> 또한 평론가들보단 관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면서 관객 동원에 나름 성공하고 있는 중. 다소 섣부르지만 모처럼 극장가가 활력을 찾아가는 중으로 보여 영화 팬으로서 괜히(?) 기쁘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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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PD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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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 href="mailto: teranaut@naver.com" class="booster-url-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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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1960년과 2025년, 65년의 세월을 건너 이어진 ‘새로운 물결(Nouvelle Vague)’</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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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creator><![CDATA[김PD]]></dc:creator>
		<pubDate>Wed, 28 Jan 2026 07:41:25 +0000</pubDate>
				<category><![CDATA[취향]]></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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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새해 들어서도 극장 개봉작 중에 그다지 땡기는 작품이 없다가 결국 한 편을 발견. 아니, 두 편. 그래서 꽤 오랜만에 ‘하루에 영화 두 편 보기’를 시전. 그것도 서로 다른 영화관에서! ㅋㅋㅋ 예전에도 영화를 하루에 두 편, 혹은 세 편까지도 본 적이 있긴 한데 그 땐 멀티플렉스여서 상대적으로 수월했지. 사실 이번에도 두 상영관의 물리적 거리가 그다지 멀진 [&#8230;]]]></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div class='booster-block booster-read-block'></div>
<p>새해 들어서도 극장 개봉작 중에 그다지 땡기는 작품이 없다가 결국 한 편을 발견. 아니, 두 편. 그래서 꽤 오랜만에 ‘하루에 영화 두 편 보기’를 시전. 그것도 서로 다른 영화관에서! ㅋㅋㅋ 예전에도 영화를 하루에 두 편, 혹은 세 편까지도 본 적이 있긴 한데 그 땐 멀티플렉스여서 상대적으로 수월했지. 사실 이번에도 두 상영관의 물리적 거리가 그다지 멀진 않아서(차로 약 30분 가량) 가능했다.</p>



<p>근데, 아무래도 몸이 예전 같진 않아서 두 편째엔 솔직히 좀 피곤하기도 했다. ㅠㅠ</p>



<p>그렇다면 <strong>어떤 영화길래 이 게으른 아저씨로 하여금 하루에 두 탕씩이나 뛰게 만들었을까? 아마도 1백년이 훌쩍 넘은 영화 역사상 가장 유명하고, 당대는 물론 후대에도 큰 영향력을 끼친 작품들을 (굳이 순위를 따져서)리스트로 쭉 뽑아보면 적어도 다섯 손가락 안에는 꼽힐 만한 작품, &lt;네 멋대로 해라(A bout de soufflé)>와, 바로 그 영화를 만드는 일에 관한 영화, &lt;누벨바그(Nouvelle Vague)>였다.</strong></p>



<p>당연히 &lt;네 멋대로 해라&gt;는 예전에 본 적이 있긴 하다. 대학생 때 동아리 방의 작은 TV로 봤던 기억이 첫 기억이고, 이후에도 한두 번 정도 더 보긴 했는데 역시 TV나 모니터를 통해서만 봐서 작품에 집중할 만한 환경이 아니었다. 이렇게 구구절절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당시엔 작품에 대해 그다지 깊은 인상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대단한 영화라곤 하는데, 뭐 그렇게까지? 잘 모르겠네’ 정도였다고나 할까?</p>



<p>그리고 작년 연말쯤 &lt;누벨바그&gt;란 제목의 영화 예고편을 보게 되었다. 리차드 링클레이터 감독이 연출을 하는데 내용이 다름아닌 &lt;네 멋대로 해라&gt; 만들기! 이건 안 볼 수가 없지. 게다가 당시 예고편 화면 귀퉁이엔 ‘넷플릭스’란 자막이 떠 있어서 언젠가 공개되면 꼭 봐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국내에선 극장 개봉을 하네? 물론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는 작품이(오리지널 작품을 포함해서) 극장에서 먼저 공개되는 게 드문 일은 아닌데, 이번엔 &lt;네 멋대로 해라&gt;의 재개봉 판권을 취득한 회사가 &lt;누벨바그&gt;까지 수입을 해서 공개를 하는 바람에 아마도 당분간은 넷플릭스 공개가 요원해진 경우에 해당한다. 그런 데다, &lt;네 멋대로 해라&gt;도 그렇고 &lt;누벨바그&gt;도 그렇고 솔직히 두 편 모두 한두 달 정도, 혹은 그 이상 장기 상영을 기대하긴 힘든 작품들이라 이번 기회가 아니면 두 편을 ‘한꺼번에’ 보기는 거의 어려울 듯하여 모처럼 큰맘 먹고 ‘하루에 두 탕 뛰기’를 시전한 것이다.</p>


<div class="wp-block-image">
<figure class="aligncenter size-full"><img decoding="async" width="900" height="506" src="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6/01/20260128_taste01.jpg" alt="" class="wp-image-3832" srcset="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6/01/20260128_taste01.jpg 900w, 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6/01/20260128_taste01-300x169.jpg 300w, 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6/01/20260128_taste01-768x432.jpg 768w, 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6/01/20260128_taste01-800x450.jpg 800w" sizes="(max-width: 900px) 100vw, 900px" /><figcaption class="wp-element-caption">1960년, 새로운 물결의 시작을 알린 &lt;네 멋대로 해라></figcaption></figure>
</div>


<p style="font-size:18px"><strong>1960년, ‘새로운 물결’의 시작을 알리다</strong></p>



<p>아무튼 &lt;네 멋대로 해라&gt;를 이번에 큰 화면으로 다시 보니 ‘저런 장면도 있었나?’할 정도로 새로운(…) 느낌이어서 역시 다시 보길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예전엔 미처 모르고 넘어갔던 디테일까지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미 유명한 이야기지만 장뤽 고다르 감독은 &lt;네 멋대로 해라&gt;가 첫 연출작이다. ‘카이에 뒤 시네마’에 영화평론을 기고하던 문필가 출신. 1950년대 후반 기준으로도 이미 수십 년 전 일정한 성취를 거둔 할리우드에 비해 지리멸렬하던 유럽 영화에 진저리를 치고서 직접 카메라를 들고 거리에 나가 영화를 찍었다. 물론 그런 이가 그 혼자만은 아니었으니, 이미 &lt;400번의 구타&gt;로 프랑스 영화의 ‘새로운 물결’이 시작되었음을 알린 프랑소와 트뤼포가 있었고(장뤽 고다르와 프랑소와 트뤼포는 둘도 없는 친구 사이에서 이후 모종의 이유로 크게 다투곤 갈라섰다. 그리고 트뤼포가 먼저 세상을 뜨기 전까지 둘은 절대 만나지도 않았고 공식 석상에서 마주친 일도 없다) 자크 리베트, 그리고 누벨바그 1세대 감독들 중 가장 늦게까지 현역으로 활동했던 클로드 샤브롤 등이 있다.</p>



<p>장뤽 고다르는 첫 작품에서 기존의 영화 관습(비평 측면에서나, 실제 영화 제작 측면에서나)을 크게 벗어난 시도를 많이 했다. 쇼트와 쇼트가 이음매 없이 연결된 ‘점프 컷’과 촬영감독이 카메라를 손에 들고 이동하면서 촬영한 ‘핸드헬드 카메라’ 등이 영화를 이루는 물리적 요소 부분에서의 시도라면, 완성된 시나리오 없이 매일 아침 직접 쓴 ‘쪽대본’으로 촬영을 했다는 점이나 배우들은 리허설 없이 그때그때의 즉흥적인 느낌과 인상만으로 연기를 했다는 점 등은, 그냥 영화 제작에 있어 모든 부분에서의 전복(顚覆/Subversion)이나 다름없었다고 하겠다.</p>



<p>여기에 더해, 작품 속에서 직접 다른 영화나 배우를 언급하는(주인공 미셸은 할리우드 배우 험프리 보가트의 추종자이며, 그가 작품 속에서 거의 항상 중절모를 쓰고 나오는 것도 험프리 보가트의 출연작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식으로 이른바 ‘메타 영화’로서의 정체성을 갖는 점이나, 전통적인 의미의 주인공과는 거리가 먼 주인공(미셸은 원래부터 좀도둑이며 경찰 살해범이기도 하다. 게다가 거의 항상 담배를 피워대는데 꽁초는 그냥 길거리에 버리기 일수다!).을 내세운 점, 인공적인 조명이나 세트 대신 자연광을 활용하며 길거리에서 경량 카메라로 촬영한 점 등은 이후로도 쭉 이어진 영화 역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p>


<div class="wp-block-image">
<figure class="aligncenter size-full"><img loading="lazy" decoding="async" width="725" height="620" src="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6/01/20260128_taste02.jpg" alt="" class="wp-image-3833" srcset="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6/01/20260128_taste02.jpg 725w, 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6/01/20260128_taste02-300x257.jpg 300w" sizes="auto, (max-width: 725px) 100vw, 725px" /><figcaption class="wp-element-caption">&lt;네 멋대로 해라> 촬영 중, 감독과 배우들</figcaption></figure>
</div>


<p>여기에도 미처 언급하지 못한 많은 부분들이 영화적으로나 영화 외적으로나 동세대와 후배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 것은 주지의 사실. <strong>여러 가지 측면에서 구시대적 관습에 반기를 들게 만든 &lt;네 멋대로 해라>가 없었다면, 과연 68혁명이 가능했을까? 약간 과장해서 말하자면, 혁명은 한 1년 정도 늦춰지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strong></p>



<p>마지막으로 한 가지 덧붙인다. &lt;네 멋대로 해라&gt;의 장뤽 고다르 감독은 지난 2022년, 향년 91세를 일기로 숨을 거두었다. 그의 사인은 이른바 ‘조력자살’. 대상자나 가족이 의지를 밝히고 의료진이 직접 약물을 주입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대상자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안락사/존엄사와 달리, 대상자 본인이 스스로 약물을 복용해서 죽음에 이르는 방식이다. 영화의 마지막에 주인공 미셸은 경찰로부터 총격을 당해 죽어가는 와중 땅바닥에 누워 자신이 손으로 직접 자신의 눈을 가리며 죽음을 맞이한다. 마치 감독의 마지막을 예견한 장면 같아 괜히 싱숭생숭. 고다르 감독의 죽음에 관해선 아래 링크의 칼럼에서도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p>



<p style="font-size:18px"><strong><a href="http://boris.kr/column/1523/" data-type="link" data-id="http://boris.kr/column/1523/" target="_blank" rel="noreferrer noopener">자신 작품의 주인공처럼 생을 마감한 장뤽 고다르(링크)</a></strong></p>


<div class="wp-block-image">
<figure class="aligncenter size-full"><img loading="lazy" decoding="async" width="900" height="600" src="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6/01/20260128_taste03.jpg" alt="" class="wp-image-3834" srcset="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6/01/20260128_taste03.jpg 900w, 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6/01/20260128_taste03-300x200.jpg 300w, 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6/01/20260128_taste03-768x512.jpg 768w" sizes="auto, (max-width: 900px) 100vw, 900px" /><figcaption class="wp-element-caption">65년의 시간이 흐른 후, &lt;누벨바그></figcaption></figure>
</div>


<p style="font-size:18px"><strong>2025년, 고전의 발자취를 되짚어가다</strong></p>



<p>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lt;네 멋대로 해라&gt;는 많은 후배 창작자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그리고 그 영화를 만드는 이야기마저 영화 자체만큼 흥미로우니, 그 상황을 그린 영화가 안 나올래야 안 나올 수가 없었을 것이다. 사실 그렇게 되기까지 65년이란 긴 시간이 흐른 게 신기할 정도. 아무튼 매우 솜씨 좋은 연출자이자 스스로 영화광이기도 한 리차드 링클레이터 감독이 &lt;네 멋대로 해라&gt;의 제작 일기를 &lt;누벨바그&gt;란 영화 한 편으로 다시 쓴 것은 참 인상적인 선택이다.</p>



<p>&lt;네 멋대로 해라&gt;를 보고, 곧바로 &lt;누벨바그&gt;를 이어서 본 느낌은, 그러니까 이런 것이다. 중고딩 시절 시험을 앞두고 좀 어려운 수학 문제를 붙잡고 끙끙 매다가 결국 참고서의 문제 풀이를 본 격. 사실 &lt;네 멋대로 해라&gt; 제작에 관해 희한하고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다는 이야기는 예전에도 들어서 알고 있긴 했다. 고다르 감독 본인이 영화 속 단역으로 직접 출연했다는 것과 촬영 중 제작자 및 배우들과 다툼이 많았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는데, 카이에 뒤 시네마 시절 동료였던 자크 리베트 감독을 비롯해서 누벨바그 1세대 감독들이 하나같이 존경을 바친 장피에르 멜빌 감독이 영화에 직접 출연했던 점이나 트뤼포 감독과의 관계 같은 부분들은 미처 몰랐던 점으로, 영화를 보고 난 이후 인상이 더 각별해졌다(특히 둘은 영화에 대한 견해 차이로 크게 싸우고 난 뒤 다시는 서로 만나지 않았다. 물론 트뤼포 감독 사망 후 애도를 표하기는 했다). 영화는 &lt;네 멋대로 해라&gt; 시사 후 트뤼포 감독이 고다르 감독에게 “역대 최악의 영화가 되겠군”이라는 덕담(?)을 하고 웃으며 둘이 포옹을 하는 장면으로 끝맺는데, 둘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아는 사람이라면 꽤 뭉클한 장면일 터.</p>



<p><strong>&lt;네 멋대로 해라>와 &lt;누벨바그>를 굳이 비교하자면, 전자는 상당히 건조한 느와르에 가깝고 후자는 ‘우당탕탕 소동극’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전자가 매우 냉소적이고 허무주의적인 결말에 이른다면 후자는 모든 스태프가 모여 환하게 웃으며 단체로 기념촬영을 하는 훈훈한 결말에 이른다. 영화 역사에 그야말로 기념비적으로 남은 작품으로부터 65년이 흐른 후 나온 제작 일기는, 리차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수줍은 고백으로 보인다. ‘소원성취한 덕후’의 모습이랄까.</strong></p>


<div class="wp-block-image">
<figure class="aligncenter size-full"><img loading="lazy" decoding="async" width="900" height="506" src="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6/01/20260128_taste04.jpg" alt="" class="wp-image-3835" srcset="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6/01/20260128_taste04.jpg 900w, 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6/01/20260128_taste04-300x169.jpg 300w, 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6/01/20260128_taste04-768x432.jpg 768w, 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6/01/20260128_taste04-800x450.jpg 800w" sizes="auto, (max-width: 900px) 100vw, 900px" /><figcaption class="wp-element-caption">고다르 감독은 모든 면에서 영화를 &#8216;전복&#8217;했다</figcaption></figure>
</div>


<p>한 가지 의문은 남는다. <strong>영화 속 영화의 엔딩, 그러니까 &lt;누벨바그>에서 &lt;네 멋대로 해라>의 엔딩을 촬영하는 장면에서 땅바닥에 쓰러진 미셸은 원작과 달리 선글라스를 쓰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lt;네 멋대로 해라>의 엔딩은 주인공이 스스로 손을 쓸어 내리며 눈을 감는 장면이 무척이나 인상적인데, 그 부분이 통째로 바뀐 것이다. 링클레이터 감독은 왜 그런 선택을 한 걸까?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한 가운데, 필자는 그 점을 이른바 ‘로망의 극대화’로 보고 싶다.</strong></p>



<p>영화 속에서 미셸은 여러 차례 선글라스를 쓰고 나온다(심지어 알 한 쪽이 없는 상태로 쓸 때도 있다). 중절모와 함께 미셸의 캐릭터를 상징하는 소품이며, 그 자체가 ‘누벨바그’의 시대를 상징하는 일종의 아이콘이기도 한 것. 당대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는 데에 거리낌이 없는 링클레이터 감독은, 가장 아름답고 찬란했던 시절을 박제하는 느낌으로 영화 속 캐릭터에게 선글라스를 씌운 게 아닐까 하는 것이다. 게다가 영화 속에서 항상(진짜 한 번도 안 빼놓고!) 선글라스를 쓰고 나오는 이가 누구인가? 다름 아닌 고다르 감독 아닌가 이 말이다! ㅋㅋㅋ</p>



<p>관련 자료를 검색해보니 &lt;누벨바그&gt;는 미국 넷플릭스에선 이미 작년 연말에 공개가 되었다. 전술했듯 우리나라에선 극장에서 개봉되는 바람에 넷플릭스 공개가 (당분간은, 아마도 상당 기간은)어려울 터. 그러니 다시 이야기하지만, &lt;네 멋대로 해라&gt;와 &lt;누벨바그&gt;를 연달아 관람한 경험은, 앞으로도 꽤 오랜 시간 동안 인상적인 기억으로 남아있을 것 같다.</p>



<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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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PD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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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그래서, 저항은 계속되어야 한다: &#060;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gt;</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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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creator><![CDATA[김PD]]></dc:creator>
		<pubDate>Wed, 22 Oct 2025 03:10:40 +00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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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우리가 어떤 영화를 보고 나서 훌륭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내리게 될 때엔 거기에 나름의 기준이 있을 것이다. 그 기준이란 게 사람마다 다른 게 마땅한데, 개인적으론 ‘우리가/내가 두 발 딛고 살아가는 이 현실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조명한’ 경우에 다소 후한 점수를 주게 된다. 말하자면 일종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도구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했을 때 좋은 영화라고 평가하게 된다는 것(그래, [&#8230;]]]></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div class='booster-block booster-read-block'></div>
<p>우리가 어떤 영화를 보고 나서 훌륭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내리게 될 때엔 거기에 나름의 기준이 있을 것이다. 그 기준이란 게 사람마다 다른 게 마땅한데, 개인적으론 ‘우리가/내가 두 발 딛고 살아가는 이 현실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조명한’ 경우에 다소 후한 점수를 주게 된다. 말하자면 일종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도구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했을 때 좋은 영화라고 평가하게 된다는 것(<strong>그래, 나 늙었다! 나 아재다! 어쩔래? ㅋㅋㅋ</strong>).</p>



<p>물론 낡고 딱딱한 프로파간다를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도 유려하고, 세련되게. 종종 웃기게. 그래서 블랙코미디 장르의 영화를 유독 좋아하는 건지도. 아무튼 그런 나의 눈으로 보건대, <strong>&lt;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는 단연 올해 최고의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strong></p>



<p>폭파 전문가이자 좌파 혁명가였던 밥 퍼거슨(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예전엔 투철한 혁명 정신으로 무장하고 치열한 삶을 살았으나(적어도 그랬던 것으로 보이나), 부인이 곁을 떠난 후 지금은 그저 늙고 쭈글쭈글해진 채 약과 술에 절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중년이 되었다. 그런 그의 곁엔 애지중지하는 딸 윌라(체이스 인피니티)가 있는데, 모종의 이유로 인종차별주의자이자 백인 우월주의자이면서 고위급 경찰인 록조(숀 펜)에게 납치되자 딸을 찾아 나서게 된다는 것이 줄거리.</p>



<p>일단 본작은 두 캐릭터, 밥과 록조가 대립을 하면서 드라마를 만들어나가는 식으로 진행이 되는데 각각의 캐릭터가 대표하는 커다란 두 집단이 존재한다. 일단 밥이 소속된(현재는 사실상 은퇴 상태지만) 좌파 무장세력 ‘프렌치 75’. 지금으로선 조금 의아하게 들릴 수 있지만 미국에도 혁명을 통해 체제를 무너뜨려야 하며, 그 과정에서 다소간의 무력은 필수불가결하다고 부르짖는 세력이 존재했다. 덧붙이면 미국에서 활동했던 단체들은 사회적 특성상 반체제와 함께 흑인 민권운동, 성해방, 무정부주의 같이 꽤 다양한 분야에서의 변화 혹은 혁명을 내세웠던 것이 특징. 프렌치 75는 그런 단체들이 모델이 되어 그려진 것으로 보인다.</p>



<p>그리고 록조가 가입하려고 애쓰는 단체인 ‘크리스마스 모험가 클럽’이 있다. 매우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데다가 필시 멤버들의 가입 여부도 철저히 비밀에 부쳐지는 것으로 여겨지는 이 모임은 극단적인 백인 우월주의(유대인까지도 배척한다)를 표방하고 있다. 동시에 조직의 번영(?)을 위해선 살인까지도 서슴지 않는 것으로 보아 멤버들 중엔 뒷배를 봐주는 고위급 공직자나 적어도 막후의 실력자들이 다수인 것으로 추측된다.</p>



<p>이렇게 서로 전혀 다른 것처럼 보이는 두 단체는, 묘한 지점에서 공통점을 보인다. 과거엔 ‘전쟁영웅’ 소리를 들어 마땅했으나 현재는 술과 약물에 찌들어 사는 밥의 모습을 봐도, 아니, 과거에 한참 날리던 시절에도 ‘그렇게 고결하기 짝이 없는 혁명 정신을 수행하기 위해’ 하는 일이라곤 은행강도질이라니, 어느 모로 보나 프렌치 75는 그냥 나사가 여러 개 빠진 것처럼 여겨진다. 물론 16년이 넘도록 접선 방법(암구호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니 나름 조직 운영은 제대로 하고 있는 걸까? 본작에는 참 웃기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암구호를 기억하지 못하는 밥이 <strong>“이 X같은 리버럴 새끼 봐라, 사람이 말을 하는데 전화를 끊어?”</strong>라는 대사를 내뱉을 땐 정말이지 숨이 넘어가도록 웃었다. 리버럴은 여기서나 저기서나 까이는 존재. ㅋㅋㅋ</p>


<div class="wp-block-image">
<figure class="aligncenter size-full"><img loading="lazy" decoding="async" width="900" height="506" src="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5/10/20251022_taste.jpg" alt="" class="wp-image-3728" srcset="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5/10/20251022_taste.jpg 900w, 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5/10/20251022_taste-300x169.jpg 300w, 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5/10/20251022_taste-768x432.jpg 768w, 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5/10/20251022_taste-800x450.jpg 800w" sizes="auto, (max-width: 900px) 100vw, 900px" /><figcaption class="wp-element-caption">저항이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 &lt;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figcaption></figure>
</div>


<p>크리스마스 모험가 클럽이란 단체도 마찬가지. 비밀스럽기 짝이 없는 회합의 모습도 그렇고, 거의 10여 년 전의 경찰 내부 문건도 입수할 정도의 권력을 가진 이들이 모여서는 ‘사람 잡는’ 공작을 꾸미고 있는 꼴을 보니 여기도 볼장 다 봤다 싶다. “깨끗하게 청소해. 바닥에 떨어진 것도 주워먹을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하게.”</p>



<p>그렇다고 해서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이 그냥 ‘여기나 저기나 다 똑 같은 머저리들’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영화 속에서 그려진 단체들, 그리고 그들이 대변하고 있는 사회적 문제들을 <strong>관객들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각인하기 위한 최선의 연출을 선보였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장르적 쾌감이 무척 뛰어나다는 것.</strong> 특히 후반부 사막의 구불구불한 도로에서 펼쳐지는 자동차 추격전 장면은 단연 하이라이트. 짧은 호흡으로 많은 컷을 이어 붙인 모습이 아니라, 롱 쇼트와 클로즈업 쇼트가 부딪히도록 하며 몽타주 효과를 부각시키면서 묘하게도 오르락 내리락 하는 도로의 모습 자체가 마치 캐릭터의 심리 상태를 반영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해서 꽤 인상적이었다. 관련 자료를 찾아보니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은 “스티브 맥퀸 등이 출연했던 70~80년대 액션 영화를 참고했다”고 하던데, 그 이야기를 듣고 다시 생각해보니 정말 &lt;프렌치 커넥션>이나 &lt;게터웨어>, 그리고 &lt;불리트> 같은 영화들이 연상되기도 했다.</p>



<p>그리고 영화가 인상적인 기억으로 남은 것은 멋진 캐스팅과, 멋진 퍼포먼스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밥 역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전화통 붙잡고 울상을 짓는(ㅋㅋㅋ) 모습에서 이젠 정말이지 어떤 경지에 올랐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다. 근데 왜 묘하게 자꾸 잭 블랙이 겹쳐 보이지. ㅋㅋㅋ</p>



<p>연기에 있어서 어떤 경지라면, <strong>단연 록조 역의 숀 펜이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strong> 솔직히 내년 오스카에서 남우조연상 안 주면 이상한 일일 터. 알고 보면 되게 찌질한 캐릭터인데, 만약 저런 사람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strong>‘걸어갈 때도 진짜 저렇게 걸음걸이를 할 것 같은’ </strong>느낌이어서 단연 압권.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숀 펜의 최고 연기는 &lt;밀크>에서 실존 인물인 하비 밀크 역의 연기였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커리어 하이를 달성했다.</p>



<p>윌라가 가라테를 배우는 도장의 세르지오 사범 역을 맡은 베니치오 델 토로는 또 어떻고? 자신뿐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경각에 달렸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정말 천연덕스럽게, 한없이 여유롭게 ‘그저 자신의 일을 순서대로’ 해나간다. 따지고 보면 밥과 프렌치 75가 예전에 그렇게 떠들썩하게 부르짖었던 ‘혁명 정신’을 오늘날에도 묵묵히 수행하는 인물이기도. 그래서 많고 많은 직업 중에 하필이면 가라테 사범이었나?</p>



<p class="has-luminous-vivid-amber-background-color has-background"><strong>앞서 감독이 그저 모두까기 인형이 되는 것을 피했다고 했는데, 사실 감독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엔딩에 그대로 드러났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스마트폰이라는 신문물에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선대의 혁명가 밥. 그리고 대를 이어 혁명 정신을 수행하기 위해 나서는 윌라. 하긴, 지금 미국에서 트럼프가 어떤 난장질을 벌이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꼬락서니가 펼쳐지고 있는지 상기해보면, ‘왜 혁명과 저항의 정신이 지금도 필요한지’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다시 한번, 비장한 한편으로 유쾌하고, 신랄한 한편으로 유려하며, 묵직한 한편으로 재기발랄한 작품을 빚어낸 감독과 제작진, 배우들에게 커다란 찬사를 보낸다. &lt;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는 매우 큰 성취를 일궈냈다.</strong></p>



<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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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PD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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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060;어쩔 수가 없다&gt;에서 느낀 기묘한 위화감</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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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creator><![CDATA[김PD]]></dc:creator>
		<pubDate>Wed, 08 Oct 2025 02:37:34 +0000</pubDate>
				<category><![CDATA[취향]]></category>
		<category><![CDATA[영화]]></category>
		<category><![CDATA[영화리뷰]]></category>
		<category><![CDATA[이병헌]]></category>
		<category><![CDATA[박찬욱]]></category>
		<category><![CDATA[어쩔수가없다]]></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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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콧수염을 기른 이병헌. 그리고 그가 마당 딸린 저택에서 바비큐를 구우면서 어여쁜 아내와 두 자녀, 대형견 두 마리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60;어쩔 수가 없다&#62;의 첫 장면을 보고 무슨 이유에선지 한국이 아닌 듯싶었다. 게다가 마침 아내 미리(손예진)는 가장인 만수(이병헌)의 회사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외국인 중역에 대한 언급을 하기까지 해서, 이 작품의 공간적 배경이 한국은 [&#8230;]]]></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div class='booster-block booster-read-block'></div>
<p>콧수염을 기른 이병헌. 그리고 그가 마당 딸린 저택에서 바비큐를 구우면서 어여쁜 아내와 두 자녀, 대형견 두 마리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lt;어쩔 수가 없다&gt;의 첫 장면을 보고 무슨 이유에선지 한국이 아닌 듯싶었다. 게다가 마침 아내 미리(손예진)는 가장인 만수(이병헌)의 회사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외국인 중역에 대한 언급을 하기까지 해서, 이 작품의 공간적 배경이 한국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p>



<p>그런데 곧바로 그런 내 생각이 틀렸음을 알게 되었다. 솔직히, 위에 묘사한 모습이 평소에 자주 볼 수 있는 장면은 아니지 않은가? 뭔가 굉장히 어색한 풍경에서 펼쳐지는 이토록 잔혹한 우화의 첫머리에 느껴진 기묘한 위화감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이제부터 그 부분을 살펴보기로 하자.</p>



<p>만수가 25년의 삶을 고스란히 바친 직장은 하필이면 제지회사. 아이들 보는 교과서조차 태블릿으로 나오는 시대가 요즘이다. 한마디로 종이를 만드는 일에 대단한 노하우를 갖춘 전문가가 현재의 직장 말곤 어디에서도 제대로 된 대접을 받기 힘들어진 시대라는 것. 당연하게도(?) 주인공은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게 되고, 이제부터 잔혹하지만 웃기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누가 그랬던가, 인생은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p>



<p>새 직장을 얻기 위해,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현재의 경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주인공이 급기야 구직 전선에서 자신의 잠재적 경쟁자들을 스스로 제거해야 되겠다는 마음을 먹은 것부터가 지금의 자본주의는 심각한 딜레마에 빠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첫 번째 타깃이 되는 인물인 범모(이성민)와의 대면은 또 어떻고? 둘은 아예 시끄러운 배경음악(조용필의 &lt;고추잠자리&gt;) 때문에 서로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른 채 ‘자막’으로 의사소통을 한다(이 장면은, 단언컨대 박찬욱 감독의 모든 작품의 모든 장면 가운데 가장 웃기는 장면이다! ㅋㅋㅋ).</p>



<p>만수는 어찌저찌 첫 미션에 이어, 두 번째 미션에도 성공(?)하지만 그 과정에서 가장 소중한 가족과 비밀을 공유하는 사이가 된다. 그런데 제 발 저린 도둑(?)은 가족 중 만수만은 아니어서, 이 가장은 가정을 지키기 위해(!) 아들에겐 거짓을 강요한다. 희한하게도, 아버지(가 저지른 일)에 대해 엄마까지도 아들에게 거짓말을 한다. 이 모든 일은, 그야말로 ‘어쩔 수가 없이’ 흘러가는 식.</p>


<div class="wp-block-image">
<figure class="aligncenter size-full"><img loading="lazy" decoding="async" width="900" height="506" src="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5/10/20251008_taste.jpg" alt="" class="wp-image-3711" srcset="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5/10/20251008_taste.jpg 900w, 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5/10/20251008_taste-300x169.jpg 300w, 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5/10/20251008_taste-768x432.jpg 768w, 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5/10/20251008_taste-800x450.jpg 800w" sizes="auto, (max-width: 900px) 100vw, 900px" /><figcaption class="wp-element-caption">실직 가장 만수의 선택은, 정말 &#8216;어쩔 수가 없었&#8217;을까?</figcaption></figure>
</div>


<p>돌이켜보면, 특정한 선택으로 내몰리는 이들의 모습은 박찬욱 감독의 이전 작품들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이야기 자체가 극단적으로 양식화된 &lt;올드보이&gt;나 &lt;아가씨&gt; 정도는 제외한다고 해도, 박찬욱 감독의 열성적인 팬들 사이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lt;복수는 나의 것&gt;이나 &lt;친절한 금자씨&gt;, 그리고 바로 직전의 &lt;헤어질 결심&gt; 같은 작품들에서 대부분 주인공들은 일정한 선택지 안에서 가장 돋보이는 액션을 취했다. 그랬던 부분이, 본작 &lt;어쩔 수가 없다&gt;에선 ‘가정과 가족을 지키려는 가장’의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다. 여기에 그 누가 손가락질을 하거나 비난할 수 있을 것인가? 더군다나 가장의 실직은 우리 사회에 IMF 구제금융 신청에 이은 경제 위기라는 트라우마로 크게 남지 않았나?</p>



<p class="has-luminous-vivid-amber-background-color has-background"><strong>그런데 한 가지 의문은 남는다. 따지고 보면 만수가 분노를 표출해야 할 대상은, 자신과 같은 구직자로서 경쟁해야 하는 이들이 아니라 25년간 소처럼 열심히 일했던 자신을 하루아침에 잘라버린 회사와 그런 선택을 내린 결정권자 아닌가? 노동자들이 서로 맞서게 되는 상황은 그 자체로 우스꽝스럽지만 한편으론 대한민국 사회에서 참 많이도 보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예가 아파트의 층간소음 문제. 이웃집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소음 때문에 고통을 겪는다면, 마땅히 불량 아파트를 시공한 회사에게 따져야 할 일 아닌가? 그런데, 실제론 어떤가? 층간소음은 급기야 살인까지 불러일으키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다.</strong></p>



<p>어쨌든 이처럼 통렬한 박찬욱 감독의 비전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젠 일자리를 다른 사람이 대체하는 게 아니라, 아예 피도, 눈물도, 영혼도 없는 기계가 대체하게 된 세상. 작중 엔딩에서 만수는 결국 새 직장을 얻는 데에 성공하지만, 그의 앞길을 잠시 가로막았던 전자동 짐차(?)나 자동으로 종이의 품질을 확인하는 로봇 팔에 언제 밀리게 될지 모른다는 얘기.</p>



<p>결국 &lt;어쩔 수가 없다&gt;는 제목에 모든 것이 들어있다(고 본다). 평범한 가장을 어느 날 갑자기 낭떠러지로 내몬 것도, 그가 결국 다른 사람의 목숨을 빼앗으려고 시도하는 일도, 이 가족이 모두 한통속이 되는 것도, 등장 캐릭터들 중 몇이 그런 결말을 맞이한 것도 모두 불가항력적 상황 때문인 것. 글의 첫 부분에서 언급한, 기묘한 위화감이란 ‘가장 극적으로 드라마가 만들어지는’ 순간의 포착으로 보이는 것이다.</p>



<p>마지막으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덧붙이고 싶다. &lt;어쩔 수가 없다&gt;라는 작품에서 보여진 비전에 대해, 작품 자체에 대해 지지를 보낼 수도 있고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말하자면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는 이야긴데, 다 떠나서 ‘실직한 가장이 다시 취업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다가 남의 목숨까지 빼앗는’ 이야기를, 이토록 통렬하고 이토록 냉철하며 이토록 웃기게(ㅋㅋㅋ) 그려낼 수 있는 감독은 현재 전세계의 현역들 중 박찬욱을 능가할 이는 없다는 것. 이것 하나만은 장담할 수 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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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class="aligncenter size-full"><img loading="lazy" decoding="async" width="900" height="506" src="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5/08/20250728_hotclip.jpg" alt="" class="wp-image-3605" srcset="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5/08/20250728_hotclip.jpg 900w, 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5/08/20250728_hotclip-300x169.jpg 300w, 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5/08/20250728_hotclip-768x432.jpg 768w, 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5/08/20250728_hotclip-800x450.jpg 800w" sizes="auto, (max-width: 900px) 100vw, 900px" /><figcaption class="wp-element-caption">모든 것을 다 가졌던 가장의 모습은, 어쩌면 우리들의 모습이기도 하다</figcaption></figure>
</div>


<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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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 href="http://boris.kr/author/admin/" class="booster-url-link">
                                            김PD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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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 href="mailto: teranaut@naver.com" class="booster-url-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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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060;판타스틱 4: 새로운 출발&gt;, 딜레마의 해결도 과연 시대 반영(?)</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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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creator><![CDATA[김PD]]></dc:creator>
		<pubDate>Mon, 11 Aug 2025 15:33:00 +0000</pubDate>
				<category><![CDATA[취향]]></category>
		<category><![CDATA[영화]]></category>
		<category><![CDATA[영화리뷰]]></category>
		<category><![CDATA[MCU]]></category>
		<category><![CDATA[판타스틱4]]></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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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트롤리의 딜레마’란 말이 있다. 내용을 간단하게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어쩔 수 없이 누군가를 희생할 수밖에 없다면 한 명이 희생하는 것이 나은가 아니면 다섯 명이 희생하는 것이 나은가? 나와 직접적인 친분이나 이해관계가 없는 사이라면 당연히 희생자의 수는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 나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그 희생해야 하는 사람이 내 가족이라면? 아니면 나 자신이라면? 대저 드라마는 바로 [&#8230;]]]></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div class='booster-block booster-read-block'></div>
<p>‘트롤리의 딜레마’란 말이 있다. 내용을 간단하게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어쩔 수 없이 누군가를 희생할 수밖에 없다면 한 명이 희생하는 것이 나은가 아니면 다섯 명이 희생하는 것이 나은가? 나와 직접적인 친분이나 이해관계가 없는 사이라면 당연히 희생자의 수는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 나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그 희생해야 하는 사람이 내 가족이라면? 아니면 나 자신이라면?</p>



<p>대저 드라마는 바로 이런 갈등의 양상에서 만들어지고 심화되기에, 일정한 서사를 갖춘 콘텐츠에서 이런 딜레마는 제법 많이 다뤄졌다. 이른바 ‘슈퍼히어로’ 장르의 영화에서도 마찬가지. 스파이더맨은 자신의 여친인 메리 제인과 아이들이 가득한 케이블카 중 누굴 먼저 구해야 할 것인지 고민했고, 배트맨은 역시 여친 레이첼과 하비 덴트 중 누굴 먼저 구해야 하는지 고민했으며, 호크아이는 인류를 구하기 위해 자신보다 먼저 목숨을 내던진 블랙 위도우 때문에 자책한다.</p>



<p>장대한 서사시였던 &lt;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와 &lt;어벤져스: 엔드게임>(개인적으론 이 두 편은 한 편으로 셈해야 한다고 예전부터 생각하고 있다) 이후 나온 작품들에 대한 평가와 흥행 성적이 예전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어 마블이 절치부심하고 있다는 건 더 이상 비밀도 아닌 상황에서, <strong>나름 의욕적으로 출사표를 던진 &lt;판타스틱 4: 새로운 출발>에도 같은 딜레마가 나온다. 수 차례의 시도 끝에 결국 얻게 된 소중한 2세를 ‘넘겨주면’, 전 지구의 나머지 모든 인류를 살려줄 수 있다고 하는 제안. 이런 제안을 들은 슈퍼히어로 주인공은 어떤 선택을 해야만 할까?</strong></p>



<p>관객들은 &lt;판타스틱 4&gt;가 채택하고 있는 세계관에서 그 힌트를 얻어 궁금증을 풀 수 있다. 본작의 배경은 ‘하늘을 날아다니는 자동차’나, 유기체가 순간적으로 그 위치를 바꾸게 하는 과학기술의 발전을 이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필름 카메라를 쓰고 브라운관 TV를 보며 LP판에 사운드를 저장하는 시대. 이른바 레트로 퓨처리즘 혹은 카세트 퓨처리즘의 시대다. 말하자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아니라는 것(&lt;판타스틱 4&gt;의 배경은 ‘지구 828’이고 이전까지의 배경은 ‘지구 199999’이다. 앞으로 MCU에서 새 작품이 나올 때 이렇게 서로 다른 지구를 넘나드는 이벤트는 계속 벌어질 것이고 이에 대해 나중에 별도의 지면을 통해 자세히 소개하기로 한다).</p>



<p><strong>미래이면서 과거인, 이 독특한 시대상에서 우리는 낭만주의와 낙관주의의 전형을 볼 수 있다.</strong> 미국으로선 냉전의 위협만 빼면 사실상 가장 풍요롭고 다수가 행복했던 ‘벨 에포크’이기도 한 시대에, 가장 두려운 트롤리의 딜레마에서 우리의 ‘슈퍼히어로’ 주인공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한다. “내 아이를 위해 모든 사람을 희생시키지 않을 것이고, 그렇다고 모든 사람을 위해 내 아이를 희생시키지도 않을 것”이라고.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고 한 셈. 그게 어떻게 가능할까? ‘가족’의 힘으로, ‘어머니’의 힘으로, 가능하다.</p>


<div class="wp-block-image">
<figure class="aligncenter size-full"><img loading="lazy" decoding="async" width="900" height="506" src="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5/08/20250812_taste.jpg" alt="" class="wp-image-3620" srcset="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5/08/20250812_taste.jpg 900w, 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5/08/20250812_taste-300x169.jpg 300w, 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5/08/20250812_taste-768x432.jpg 768w, 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5/08/20250812_taste-800x450.jpg 800w" sizes="auto, (max-width: 900px) 100vw, 900px" /><figcaption class="wp-element-caption">미래이면서 과거, 과거이면서 미래인 시대의 슈퍼히어로들</figcaption></figure>
</div>


<p>많은 할리우드 영화가 가족애를 강조하지만 슈퍼히어로 장르의 영화에선 참 드물게도 실제 혈연으로 이어진 진짜 가족이 등장하는 &lt;판타스틱 4&gt;에서, 수 스톰(바네사 커비)이 저렇게 자신감 넘치는 발언을 할 수 있었던 건(그것도 그녀에 대한 적의로 가득한 군중들 앞에서! 역시 정치 지도자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이 초능력 캐릭터들이 입은 쫄쫄이 유니폼 색깔만큼이나 대책 없는(?) 낭만주의, 혹은 낙관주의 덕분일 것이다. 그리고 전술했듯이 그 어려운 미션을 성공으로 이끈다! 심지어 그 과정에서,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힘’의 덕도 보고. 바로 그 ‘미래이면서 과거’인 시대의 반영이 오늘 우리가 만난 &lt;판타스틱 4&gt;인 것이다.</p>



<p>그러니 본작이 참 희한한 레트로 퓨처리즘을 표방한 것도, 그러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지구를 공간적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도 당연한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획기적 모멘텀이 필요한 MCU로서 성공적인 시도로 보이긴 하지만, 그것이 영화 팬으로서 무척 흥미롭고 인상적으로 느껴진다는 이야기는, 불행히도 아니다.</p>



<p>앞서 갈등이 있어야 이야기가 재미있어진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야기에서 갈등의 양상은 매우 다양하게 작용하는데, 예컨대 주인공과 악당 사이의 갈등은 가장 기본적인 것이고 주인공이 외부 세계와 갈등을 겪기도 한다.</p>



<p><strong>이전까지의 MCU 작품들을 보면, 드라마의 깊이가 가장 깊어지면서 작품의 완성도가 높아졌을 땐 역설적이게도 슈퍼히어로 진영 내부에서의 갈등이 증폭되었을 때다.</strong> 급기야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가 맞서게 되었던 &lt;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는 말할 것도 없고, 따지고 보면 &lt;어벤져스> 1편도 공동의 적인 치타우리(그리고 로키)가 뉴욕을 침공하기 직전까지도 이 히어로들은 서로 싸우기 바쁘지 않았던가? 비교적 최근 작품으로 좋은 평가를 받은 &lt;썬더볼츠>도 마찬가지였고.</p>



<p>그러니 &lt;판타스틱 4&gt;가 영 심심하게 느껴지고, 슈퍼히어로 장르의 영화 치고 ‘도파민이 뿜뿜 하는 액션 장면도 적다’는 평가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당연하지. ‘좋았던 시절에 대한 향수’를 가득 담은 가족 드라마니까. 인류가 맞닥뜨린 최강의 적은 그저 모성애로 물리칠 수 있으니까(방금 쓴 이 표현은 비아냥거리는 게 전혀 아니다. 그야말로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p>



<p>다시 이야기하지만, 이 작품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뭔지는 알겠다. 그리고 앞으로 MCU가 나아갈 길에 대해 일종의 방향타를 제시한 작품이란 데에도 동의한다. 덧붙여서 본작의 쿠키 영상에도 나온 것처럼 앞으로 나올 &lt;어벤져스&gt; 시리즈, 그러니까 &lt;둠스데이&gt; 등의 작품에서 다른 누구도 아니고 ‘판타스틱 4’의 캐릭터인 리드 리처드, 수 스톰과 조니 스톰, 그리고 벤/씽 등이 큰 역할을 할 것이란 미디어의 언급(케빈 파이기의 인터뷰를 통해 기사화된)도 수긍하게 된다.</p>



<p>마무리를 지으며: 그럭저럭 나쁘진 않게 봤는데, 개인적인 감상과는 별개로 흥행 성적은 생각보다 신통치 않은 모양이다. 제일 큰 시장인 북미에서 개봉 성적은 좋았지만 2주차, 3주차를 지나며 관객이 뚝뚝 떨어지고 한국에선 개봉 3주차이긴 하지만 주말에도 조조 1회만 상영하고 있을 정도로 빨리 내려가고 있으니(까딱 잘못했으면 못 볼 뻔). MCU의, 그리고 슈퍼히어로 장르의 팬으로서 조금 안타깝긴 하다.</p>



<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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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PD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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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인상적인 경험의 이면에는</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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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creator><![CDATA[김PD]]></dc:creator>
		<pubDate>Wed, 06 Aug 2025 07:07:41 +0000</pubDate>
				<category><![CDATA[취향]]></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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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극장가가 모처럼 반짝 호황을 맞았다. 모든 대한민국 국민 중 대다수에게 이미 지급된 민생지원 소비쿠폰에 이어 역시 전국 대부분의 극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할인 쿠폰도 배포되었다. 그러면서 7월 마지막 주 ‘문화가 있는 날’의 경우 (중복 할인의 혜택을 받아)최소 1천원으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 전국적으로 약 86만 명이 넘는 관객이 영화관을 찾았다. 이는 올 상반기 [&#8230;]]]></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div class='booster-block booster-read-block'></div>
<p>극장가가 모처럼 반짝 호황을 맞았다. 모든 대한민국 국민 중 대다수에게 이미 지급된 민생지원 소비쿠폰에 이어 역시 전국 대부분의 극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할인 쿠폰도 배포되었다. 그러면서 7월 마지막 주 ‘문화가 있는 날’의 경우 (중복 할인의 혜택을 받아)최소 1천원으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 전국적으로 약 86만 명이 넘는 관객이 영화관을 찾았다. 이는 올 상반기 일간 평균 영화 관람객 수인 약 23만 명의 4배 가까운 수치.</p>



<p>이번 영화관 할인 쿠폰으로 가장 큰 이득을 본 작품은 한국영화 &lt;좀비딸&gt;로 보인다. 자극적인 구석 없고 무난하게 보기 좋다는 관객들 사이의 입소문에 힘입어 주말 동안 1백만 관객을 동원했고 개봉 일주일 만에 누적 관객 220만 명을 동원, 무척 가파른 흥행 추이를 보이고 있다. 이 추세대로면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 중 최고의 흥행 기록을 쓴 &lt;야당&gt;의 300만 기록을 깨는 건 그저 시간 문제.</p>



<p>한편, <strong>다소 의외의 흥행 기록을 세우고 있는 영화가 있다. 브래드 피트 주연, 조셉 코신스키 감독의 &lt;F1 더 무비>(이하 &lt;F1>)가 개봉하고서 거의 30주가 지난 시점에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 역주행의 부스터(?)를 켜고 질주하는 중.</strong> 특히 4DX나 스크린 X 같은 이른바 특별관에서의 경험이 무척 인상적이라는 관객들의 평가를 들으면서 300만 명의 관객을 (뒤늦게)동원했다. 잘만 하면 올해 초특급 기대작이었던 &lt;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의 370만 관객 동원 기록을 깰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조심스런 예측을 하게 만들고 있다.</p>



<p>이상하리만치 땡기질 않아서(…) 관람을 미루고 있다가 모처럼 극장 나들이를 하게 되어서, 예매 직전까지도 &lt;F1&gt;을 볼까 &lt;판타스틱 4&gt;를 볼까 고민하다가 ‘아무래도 &lt;F4&gt;보다는 &lt;F1&gt;가 먼저일 듯해서(…)’ 무려 4DX관에서 보게 되었다. 어땠냐고? 적어도 올해 들어 내가 내린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만약 그냥 2D 플랫폼에서 봤다면 그 감흥은 절반으로 줄어들었을 터. 좌석이 정신 없이 흔들리고, 사방에서 물방울이 뿌려지고(?) 안개가 피어 오르고(??) 뒷덜미에선 뜨거운 바람이 훅훅 불어오는 경험은 분명 특별한 것이었다.</p>



<p>어쩌면 테마파크에서 신나는 놀이기구를 타고 났을 때의 느낌. 아무튼 관람 후, 흥분을 가라앉히고 영화를 곰곰이 씹어보면 몇 가지 아쉬운 지점이 없진 않았지만(그 부분은 뒤에 자세히 언급하기로 한다) 아무튼 무엇보다 ‘재미있는 영화’였다.</p>


<div class="wp-block-image">
<figure class="aligncenter size-full"><img loading="lazy" decoding="async" width="900" height="506" src="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5/08/20250806_taste01.jpg" alt="" class="wp-image-3608" srcset="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5/08/20250806_taste01.jpg 900w, 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5/08/20250806_taste01-300x169.jpg 300w, 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5/08/20250806_taste01-768x432.jpg 768w, 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5/08/20250806_taste01-800x450.jpg 800w" sizes="auto, (max-width: 900px) 100vw, 900px" /><figcaption class="wp-element-caption">너무나도 전형적인, 그래서 재미있는 이야기 &lt;F1 더 무비></figcaption></figure>
</div>


<p>영화를 본 많은 관객들과 평론가들이 &lt;F1>을 두고 <strong>‘트랙 위의 &lt;탑건>(엄밀히 말하면 &lt;탑건 매버릭>)’</strong>이라고 하는 데엔 이유가 있었다. 일단 연출(조셉 코신스키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에런 크루거)가 같고, 심지어 촬영감독(클라우디오 미란다)과 음악(한스 짐머)까지도 같다! 그런 물리적인 요소 외에, ‘한 물 간 베테랑이 다시 현역에 복귀하여 젊고 팔팔한 에이스와 합을 맞춰 불가능한 미션을 성공시킨다’는 이야기의 큰 줄거리마저도 같다고 할 수 있다.</p>



<p>바로 앞서 언급한 이야기 같은 경우야, 따지고 보면 옛 신화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찾을 수 있고 웨스턴이나 무협 영화에서도 많이 봤던, 이른바 원형(Prototype)에 가까운 내러티브이긴 하다. 요즘 서브컬처 진영에선 이와 같이 전형적인 스토리를 두고 ‘왕도물’이란 표현도 쓰고 있다(반대로 전형성을 벗어난 이야기에 대해선 ‘사도물’이란 표현을 쓰기도 한다).</p>



<p>그렇게 ‘뻔하지만 그만큼 익숙하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펼쳐지기 위한 장이, (환갑이 넘은 나이지만)여전히 매력적인 브래드 피트를 주인공으로 하여, 시속 340km를 넘는 질주가 펼쳐지는 트랙에 마련되었다. 어찌 심장이 두근거리지 않을 수 있을까?! 다만 우리나라에선 다소 생소한 F1이란 스포츠(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F1은 단순히 뛰어난 드라이버 한 명이 운전만 잘 하면 장땡인 자동차 경주가 아니라 최첨단의 기술과 끈끈한 팀웍과 절묘한 전략이 필요한, 엄연한 스포츠다)를 전면적으로 다뤘다는 점이 다소의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p>



<p>이전까지 F1이란 스포츠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는 문외한으로서도 &lt;F1&gt;을 보면서 큰 지장을 느끼진 못했다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 다만 관람 중 계속 머릿속에 떠오르는 의문점이 한 가지 있었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나서 관련 내용을 찾아보니… ‘차라리 모른 채로 계속 있는 게 나았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p>



<p class="has-luminous-vivid-amber-background-color has-background"><strong>작중에선 주인공 소니 헤이스(브래드 피트)가 거의 30년만에 F1 무대에 복귀해선, 매 경기마다 다소 희한한 트릭(?)을 쓴다. 예컨대 의도적인 ‘길막’을 한다든지, 일부러 다른 선수의 차량에 부딪히기도 하는 등, 뭔가 좌충우돌하는 소니의 캐릭터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만 같은 플레이가 펼쳐지는데 영화를 보는 중 ‘저런 플레이가 실제 경기에서도 그대로 용납이 되나? 혹시 뭔가 규정 위반 같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그래서 찾아본 바, 아니나 다를까, 실제 경기에선 100% 규정 위반에 해당하진 않더라도 ‘꼼수’에는 속하는, 매우 더티한 플레이란 것을 알게 된 것. 이게 작중에선 마치 ‘상대의 허를 찌르는 기상천외한 전술’처럼 묘사된다는 것이 다소 못마땅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야 F1이 대중적이지 못하다고 해도 세계적인 기준으로는 거의 월드컵이나 올림픽에 못지 않은 메이저 스포츠에 속한다고 하면, 그만큼 경기 룰에 해박한 팬들도 이 영화를 볼 텐데 왜 시나리오를 굳이 그렇게 썼는지 의아할 따름인 것이다.</strong></p>



<p>덧붙이면, 역시 나중에서야 알게 된 사실인데 실제 F1에서 활약하는 유명 드라이버들과 관계자들 상당수가 영화에 카메오로 출연을 했으며 일종의 기술 자문도 맡았다는 것이다. 게다가 F1이 첫 시작을 알린 75주년 기념작으로 협회(FIA)에서 대대적인 지원을 했다고 하는데 주인공의 플레이를 왜 그렇게 묘사했는지 여전히 의문.</p>


<div class="wp-block-image">
<figure class="aligncenter size-full"><img loading="lazy" decoding="async" width="900" height="506" src="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5/08/20250806_taste02.jpg" alt="" class="wp-image-3609" srcset="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5/08/20250806_taste02.jpg 900w, 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5/08/20250806_taste02-300x169.jpg 300w, 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5/08/20250806_taste02-768x432.jpg 768w, 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5/08/20250806_taste02-800x450.jpg 800w" sizes="auto, (max-width: 900px) 100vw, 900px" /><figcaption class="wp-element-caption">작중에서 소니의 &#8216;더티 플레이&#8217;,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것을</figcaption></figure>
</div>


<p>시나리오에 또 다른 불만이 있다면, <strong>아아, 정말이지 꼭 그랬어야만 했냐! 하는 소리가 나오는 부분이 있다. 바로 소니와 케이트(케리 콘돈) 사이의 로맨스.</strong> 영화에서 선남선녀가 눈 맞아 하룻밤 보내는 일이야 다반사로 일어나지만, 스스로 무척이나 프로페셔널하다고 생각하고 “난 팀원과 눈 맞을 일 없다”고 철벽까지 친 케이트의 행동이 무색해지니 말이다. 물론 (환갑은 넘었지만)여전히 매력적인 소니, 아니, 브래드 피트의 플러팅에 안 넘어갈 여자가 세상에 존재하긴 할지 의문이지만 이 로맨스는… 뭔가 좀 ‘그저 보여주기 위해 보여준 장면’ 같아 보인다. 둘 다 돌싱이면서 마지막에 그냥 헤어지는 건 또 뭐람.</p>



<p class="has-luminous-vivid-amber-background-color has-background"><strong>어쨌든 앞서 이야기한 ‘왕도물’이란 표현에 걸맞게, 주인공은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결국 감동의 승리를 쟁취한다. 그렇다. ‘너무 뻔하다’. 하지만 그 뻔한 맛이란 게 또 사람을 끌리게 만드는 법. 개인적으론 새로운 시대를 대표하는 젊은 루키 조슈아(댐슨 이드리스)가 마지막에 우승을 차지하는 엔딩이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하지만, 그래도 일생에 단 한 번, 어차피 이번 경기 끝나면 훌훌 털고 멀리 떠날 일이 예정되어 있는 늙은 주인공에게 포디움의 가장 꼭대기에 서는 영광을 선사하는 게 낫겠다 싶기도 하다.</strong></p>



<p>전술했듯 &lt;F1&gt;은 꾸준한 흥행 레이스를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팬데믹 이후, 엄밀히 따지면 팬데믹의 여파로 극장들이 관람료를 일제히 인상한 이후 극장에 걸린 대부분의 작품들 흥행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모처럼 많은 관객들의 선택을 받는 작품인 것이다. 작중에서 주인공 소니의 레이스는 (적어도 F1 트랙에선)끝났지만 영화는 앞으로도 쭉 ‘달릴’ 터다.</p>



<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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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PD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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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그 모든 황혼에 바치는 헌사 &#060;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gt;</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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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creator><![CDATA[김PD]]></dc:creator>
		<pubDate>Wed, 28 May 2025 05:19:50 +0000</pubDate>
				<category><![CDATA[취향]]></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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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2년 전, 시리즈의 전작인 &#60;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I&#62;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CGI의 시대를 온몸으로 거부하는 ‘배우’의 영화”란 표현을 썼다. 2년이 지난 지금도 그 표현은 매우 적절했다고 여기고 있고, 다시 돌아온 ‘새로운 듯 여전한’ 모습의 톰 크루즈/에단 헌트에 대해서도 같은 생각이라고 하는 것이, 우리가 지금 만날 수 있는 할리우드의 ‘진짜 무비 스타’에 대한 최고의 헌사일 [&#8230;]]]></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div class='booster-block booster-read-block'></div>
<p>2년 전, 시리즈의 전작인 &lt;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I&gt;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CGI의 시대를 온몸으로 거부하는 ‘배우’의 영화”란 표현을 썼다. 2년이 지난 지금도 그 표현은 매우 적절했다고 여기고 있고, 다시 돌아온 ‘새로운 듯 여전한’ 모습의 톰 크루즈/에단 헌트에 대해서도 같은 생각이라고 하는 것이, 우리가 지금 만날 수 있는 할리우드의 ‘진짜 무비 스타’에 대한 최고의 헌사일 것이다(아래 링크에서 전작의 리뷰를 볼 수 있다).</p>



<p style="font-size:20px"><strong><a href="http://boris.kr/taste/2501/" data-type="link" data-id="http://boris.kr/taste/2501/" target="_blank" rel="noreferrer noopener">CGI의 시대를 온몸으로 거부하는 ‘배우’의 영화 &lt;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I></a></strong></p>



<p>&lt;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이하 &lt;파이널 레코닝>. 전작이 PART I이었는데 그 ‘두 번째 이야기’, 즉 파트 2가 아니라 무슨 이유에선지 아예 부제가 바뀌었다. 아무튼 내용은 전작으로부터 이어진다)의 예고편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주인공 헌트가 한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strong>“마지막 딱 한 번만, 나를 믿어주십시오”</strong>라고 말하는 장면이었다. 이 대사는 다분히 의도적으로 들어간 것일 테고 본작의 운명(?)도 예감케 했다. 진작부터 알려진 것처럼, 30년이 다 되도록 이어지면서 주인공(과 주변의 캐릭터)도 늙고 배우도 늙고 관객도 함께 늙어간(…) 이 시리즈는 이번이 그야말로 마지막임을 천명했으니. 누가? 주연배우이자 제작자이기도 한 톰 크루즈 본인이.</p>



<p>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치곤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는 일이 그다지 쉽진 않은 것이 본작 &lt;파이널 레코닝&gt;의 특징. 러닝타임 세 시간에 육박하는 러닝타임은 대략 세 단락으로 거칠게 나눌 수 있다. 일단 전작에서 벌어졌던 일을 빠르게 일별하면서 지난 시리즈 일곱 편 전체에서 벌어졌던 일들도 살짝 조명한다. 다음으론 세계를 멸망의 구렁텅이에 빠뜨리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존재 ‘엔티티’(엄밀하게는 그 열쇠, 포드코바)를 획득하는 과정이고, 마지막 챕터는 엔티티를 둘러싸고 펼쳐지는 악당과의 육박전 정도라고 보면 되겠다.</p>



<p><strong>&lt;미션 임파서블> 프랜차이즈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에단 헌트/톰 크루즈가 펼치는 ‘맨몸 액션’을 빼놓을 수는 없는 노릇.</strong> 전작의 리뷰에서도 언급했듯이 이 시리즈에서 우리가 보는 스턴트 액션의 특징은 ‘이야기에 참 잘 녹아 들어간’ 액션이란 점이다. 환갑이 훌쩍 넘은 나이의 톰 크루즈가 온몸을 던진 액션이 그저 보여주기만을 위한 액션이 아니란 것.</p>


<div class="wp-block-image">
<figure class="aligncenter size-full"><img loading="lazy" decoding="async" width="900" height="506" src="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5/05/20250528_taste01.jpg" alt="" class="wp-image-3504" srcset="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5/05/20250528_taste01.jpg 900w, 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5/05/20250528_taste01-300x169.jpg 300w, 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5/05/20250528_taste01-768x432.jpg 768w, 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5/05/20250528_taste01-800x450.jpg 800w" sizes="auto, (max-width: 900px) 100vw, 900px" /><figcaption class="wp-element-caption">&#8220;마지막으로 한 번만, 나를 믿어주십시오&#8221;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사</figcaption></figure>
</div>


<p>본작을 보면 이미 예고편에서도 진작 소개가 된, ‘하늘을 날아다니는’ 복엽기 날개 위에서 헌트가 벌이는 아찔한 액션이 단연 눈길을 끈다. 이전에 &lt;로그 네이션&gt;만 해도 그저 비행기 날개에 매달린 정도(?)에 불과했지만(???) 이번엔 아예 작정하고 아크로바틱 액션이 펼쳐진다. 당연하지만 이 모든 스턴트는 톰 크루즈 본인이 직접 한 것.</p>



<p>그리고 <strong>영화를 본 많은 관객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 명장면은 단연 중반부, 잠수함 세바스토폴호 내부에서 벌어지는 액션이다.</strong> 설정상 헌트는 특수 제작된 잠수복을 입고서(아니 그 전에 ‘맨몸으로’ 태평양 한복판에 빠지기도 하고) 깊은 바닷속에 가라앉은 잠수함 내부에 들어가야 하는데 일단 들어가선 세밀하게 설계된 각종 오브젝트와 동선에 따라 관객들의 심장을 쥐락펴락한다(보는 이에 따라선 거의 밀실공포에 가까운 수준).</p>



<p>물론 이 시리즈에서 가장 중요한 건 주인공 헌트의 액션이긴 하지만, 그와 함께 다양한 활약을 펼치는 팀원들의 모습 또한 조명 받아 마땅하다. 사실 &lt;고스트 프로토콜&gt;까지만 해도 꽤 쏠쏠한 재미를 주었던 루터(빙 라메스), 벤지(사이먼 페그)의 모습이 전작에선 잘 안 보여서 실망했던 팬들도 있었을 터. 그런데 본작 &lt;파이널 레코닝&gt;에선 얼굴이 많이 바뀐, 그러니까 그레이스(헤일리 앳웰), 파리(폼 클레멘티에프), 드가(그렉 타잔 데이비스) 등의 캐릭터들이 나름 협동 플레이에 나선다. 심지어 1편에서 그야말로 단역에 불과했던 캐릭터까지 30년만에(!), 매우 타당한 이유로 다시 나오니 오랜 팬으로선 감격에 겨울 따름.</p>


<div class="wp-block-image">
<figure class="aligncenter size-full"><img loading="lazy" decoding="async" width="900" height="580" src="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5/05/20250528_taste02.jpg" alt="" class="wp-image-3505" srcset="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5/05/20250528_taste02.jpg 900w, 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5/05/20250528_taste02-300x193.jpg 300w, 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5/05/20250528_taste02-768x495.jpg 768w" sizes="auto, (max-width: 900px) 100vw, 900px" /><figcaption class="wp-element-caption">아이언맨 정도는 되어야 가능한 스턴트를 맨몸으로 해낸 헌트</figcaption></figure>
</div>


<p>“(주연 톰 크루즈, 혹은 이 시리즈 전체에 대한)의리 하나로 영화를 봤다”고 하는 팬들이 있는 반면 작품에 대해 비판할 요소도 적지 않다는 팬들도 있다. 여전히 특정 캐릭터를 사용하는 방식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기도 하고, 이야기 자체가 지나치게/쓸데없이 복잡하다고(그리고 너무 길고) 하기도 하며, 솔직히 아이언맨 정도는 되어야 가능할 것만 같은(ㅋㅋㅋ) 에단 헌트의 스턴트 같은 부분이 바로 그렇다. 그 모든 지적에 대해 개인적으로 동의하는 바가 전혀 없진 않다.</p>



<p class="has-luminous-vivid-amber-background-color has-background"><strong>그럼에도, 터질 듯한 방광을 부여잡고(…) 긴 러닝타임을 지내고 나서 맞이한 엔딩 시퀀스는 30년에 걸친 이 장대한 시리즈 전체 바치는 헌사와도 같이 느껴진다. 헌트와 팀원들이 사선을 넘나들며 목숨을 걸었던 것은 결국 ‘본 적도, 만난 적도 없는 이들’의 안녕을 구하기 위함이었으며, 그렇게 하기까지 헌트와 팀원들의 ‘모든 선택이 결국 지금의 결과가 된’ 모습까지, 정말로 진심에서 우러나온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가 없게 만든 것.</strong></p>



<p>이제 이 시리즈는 진짜로 끝인 듯하다. 그리고 할리우드 역사상 손꼽히는 ‘낭만의 스타’가 종횡무진 활약하는 작품도 어쩌면 마지막인 것처럼 느껴져 헛헛하기도 하다. 앞으로 할리우드에서 &lt;파이널 레코닝&gt;이 보여줬던 화끈한 스펙터클을 능가하는 작품이 또 나올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lt;파이널 레코닝&gt;과, 톰 크루즈/에단 헌트를 완벽하게 대신할 수 있는 작품을 우리가 만나기는 좀처럼 쉽지 않을 것이다. 마치 &lt;탑건: 매버릭&gt;이 그랬던 것처럼.</p>



<p></p>
            
            <div class="booster-block booster-author-bl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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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 href="http://boris.kr/author/admin/" class="booster-url-link">
                                            김PD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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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모지리들의 똘똘한 연합 &#060;썬더볼츠&gt;</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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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creator><![CDATA[김PD]]></dc:creator>
		<pubDate>Sat, 10 May 2025 02:27:25 +0000</pubDate>
				<category><![CDATA[취향]]></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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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CDATA[썬더볼츠]]></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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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영화에서 가장 극적인 드라마를 연출하며, 궁극적으로 가장 큰 ‘재미’를 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쉽게 생각해볼 수 있는 요소 중 하나는 ‘일어날 법하지 않은 일이 일어날 때’라고 할 수 있겠다. 개미 한 마리 죽이기도 힘들어 보이는 유약한 주인공이 수련을 거듭해 금강불괴로 거듭난 뒤 부모의 원수를 갚는다든가, 경제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아님 육체적으로든 하여튼 어떤 어려움을 겪는 주인공이 [&#8230;]]]></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div class='booster-block booster-read-block'></div>
<p>영화에서 가장 극적인 드라마를 연출하며, 궁극적으로 가장 큰 ‘재미’를 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쉽게 생각해볼 수 있는 요소 중 하나는 ‘일어날 법하지 않은 일이 일어날 때’라고 할 수 있겠다. 개미 한 마리 죽이기도 힘들어 보이는 유약한 주인공이 수련을 거듭해 금강불괴로 거듭난 뒤 부모의 원수를 갚는다든가, 경제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아님 육체적으로든 하여튼 어떤 어려움을 겪는 주인공이 갖은 고난을 겪은 뒤 어떻게든 행복을 찾는다든가 하는 이야기가 인류 역사 이래로 끊임없이 지어졌고,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은 이유가 다 있는 것.</p>



<p>직전의 이야기(들)에선 주인공의 명백한 적이었던 이들이, 한 데 뭉쳐서, 커다란 위협으로부터 시민들을 지킨다? 너무 급진적인 아이디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은 들지만 거기에 충분한 이유와 근거가 부여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게 잘 되면 또 이만큼 재미있는 이야기가 없지.</p>



<p>그리고, <strong>(결론부터 말하자면)마블은 그걸 해냈다.</strong> &lt;썬더볼츠>에서 하나로 뭉친 이들의 면면은 그야말로 화려(?)하다. 암살 전문가, PTSD에 시달리는 전직 군인, 신체적으로 몹시 불안한 환자(?) 같은 캐릭터들이 이전의 MCU 작품들에서 빌런으로 출연하긴 했지만 그래도 연쇄살인마나 아동 유괴범 같이 세상 흉악한 범죄자들은 아니었던 게 다행(?)스럽게 느껴질 정도(그렇게 되기까진 MCU 작품들이 12세 이용가 등급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란 ‘어른의 사정’이 존재했을 것이다. 아, 물론 &lt;데드풀>은 빼놓고).</p>



<p>애초에 원작 코믹스가 있고 그로부터 나온 실사 영화이긴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MCU는 새로운 모멘텀이 필요하긴 했다(사실 진작부터 필요하긴 했다). 한 번 이상 세상을 구했던 위대한 영웅들은, 사망했고, 나이를 먹고 은퇴했으며, 세대교체는 지지부진했다. 영화 속에선 그랬고 현실에선 더한 위기가 닥쳤다. 플랫폼을 넘나드는 세계관의 확장은 관객들의 피로감을 부채질했고 작품 수도 많아지면서 완성도는 들쭉날쭉, 널뛰기를 탔다. 그 와중에 몇몇 배우들은 부정적인 가십에 연루되면서 관객들로부터 반감을 사기도 했고.</p>


<div class="wp-block-image">
<figure class="aligncenter size-full"><img loading="lazy" decoding="async" width="900" height="506" src="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5/05/20250510_taste.jpg" alt="" class="wp-image-3482" srcset="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5/05/20250510_taste.jpg 900w, 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5/05/20250510_taste-300x169.jpg 300w, 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5/05/20250510_taste-768x432.jpg 768w, 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5/05/20250510_taste-800x450.jpg 800w" sizes="auto, (max-width: 900px) 100vw, 900px" /><figcaption class="wp-element-caption">어쨌든 이 &#8216;모지리&#8217;들은 새 전환점이 되었다</figcaption></figure>
</div>


<p>그러니까 <strong>애초부터 기획된 부분이든 아니든, 빌런들의 연합 &lt;썬더볼츠>가 MCU의 페이즈와 페이즈를 연결하는 일종의 브리지 역할을 맡게 되었다는 것이 참 공교로운 점이라고 하겠다. </strong>시작부터 참 거시기한데, 이들은 서로가 서로를 죽이기 위해(그것도 지령을 받고) 처음 만났다. 성격이 무던할 리 없는 캐릭터들이 티격태격하는 것 자체가 재미를 주는데,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희한하게도 그 누구 하나에게라도 미운털이 박히질 않는다.</p>



<p>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멕이면서’ 드라마를 쌓아가다가 만나는 거대한(?) 적. 따지고 보면 &lt;썬더볼츠&gt;에서 뉴욕이라는 대도시 하나가 통째로 사라질뻔한 위기는 외부로부터 온 것도 아니고 그 수습도 그냥 내부에서 이루어진다.</p>



<p>&lt;썬더볼츠&gt;의 장점이자 단점이 여기에 있다고 본다. 즉, 이 모지리들은 최악의 어려움에 직면해서 똘똘 뭉쳐서(정말 ‘육체적으로 함께 뭉쳐서’) 최고의 결과를 이루어낸다. 영화에서 “넌 혼자가 아니야”란 대사가 계속 나올 정도. 이전의 MCU 작품들에서 좋았던 점이 바로 이런 점 아니었던가. 약점 있는 슈퍼히어로들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우정이나 사랑 같은 테마로 하나가 되어 문제를 극복하고 결국 정의를 이룩한다는 것.</p>



<p>반면 특별히 외부의 거대한 적이 없다 보니 전체적인 스케일이 작게 느껴진다. 그리고 격투 실력과 전투력으로 따지면 이 세계관 내에선 그래도 손꼽히는 캐릭터들인데 액션도 별로 많지 않고. 하긴, 맞서 싸워야 할 적 자체가 총, 칼, 주먹으로 뭘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니기도 했고. ^^;;</p>



<p>MCU 작품들은 쿠키 영상으로도 유명한데, &lt;썬더볼츠&gt;의 쿠키 영상 두 개는 이 시리즈 전체에서 따져도 수위를 다툴 만큼 인상적이고 재미있기도 했다. 특히 마지막 쿠키에선 이제 이 장대한 세계관에 처음 참전하는 새 캐릭터들을 확인할 수 있어서 기대감을 듬뿍 주기도.</p>



<p>관람 전엔 솔직히 크게 기대하진 않았다. 고스트(한나 존 케이먼) 같은 경우 그다지 인상적인 캐릭터도 아니었고 ‘짭틴 아메리카’ U.S. 에이전트(와이어트 러셀)는 &lt;팔콘 &amp; 윈터솔져&gt; 안 본 관객이라면 당황스러울 정도로 인지도가 낮은 캐릭터였으며 결정적으로 직전에 개봉한 &lt;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gt;가 참 별로였기 때문.</p>



<p>그러나 기대를 넘어 꽤 준수한 모습을 &lt;썬더볼츠&gt;가 보여줘 반갑다. 이 시리즈와 세계관의 오랜 팬을 자처하는 나 같은 이들은 앞으로 나올 &lt;판타스틱 4&gt;를 비롯한 새 작품들을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릴 수 있게 되었다.</p>



<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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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PD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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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그저 웃기만 하며 보기 힘든 블랙코미디 &#060;미키 17&gt;</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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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creator><![CDATA[김PD]]></dc:creator>
		<pubDate>Tue, 18 Mar 2025 03:46:49 +0000</pubDate>
				<category><![CDATA[취향]]></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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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CDATA[영화리뷰]]></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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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CDATA[미키17]]></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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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그저 상상 속에서나 가능했던 일들이 벌어지는 요즘이다. 그런 상황을 나름의 ‘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면, 종종 그 방향이 전혀 엉뚱한 쪽을 향하는 것도 어떤 측면에서 보면 상상을 훌쩍 뛰어넘는 일이긴 하다. 인공지능의 발전을 생각해보자.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습한 인공지능이 더 ‘똑똑해지면’, 사실상 하는 일은 단순반복작업에 불과한 법조인이나 금융업계 종사자를 비롯한 대부분의 [&#8230;]]]></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div class='booster-block booster-read-block'></div>
<p>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그저 상상 속에서나 가능했던 일들이 벌어지는 요즘이다. 그런 상황을 나름의 ‘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면, 종종 그 방향이 전혀 엉뚱한 쪽을 향하는 것도 어떤 측면에서 보면 상상을 훌쩍 뛰어넘는 일이긴 하다.</p>



<p>인공지능의 발전을 생각해보자.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습한 인공지능이 더 ‘똑똑해지면’, 사실상 하는 일은 단순반복작업에 불과한 법조인이나 금융업계 종사자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무직이 사라질 것으로 많은 사람들은 생각했다. 또한 작가, 음악가, 화가 등 창조적인 일을 하는 예술가들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계속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을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p>



<p>그런데 적어도 2025년에 그와 같은 예측은 크게 틀렸다고밖에 얘기할 수 없게 되었다. 매일 똑같이 고리타분하기 짝이 없는 일을 하는 대부분의 사무직 노동자들은 오늘도 내일도 야근에 시달리고, 과거부터 현재까지 전해진 수천에서 수만 편의 이야기들을 학습한 인공지능은 시나리오 작가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p>



<p>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다분히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청소 로봇을 들여와서 돌리는 비용보다 계약직 미화원을 고용하는 비용이 싸다. 김밥을 말아주는 기계도 나온 마당이지만 그런 기계를 들여놓느니 조선족 아주머니를 고용하는 편이 여러 모로 낫다. 자본에 매몰된 편의주의적 발상은, 결국 사람의 생명마저도 ‘가격’이란 가치로 평가 받게 한다. 지나친 비약이라고? 지하철역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사고로 사망한 젊은 노동자의 경우를 보자. (필경 추가 비용이 들어가게 되는)안전수칙을 100% 지켰다면 그런 사고가 과연 발생했을까,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가 없는 것.</p>


<div class="wp-block-image">
<figure class="aligncenter size-full"><img loading="lazy" decoding="async" width="900" height="506" src="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5/03/20250305_taste01.jpg" alt="" class="wp-image-3425" srcset="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5/03/20250305_taste01.jpg 900w, 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5/03/20250305_taste01-300x169.jpg 300w, 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5/03/20250305_taste01-768x432.jpg 768w, 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5/03/20250305_taste01-800x450.jpg 800w" sizes="auto, (max-width: 900px) 100vw, 900px" /><figcaption class="wp-element-caption">&lt;미키 17>, 현실이 생각나 괜히 슬픈</figcaption></figure>
</div>


<p>&lt;미키 17&gt;(봉준호 감독 / 로버트 패틴슨, 마크 러팔로, 토니 콜레트 등 출연)에서 주인공 미키(로버트 패틴슨)는 언제든지 ‘새로 갈아치울 수 있는’ 저렴한(?) 목숨의 소유자다. 인간을 통째로 복제해서 새로 출력물처럼 뽑아낼 수 있는 기술이 존재하는 세상에도, 여러 가지 위험한 미션을 몸 바쳐 수행할 익스펜더블(소모품)은 필요한 것이다.</p>



<p class="has-luminous-vivid-amber-background-color has-background"><strong>작품 속에서 미키는 우주 탐사 미션에 참여해서 여러 차례 생명이 바쳐지면서도(말 그대로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면서도’) “죽음이란 항상 두렵다”고 한다. 장르적으론 블랙코미디에 해당하지만 전체적으로 유쾌한 편인 본작을 보면서 내내 웃음만 지을 수는 없었던 건 바로 앞서 언급한 한 젊은 노동자의 죽음이 생각났기 때문. 한 가지 덧붙이면, 대한민국에선 한 해에만 약 2천명 가량이 산업재해로 사망하고 있고 이는 OECD 국가 중에서도 최상위권에 속하며 중대재해처벌법이 5인 이상 사업장에 전면 적용된 것은 작년에야 가능했던 일이다.</strong></p>



<p>소심하고 소극적인데다 제대로 못 먹어서 비쩍 마르기까지 한 미키 17 역을 로버트 패틴슨은 정말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아니, 이 찌질한 주인공이 &lt;더 배트맨&gt;의 카리스마 쩔었던 바로 그 배트맨 맞나? 맞다. 그런데 여기에 덧붙여, 모종의 이유로 존재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된 미키 18 역 또한 로버트 패틴슨이 맡았다. 18번은 17번과 달리 과격한 행동파. 정말 신기한 건, 이 둘은 작품 내에선(당연하지만) 외모도 똑같고 복장도 똑같은데 사소한 제스처나 목소리마저도 전혀 다르다는 것. 오, 극찬이 아깝지 않다.</p>



<p>&lt;미키 17&gt;이 참 우스꽝스럽게 보이는(물론 작품의 완성도가 그렇다는 게 아니라 분위기가 그렇다는 뜻이다) 것은 일단 빌런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케네스 마샬(마크 러팔로) 덕이다. 사실 여기에도 특유의 냉소적인 풍자 정신이 돋보이는 것이, 그는 정치인이자 기업가이면서 동시에 종교인이면서 군인이기도 하다는 것.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될 외계 식민지 개척 사업을 그가 이끌고 있는 것을 보니, 어쩌면 정부(미국이건, 세계연합정부건 그 어디건)로부터 독점계약을 이끌어낸 건 아닐까 짐작할 수 있다. 자본주의는 물론, 파시즘과 종교 원리주의까지 조롱의 대상이 되고 마는 것.</p>



<p>마크 러팔로에 대해서 사소한 언급 하나만 붙이자면, 그의 필모 가운데 본작의 케네스 마샬이 최초의 악역이라고 하던데… &lt;가여운 것들&gt;에서도 악역 아니었나? 아님 말고. ^^;;</p>


<div class="wp-block-image">
<figure class="aligncenter size-full"><img loading="lazy" decoding="async" width="900" height="487" src="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5/03/20250305_taste02.jpg" alt="" class="wp-image-3426" srcset="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5/03/20250305_taste02.jpg 900w, 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5/03/20250305_taste02-300x162.jpg 300w, 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5/03/20250305_taste02-768x416.jpg 768w" sizes="auto, (max-width: 900px) 100vw, 900px" /><figcaption class="wp-element-caption">훌륭한 퍼포먼스를 선보인 로버트 패틴슨</figcaption></figure>
</div>


<p>전체 제작비 중 상당한 분량이 투입된 것을 보이는(컴퓨터 그래픽 이미지 작업 때문에) 후반부 스펙터클까지 오면 자연스럽게 다음과 같은 생각이 떠오르게 된다. ‘침략자는 과연 누구이고, 죄를 짓고 있는 건 과연 누구인가?’ 어떻게 보면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라고도 할 만한데, 이런 부분이 대사로(매우 직접적으로) 언급되었다는 점이 다소 아쉬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전까지 봉준호 감독의 작업에선 보기 힘들었던 부분인데, 사실 나샤(나오미 애키)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하면 그렇게까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도 아니긴 하고.</p>



<p>개인적으로 원작 소설도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기대를 많이 했는데, 커다란 기대엔 다소 못 미치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봤다. 다만, 봉준호 감독의 최고 작품이라곤 빈말로라도 하기 힘들고(역시 그의 최고 작품이라면 &lt;기생충&gt; 아닐까 한다). 개봉 일주일차가 된 지금 &lt;미키 17&gt;은 국내에서 1백만 관객 동원을 달성하고 비수기인 극장가에 나름 훈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중. 안 그래도 이렇다 할 흥행작도 없는 국내 극장가를 조금은 달아오르게 하길 바라며.</p>



<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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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2>About Post Author</h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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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4 class="be-author-meta be-author-n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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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PD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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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 href="mailto: teranaut@naver.com" class="booster-url-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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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내부로부터의 파괴, 그 위태로운 침잠 &#060;브루탈리스트&gt;</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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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c:creator><![CDATA[김PD]]></dc:creator>
		<pubDate>Sat, 22 Feb 2025 03:54:13 +00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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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CDATA[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단일 업종의 소매점은? 누구나 어렵지 않게 짐작해볼 수 있는 그 해답은 바로 카페다. 2024년에 집계된 통계청의 데이터 기준으로 전국의 카페 수는 약 10만 곳에 달한다고. 그 많은 카페가 전부 장사가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는, 아마도 예비창업자 소수를 제외하곤 없을 것이다. 그 많고 많은 카페들은 고객의 선택을 받기 위해 뭔가 남다른 경쟁 [&#8230;]]]></description>
										<content:encoded><![CDATA[<div class='booster-block booster-read-block'></div><div class="wp-block-image">
<figure class="aligncenter size-large"><img loading="lazy" decoding="async" width="768" height="1024" src="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5/02/20250222_taste02-768x1024.jpg" alt="" class="wp-image-3408" srcset="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5/02/20250222_taste02-768x1023.jpg 768w, 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5/02/20250222_taste02-225x300.jpg 225w, 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5/02/20250222_taste02.jpg 800w" sizes="auto, (max-width: 768px) 100vw, 768px" /><figcaption class="wp-element-caption">&lt;브루탈리스트> 브래디 코베 감독 / 에이드리언 브로디 주연</figcaption></figure>
</div>


<p>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단일 업종의 소매점은? 누구나 어렵지 않게 짐작해볼 수 있는 그 해답은 바로 카페다. 2024년에 집계된 통계청의 데이터 기준으로 전국의 카페 수는 약 10만 곳에 달한다고. 그 많은 카페가 전부 장사가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는, 아마도 예비창업자 소수를 제외하곤 없을 것이다.</p>



<p>그 많고 많은 카페들은 고객의 선택을 받기 위해 뭔가 남다른 경쟁 우위 요소를 하나쯤은 구비하고 있어야 한다. 맛있는 커피는 당연하고 입지 조건이나 저렴한 가격 등,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은 적지 않다.</p>



<p>그런 중 어떤 카페는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요인으로 인테리어를 내세우기도 한다. 요런 부분도 나름 유행이 있는지라 한때는 노출 콘크리트라고 해서, 문외한의 눈으로 보면 마치 인테리어 공사를 하다 만 듯한(…) 모습이었는데 그 자체가 또 특이해서 많은 이들로부터 관심을 받기도 했다(덧붙이면 요즘은 노출 콘크리트 유행도 지났다. 그야말로 반짝 인기를 얻었던 것).</p>



<p>우리나라에서 노출 콘크리트 형식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유행시킨 장본인으론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꼽힌다. 엄밀히 말하자면 그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건축물)들에 대해 미디어가 많이 조명한 덕이지만 아무튼 일단 한번 보기라도 하면 꽤 깊은 인상을 주는 그 모습에 적지 않은 이들이 매료되었던 것만은 사실.</p>



<p>서두가 길었다. <strong>&lt;브루탈리스트>(감독 브래디 코베 / 에이드리언 브로디, 펠리시티 존스, 가이 피어스 등)는 앞서 언급한 건축 양식인 ‘브루탈리즘’을 구현한 헝가리의 천재 건축가 라즐로 토스의 생애를 그린 작품이다.</strong> 국내 개봉 전부터 3시간 반이 훌쩍 넘는(중간엔 인터미션도 있다) 아찔한 러닝타임과 화려한 수상 경력(제81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감독상, 제82회 골든 글로브 감독상과 남우주연상 수상)에다가 이동진 평론가로부터 평점 만점(!)을 받기도 하는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관심을 모은 작품이기도 하다.</p>



<p>내용은 다음과 같다. 주인공 라즐로(에이드리엔 브로디)는 헝가리 태생의 유대인. 2차 세계대전 중 나치의 박해를 피해 사촌 아틸라가 먼저 건너와서 자리를 잡고 있던 미국으로 간다. 아틸라와 함께 가구 제작과 인테리어 공사 등을 함께 하는 사무실에서 일하던 중, 부유한 미국인 사업가 해리슨 밴 뷰렌(가이 피어스)을 만나고, 그의 지원으로 일생일대의 건축물을 짓게 된다.</p>



<p>작품에 대해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밝힐 부분이 있다. 영화는 실존인물의 생애를 시간 순으로 따라가며 조명한 것처럼 구성되긴 했지만 <strong>주인공 라즐로는 실존인물은 아니다.</strong> 다만 이 캐릭터의 모델이 된 것으로 강하게 추측되는 실존인물이 있기는 한데, (만약 그가 정말 모델이 된 게 맞는다면)그 생애가 심하게 왜곡된 것이라는 논란도 있다는 점은 감상 전후 알아두면 좋은 정보.</p>


<div class="wp-block-image">
<figure class="aligncenter size-full"><img loading="lazy" decoding="async" width="900" height="506" src="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5/02/20250222_taste01.jpg" alt="" class="wp-image-3409" srcset="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5/02/20250222_taste01.jpg 900w, 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5/02/20250222_taste01-300x169.jpg 300w, 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5/02/20250222_taste01-768x432.jpg 768w, http://boris.kr/wp-content/uploads/2025/02/20250222_taste01-800x450.jpg 800w" sizes="auto, (max-width: 900px) 100vw, 900px" /><figcaption class="wp-element-caption">주인공 라즐로 토스 역 에이드리언 브로디는 눈부신 연기를 보여줬다</figcaption></figure>
</div>


<p>라즐로가 고향인 부다페스트에선 여러 유명한 건축물을 디자인하는 등 천재 건축가로 칭송을 받았다곤 하지만 나치의 박해를 피해 이주한 미국에서도 융숭한 대접을 바라는 건 언감생심. 그는 그저 ‘먹고 살기 위해’ 건축 현장에서 일을 하는데, 그의 전공을 살린 일은 아니고 그저 ‘노가다’인 일당 잡부에 불과하다. 그러던 중 남다른 천재성을 과시한, 한 부호의 서재 인테리어 디자인이 유명세를 타고 급기야 그 부호의 즉흥적인 영감이 바탕이 된 엄청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다.</p>



<p>당연하지만 그 모든 과정이 순탄할 수는 없다. 아내 에르제벳(펠리시티 존스), 그리고 피붙이나 다름없는 조카 조피아 등을 고향에 두고 온 자괴감에다가 하는 일도 제대로 풀리지 않자 마약과 매매춘에 탐닉하게 되는 라즐로. 내부에서부터 서서히 파괴되는 주인공의 전형을 에이드리언 브로디는 눈이 부실 정도로 멋지게 보여줬고, 그의 이 독보적인 퍼포먼스에 대해 골든 글로브는 남우주연상으로 화답했다.</p>



<p>다만 제목이 &lt;브루탈리스트&gt;인 만큼, (주인공이 가상의 캐릭터이건 어쨌건, 브루탈리즘이란 철학은 실존한다)라즐로가 왜, 무슨 계기로 이처럼 삭막하기 짝이 없는 건축 양식(“마치 군대 막사 같다”는 대사가 나온다)에 천착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도 조명을 했으면 좋았을 텐데 작품이 그 정도로 친절하진 않다. 오히려 서서히 무너지는 라즐로의 내면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로 매우 과감한(!) 묘사가 종종 나오는데 보는 이에 따라선 다소 거부감이 느껴질 수도 있을 것.</p>



<p>덧붙이면, ‘브루탈리즘’이라고 부르는 건축 사조는 단순히 노출 콘크리트를 뜻하는 프랑스어로부터 왔다고 하며 ‘잔혹한(Brutal)’이란 뜻을 가진 영어 단어 Brutal과는 전혀 무관하다. 일각에선 삭막하기까지 할 정도로 기능적 요소만이 조명된 부분 때문에 건축물이 워낙 ‘잔혹하게 보여서’ 그런 이름이 붙은 것으로 알고 있는 모양인데 그렇진 않고.</p>



<p class="has-luminous-vivid-amber-background-color has-background"><strong>그렇지만 적어도 &lt;브루탈리스트>란 영화에서 주인공을 둘러싼 현실은 내내 잔혹하기 짝이 없을 정도니 이 어찌 큰 아이러니가 아닐 쏘냐. 고향에서 서둘러 몸을 피하려다 보니 아내와 조카는 두고 올 수밖에 없었던 현실. 이역만리에서 반갑게 만난 사촌의 아내가 자신(라즐로)에게 추파를 던졌다는 누명을 씌우려고 하는 현실. 모처럼 전공 실력(?)을 살려서 한껏 솜씨를 발휘했더니 의뢰주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현실. 오해가 풀려서 큰 지원을 받아 일생일대의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전까지 맞닥뜨리게 되는 그 모든 ‘억까’들. 결정적으로, 외부자/이민자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었기에 트라우마에 시달리다 내부로부터 서서히 파괴되며 위태롭게 침잠하는 주인공 라즐로의 삶. 일일이 손꼽기도 힘든 그 난관들 때문에 심신이 지치는 주인공이 건물도 삭막하게 지었다…는, 나름 납득하기 쉬운(?) 이야기를 붙이며 글을 마친다.</strong></p>



<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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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PD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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